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시] 마을의 법칙 - 류지남
2021. 10. 19. 14:18
풀 하나가 살아서 온 들녘이 푸르다 나무 한 그루가 살아서 저 산이 싱싱하다 먼 곳에 너라는 별이 있어 밤이 어둡지 않다 풀이 하나 죽어 가을이 누렇다 나무 한 그루 넘어져 산이 어둑해진다 네가 아프다는 소식에 낮에도 내내 깜깜하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 온 우주가 모였다 흩어진다 사는 일도 죽어 흩어지는 일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니 어디, 허튼 곳 하나 없다 글 | 이형월 회원 가을의 시작과 함께 엄마는 대상포진으로 입원을 하셨다. 다행히 빨리 치료되어 일주일만에 퇴원하는 날, 엄마는 아파트 입구의 꽃들을 손으로 훑듯이 쓰다듬으며, 잘들 있었냐, 인사를 하셨다. 아, 엄마의 진심이 느꺼져 나는 소리없이 울컥하였다. 그리고 한 달 여 뒤, 엄마는 집앞에서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해 다시 입원 중이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