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시] 합일 - 김해자
2019. 12. 31. 09:12
거기 밖이 무너지고 여기, 안으로 삼켜져 눈 감는 음절들 거기까지 너였다, 여기까지 나였다, 경계가 차츰 무뎌지고 무너지다 문득 모든 말들이 끊긴다 하지 못한 말, 이미 한 말, 들이키고서야 합쳐지는 입과 입 여기서부터 검은 숲, 침묵이 범람한다 말하면서 동시에 사랑할 수 없다 나조차 잊어버려야 나로 돌아갈 수 있다 너조차 잊어버려야 너에게 들어갈 수 있다 나이가 든다는 건 별 게 아니다. 타인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나이 듦이 아닐까 싶다.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마음이 깊어지고 등, 이런 말들을 뭉뚱그리면 결국 타인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곧 자기애가 그만큼 깊어졌다는 뜻일 게다. 나를 사랑하는 만큼 타인도 사랑하는 것이다. 나를 응시하고 받아들이고 말할 수 있다면, 타인의 삶도 존중되고 이해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