[마음시] 방문객 - 마종기
2020. 2. 5. 22:23
무거운 문을 여니까 겨울이 와 있었다 사방에서는 반가운 눈이 내리고 눈송이 사이의 바람들은 빈 나무를 목숨처럼 감싸안았다 우리들의 인연도 그렇게 왔다 눈 덮인 흰 나무들이 서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복잡하고 질긴 길은 지워지고 모든 바다는 해안으로 돌아가고 가볍게 떠올랐던 하늘이 천천히 내려와 땅이 되었다 방문객은 그러나, 언제나 떠난다 그대가 전하는 평화를 빈 두 손으로 내가 받는다 이번 겨울은 눈이 온 적이 있었나 싶게 큰 눈 없이 계절의 끝에 온 듯합니다. 반가움을 느낄 새도 없이 스러져버린 눈들 마냥 많은 인연들이 우리 곁을 오가고 있습니다. 가볍게 스쳐가는 인연, 복잡하고 질기게 얽힌 인연, 미처 존재를 깨닫기도 전에 잊혀진 인연, 우연의 반복으로 더 반가운 인연,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