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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안녕들하십니까?

글 | 박우성 (투명사회국)





  봄이 언제 왔나 싶더니 벌써 3월을 놓쳐버렸다. 바깥을 나다닐 틈 내기도 옹삭하니 까딱하면 올 봄엔 지천에 널린 저 좋은 쑥을 못 캐어보고 다 쇠어버릴까 조바심이 날 지경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앉아 있는 건, 가만히 보니 참 한가한 팔자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해서 온 천지가 전쟁을 방불케 하는 난리를 겪고 있고 그나마 상황이 나아졌다는 우리나라도 여전히 걱정과 긴장에 짓눌린 두려움, 초조함으로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는데 말이다. 


  시내를 오가는 이들이 적지만은 않아서 그렇게 심하게 텅 비어보이는 편이 아닌데도 왠지 모를 낯선 고요와 활기를 잃은 표정들이 파란 봄하늘을 무색하게 만든다. 겉보기에는 짐짓 심각해보이지만, 저 사람들도 실은 산등성이에 자란 봄나물이나 캐고 싶고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편채 들로 냇가로 꽃구경을 다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는 않을까? 평소에도 특별한 일 아니면 만날 일이 별로 없지만 우리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의 회원들 소식이 가장 궁금하다. 무슨 핑계로 전화를 걸어볼까 머리를 굴려보다 약국을 운영하시는 이은숙 회원께 먼저 전화를 드렸다.


  “공적마스크 수량이 부족해서 사람들 원성에 시달리는 게 스트레스였어요. 한 번은 전화로 물어온 분께 마스크가 다 팔렸다고 얘길 했더니 약국이 감춰놓고 판매를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를 한 적도 있었어요. 공적마스크는 판매이력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은 일인데 말이에요. 그래도 수고한다며 맛있는 간식을 건네주시는 분도 있어서 힘이 나죠. 그리고 어떤 어르신이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구매 일자가 달라서 마스크를 못 사게 된 경우가 있었어요. 그래서 어떡하나 쩔쩔매고 있는데 이미 마스크를 구입했던 다른 어르신 한 분이 옆에 있다가 ‘자기 것 쓰고 가서 진료 어서 받으라’고 선뜻 마스크 한 개를 건네셨어요. 그걸 보니까 우리 시민들 의식이 얼마나 성숙한가 느껴지면서 제가 참 뿌듯하더라고요.”


  “팬데믹 선언으로 세계가 공황상태로 가는 것 같으니까 막연한 불안감도 생겨요. 개인적으로는 면역력 강화가 중요하니까 저도 관련 보조의약품을 챙겨 먹는달지 등산이랑 스트레칭 같은 것 하면서 운동을 하고 있어요. 사실 상황은 아직 좋지 않은데 경각심은 많이 떨어진 것 같아요. 모든 분들이 본인을 위해서 그리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개인위생에 신경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적극 동참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개학이 계속 연기되고 있는 학교 사정은 어떨까? 고등학교 선생님이신 남상팔 회원도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계신 것 같았다.


  “제가 요번 학기에 새 학교로 근무지를 옮겼거든요. 첫날 출근 때 학생들이 등교를 안 해서 선생님들께만 전입 인사를 드리고 아이들 만날 준비를 하는데 이게 계속 연기가 되었잖아요. 처음에는 1주일 연기 그러다가 2주일 추가 연기. 학교에 나와도 운동장은 텅 비어 있고 아이들은 만날 수가 없는 거죠. 개학이 될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유연근무제를 쓰지 않고 계속 학교에 나왔는데 4월 6일로 또 2주가 미뤄지더라고요. 이제 온라인 개학을 한다고 하는데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아요.”


  “저희 학교에는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집에서만 있어야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크죠. 전화를 걸어가며 물어보니 다들 잘 지내고 있다고 하고 계획을 세워서 자격증 같은 것 준비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다행스러웠어요. 저를 잘 따르던 제자 하나는 체중이 많이 나가서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살을 많이 뺐다고, 단톡방에 살빠진 모습을 올렸더니 친구들이 깜짝 놀랐다고 자랑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저도 요양 보호를 받고 계시는 어머니도 좀 더 자주 찾아뵙고 텃밭도 돌보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자녀가 많은 집들은 힘들죠. 기숙사에 있는 다른 제자의 어머니하고 통화를 하게 됐는데 제게 하시는 말씀이 넷이나 되는 다들 학생인 아이들이 전부 집에만 있어서 너무 힘들다고 어서 개학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을 해요. 이건 다른 방법이 없어요, 개학을 빨리 하는 것 말고는.”



  유치원 교사인 송미영 회원도 개인적인 어려움보다는 원생들이나 그 부모들, 주변 자영업자들 걱정을 앞세웠다.


  “저는 월급 받는 입장이어서 특별히 어렵진 않아요. 민간유치원들은 부가적으로 걷는 비용들 돌려줘야 하는 문제도 있고 해서 교사들에게 월급을 삭감하자는 요구도 하고 막 그런다고 하는데 전 그런 일을 겪지는 않으니까요. 40명 넘는 원생 중에 긴급돌봄 나오는 아이들이 열 몇 명밖에 없는데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가 궁금하고 걱정되요. 이런 일은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고, 그래도 우리보단 자영업 하는 분들이 많이 힘들겠죠. 주변에도 학원 같은 것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게 아예 생계하고 직결되는 문제니까. 코로나19 유행을 누구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러면서 지내긴 하는데 이런 힘든 상황이 지속되면 나에게도 닥칠 거라는 두려움이 있죠.”



  자영업자 분들의 경우 대체로 힘들지만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섞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장사를 하고 있는 김병선 회원에게 정부의 지원대책이나 자발적인 착한 임대료 운동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를 물어봤다.


  “저희는 개학 전부터 사람들 많이 돌아다니는 5월까지 한창 장사가 될 땐데, 올해는 완전 물건너갔죠. 사람들이 필수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거의 위축이 돼 있는 거죠. 일단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고 매장에 오는 사람 자체가 없잖아요.”


  “저도 카드수수료 지원 신청 했어요. 그런 대책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위안이 되기는 해요. 하지만 제가 지원 받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더라고요. 재난기본소득 같은 것도 되는 사람, 안 되는 사람 기준 보면 좀 애매하고, 말도 많이 나올 것 같긴 해요. 결국 현금성 지원은 조건을 따지지 말고 다 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경기도를 보면 잘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니까 저로서는 조금 아쉽지만 이런 지원 대책들이 잘 추진되기를 바라죠. 임대료 인하는, 전북대학교 새마을금고가 소유해서 임대 주는 매장들에 30%, 몇 개월 이렇게 깎아줬다는 얘기를 건너건너 듣기는 했어요. 그런데 제 주변에는 그런 경우가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경우가 다 다르니까 모를 일이지만 건물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요?”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슈퍼맘 박효순 회원은 이러한 지원 사업의 일선에서 직접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현장의 일꾼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맞이한 가장 큰 변화는 노인일자리사업이 축소되거나 중단되었다는 거예요. 저소득층과 고령자가 많은 공익활동 사업(공원청소 등)은 중단이 되었고, 시장형 사업(식당, 제조업 등)은 중단 혹은 축소 근무로 대응하고 있어요. 관광객이 줄어드니까 매출이 나오지 않아서 유지가 힘든 거죠. 반면에 택배사업단 같은 경우는 코로나19 유행 이후로 물량이 많아져서 업무가 끊이지가 않는 상황이고요, 공방사업은 신제품으로 마스크 제작을 진행하고 있어서 어르신들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기도 하죠.”


  “제일 힘든 건 아이들 돌보는 문제에요.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할지 모르겠어요. 반차, 연차, 가족돌봄휴가 등등을 사용하고 그래도 모자라니 결국 주변 가족들 도움을 받아가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희 사무실에 9개월 임산부 1명과 초등생 엄마 2명이 함께 근무하거든요. 저도 그 중에 한 사람이고. 같이 일하는 직원 분들이 이해해주셔서 가족돌봄휴가랑 유연근무제 등을 통해 업무를 조정해가며 가정과 일 사이 문제를 버텨가는 힘을 얻고 있어요. 하지만 저처럼 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워킹맘들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부분은 배려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로서 지켜질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문화, 회사의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불안하고 어수선한 와중에도 꽃이 피고 벌과 나비가 날아다닌다. 강물이 제 몸을 뒤척이며 바다를 향해 나아가듯 우리의 삶도 결코 멈추지 않는 법이니까. 비록 마스크에 가려져 있을망정 마주칠 때마다 오가는 이웃들의 정겨운 눈인사가 선사하는 묘한 안도감이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바이러스를 멈추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유지하되 공동체를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정서적 밀착접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