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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의 글] 큰아들 신혼집 입주 선물

 | 서용운  회원

 

춥고 메마르기 그지없었던 올 겨울도 이제 끝을 보이고 있습니다. 새봄이 시작되는데 모두 모두 새 희망을 가지고 맞이했으면 합니다. ‘참치일꾼들, 회원 여러분도 그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이야기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익산 황등 어느 교회를 맡아 있을 때의 일입니다.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어서 늘 아침 일찍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해가 져야 마치는 그런 생활이었습니다.

 

아침 일찍이라고 하면 해뜨기 전보다 훨씬 전이지요. 교회에서는 새벽 기도회라는 모임을 갖습니다. 겨울에는 새벽 5, 여름에는 새벽 4시 반이나까 한참 이른 아침인데도 꽤 많은 분들이 새벽을 깨워 기도를 바쳤습니다 기도하는 방은 어린이들 교육관인데 지붕은 높고 마룻바닥이었습니다. 옛날 학교 교실 바닥 같은 것이지요. 난방은 물론 되지 않았고 방석을 깔고 앉아서 기도를 드렸습니다. 저는 시간 맞춰 나왔다가 교인들이 돌아가고 나면 가장 늦게 마쳤습니다.

 

송 아무개 교인은 제일 늦게까지 남아서 기도를 드렸는데, 혼자 남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큰 소리로 목 놓아 울었습니다. “아이고 아버지, 아시지요, 주님!” 하시면서 말이지요. 지붕이 높기도 하지만 그 새벽 울려 퍼지는 울음만큼 더 간절한 기도가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집 형편을 소상히 제가 알고 있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울음 기도를 바치는지도 짐작을 합니다. 자녀들에 대한 것이지요. 우는 것 말고는 더 어떻게 할 수 없는 어머니의 애끓는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기도 마치고 돌아가실 때가 되면 햇살이 창문 사이로 들어옵니다. 흘렸던 눈물이 마룻바닥에서 햇빛을 받아 반짝일 때가 많았습니다. 겨울에는 눈물이 얼어붙어서 더 반짝였지요.

 

그 새벽에 어머니들의 기도를 듣고 보았습니다. 교회에서만의 풍경은 아니겠지요. 성당에서 사찰에서 혹은 어느 부뚜막에서 불을 지피면서 흘렸던 어머니들의 눈물도 있었겠지요. 마치 소망이라는 씨앗을 뿌리듯 말이지요. 그리고 더러는 그 씨앗들이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를 맺었겠지요. 그랬던 세월이 참 빨리도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이십 년 전쯤 되던 해 여름, 기도실 마룻바닥을 뜯어내고 난방을 할 수 있게 보일러를 까는 공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뜯겨나온 나무 마루판들이 교회 마당에 수북했습니다. 그 가운데 쓸 만한 것들을 골라서 나무 방석을 몇 개 만들었습니다. 박 아무개 교인이 목수 일을 하셨기 때문에 부탁을 드렸고, 저는 두 아들과 함께 투명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기념해서 사진도 찍었고 나무 방석 안쪽에 뭐라고 써서 붙여놓기도 했습니다. 제가 나무 방석을 만들었던 것은 두 아들이 나중에 며느릿감을 데려오고 결혼을 하게 되면 선물로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그때 아이들이 중학교 때여서 실감이 나지 않았겠지요.

 

 

 

재작년에 둘째 아들이 결혼을 앞두고 함께 온 며느리에게 선물이라고 하면서 주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월 큰 아들이 결혼을 하였는데 신혼집을 마련하고 입주 예배를 드리자고 하여 역시 같은 선물을 가지고 다녀왔습니다.   그러면서 이 나무 방석은 두 아들을 위해서 저희 부부가 기도했던 흔적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들 며느리도 꼭 어렵고 힘들 때가 아니더라도 습관처럼 이 방석에 앉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잘 먹고 잘 살게 해달라고만 기도하지 말아그런 말 안 해도 아들은 잘 알고 있을 텐데 목사 티를 내고 말았습니다. 결혼을 하고 새로 가정을 꾸리는데 변변하게 해줄 것도 없이 오래된 나무 방석 하나 주는 것뿐인데도 고맙게 생각하고 귀하게 받아주니 아들 며느리들에게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아들딸 둔 모든 부모들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기도와 정성과 눈물의 씨앗들을 뿌리셨겠지요. “큰일들 하셨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세월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저는 늘 지나간 날들을 되돌아봅니다. 희망이 앞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추억 속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함께했던 시절을 내일을 꿈꾸었던 날들 속에 말이지요. 더러 추억은 힘이 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참치가족 여러분 모두에게 따뜻한 봄길 되시길 빌면서.

 

 

 

 

 

* 서용운 목사는 전북대학교와 한신대학원을 졸업하고, 전주 임마누엘 교회 담임목사로 있다.

metaset@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