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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포틀랜드 대중교통실태조사 출장보고서 (下)

글 | 김남규 (정책위원장)

 

 

지난해 12월 ‘전주시민의버스위원회’위원들과 ‘전주시대중교통과’ 공무원들이 함께 대중교통 사례 연구를 위해 미국의 시애틀과 포틀랜드를 방문했다. 9박 11일의 일정으로 11명이 다녀왔다. 나는 단체의 원칙에 따라 여행비용을 보조받지 않고 개인 부담했다. 이 글은 1월호에 실린 상편에 이어지는 글이며 출장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팀별 보고서를 참조 바란다.



글의 순서


(상)

1. 화장실에 대한 의문을 풀다

2. 배드타운(bedtown)과 다운타운(downtown)

3. 행복한 미팅

4. 모든 것은 지대(地代)로 수렴된다.

5. ‘사라’ 그리고 도시 정책

6. 도시의 성장을 관리하다


(하)

7. 공영제의 빛과 그림자

8. 막대한 재정을 감수하면서 대중교통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

9. 규제와 틈새

10. 주민자치-네이버후드(neighbourhood)

11. 아름다운 하모니: 출장 평가를 대신하며



 

공영제의 빛과 그림자
시애틀과 포틀랜드의 대중교통은 공영제로 운영된다. 메트로(우리의 행정 체계로 표현 할 수 없기 때문에 협의정부, 준 정부라고 표현해야 할 듯하다. 우리나라 광역시 개념도 아니고 큰 도시를 중심으로 한 권역행정 체계로 이해된다)가 운영하는 대중교통이 있고 각각의 시가 운영하는 대중교통이 있다. 전주의 시내버스가 완주와 임실 등의 노선과 연결된 것처럼 이들도 인근 도시와 대중교통이 연결된 것이다.




시애틀의 경우 마치 서울-경기에서 벌어지는 대중교통 전쟁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점에서 메트로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인다. 메트로의 재원은 각 도시에서 분담하는 것과 재산세의 일종인 Levy로 충당한다. 운전자들은 친절했다. 출렁거리지 않았고 급하지 않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코디언 버스(accordion bus)이다. 두 차량을 연결하여 좌석수가 많은 것뿐만 아니라 후면 출입구는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탑승 할 수 있는 저상버스 기능을 갖추고 있다. 짐을 가지고 타거나 노인들이 타고 내릴 때 승강장 쪽으로 차량의 높이를 낮추는 기능을 갖고 있다. 내가 너무 좋다고 하니 동행한 조팀장이 “우리 저상버스도 저런 기능이 있다”고 한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운전기사들에 대한 교육을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부분은 세부적으로 조사하여 전주시내버스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운전직을 채용할 때의 선발 기준이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운전자들의 ‘공감 능력’이다.


이러한 공영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비용에 있다. 메트로는 우리처럼 개별 교통수단(버스, 트램 등 각각의 교통수단에 대한 원가)에 대한 원가의 개념이 없거나 혹은 담당자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들은 메트로 전체 예산에서 운송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놓고 이야기했다. 시애틀 킹카운티는 대중교통 이용객으로 부터의 수입(운송수입)이 전체 예산 대비 23%를 차지하고 있고, 포틀랜드의 경우 스트릿카를 제외한 운송원가의 18%가 운송수입이라고 밝혔다. 약간의 혼선이 있을 수는 있어도 공영제로 인한 비용지출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주시의 열악한 재정 상태를 고려 할 때 과연 이러한 교통 시스템을 도입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치적으로는 옳으나 경제적 측면에서 합리성을 담보 할 수 있느냐, 우리의 처지와 상황에 맞는가를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막대한 재정을 감수하면서 대중교통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도시가 메트로라는 체계와 공영제라는 시스템을 채택한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베드타운과 다운타운이라는 도시 구조의 특성으로 인한 자동차 혼잡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해결 방안은 첫째 다운타운으로 유입되는 자동차를 철저히 줄이는 것. 둘째 다운타운에 유입된 자동차의 운행을 억제하는 것. 셋째 이를 위해 트램, 전철, 버스, 자전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도입하여 다운타운 안에서 불편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서울시가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적자를 알면서도 지하철을 계속 확장하는 것과 같다. 포화 상태를 넘은 도시 집중으로 인한 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로 보인다.




이 글에서 이러한 점을 계속 강조하는 이유는 도시 정책의 전체를 놓고 대중교통을 바라보아야하기 때문이다. 트램 하나만 따로 떼서 보거나 버스만 분리해서 보면 제대로 볼 수 없다. 포틀랜드의 트램은 다운타운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측면이 있지만 다운타운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만난다. 트램 구간을 중심으로 건축물의 건폐율을 높여주는 정책이 대표적인 예이다. 도시 를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은 구역의 밀도를 높임으로써 도시의 활력을 높이고 투자를 유치한다는 복합적인 구상이 담겨져 있다. 여러 가지 대중 교통정책에도 불구하고 두 도시는 여전히 자동차 중심도시라고 볼 수 있다. 도시 외곽과 도시를 관통하는 도로에는 자동차가 빼곡하고 심지어 고가도로가 도심을 가로지르는 경우도 있다.

 

규제와 틈새
시애틀과 포틀랜드에서 자동차도로의 특징 중 하나는 일방통행이 많다는 것이다. 양방향보다 교통 혼잡과 신호대기 시간이 훨씬 적다. 그런데 지선의 경우 일방도로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차선을 주차 구역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 옆으로 한 차선은 자전거 도로가 있다. 도로변 주차구역은 유료로 운영되고 각 구역마다 주차 허용시간과 주차요금이 다르다. 도심 곳곳에 대형 주차 빌딩이 들어서있고 주차 요금 또한 비싸다. 하룻밤에 30달러 이상 되는 곳도 많다. 우리가 묵었던 시애틀의 호텔 역시 주차장을 유료로 운영했다.




이러한 상황을 연결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①다운타운으로 유입되는 자동차를 억제한다. ②다운타운 안으로 들어온 자동차의 운행을 억제한다. ③이를 위해 적절한 주차공간을 확보(더 많은 주차 공간이 들어서는 것을 경계)한다. ④ 고비용의 주차 요금제를 시행한다. ⑤ 트램, 버스, 자건거와 도보 등이 공존하고 편리한 교통정책을 추진한다. 이러한 과정은 도로를 일방적으로 줄이거나 승용차 억제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형으로 만들고 이용자가 비용을 감당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정책은 시민들의 저항을 불러와서 실패하기 쉽다. 규제를 하되 저항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함께 진행되어야한다. 그것이 틈새이다. 전주시의 경우 특정 도로를 일방으로 지정해 놓고 인근 우회도로의 무단 주차는 방치한다. 도로를 줄이고 인도를 넓히겠다고 하면서 도심의 주차장을 확보하거나 도시 외각에 주자장을 만들지 않는다. 하나의 단편적인 정책이 아닌 전체를 보고 복합적인 정책으로 접근해야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민자치 - 네이버후드(neighbourhood)
이번 출장의 목적은 다른 도시의 대중교통정책 사례를 연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교통정책은 그 도시의 특성과 조건, 도시 계획과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출장 준비 단계부터 도시계획에 관심이 높았다. 두 도시에 관련된 책과 자료를 살펴보면서 과연 이러한 도시정책은 누가, 어떻게 수립하고 또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가를 알고 싶었다. 이에 대한 관심은 네이버후드(neighbourhood)로 모아졌다.


네이버후드는 ‘마을’ ‘이웃’이라는 개념으로 쓰이기도 하고 마을단위의 자치조직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여러 개의 마을단위 네이버후드는 다시 권역별 네이버후드라는 체계로 묶인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도심에 있는 펄구역(the pearl district) 네이버 후드이다. 임원들은 우리를 친절하게 맞이해 주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었다. 임원들은 나이 많은 분들이고 젊은이들의 참여가 어렵다고 했다. 하기야 젊은이들은 일하거나 놀아 야지 주민자치 활동까지 할 수 있겠는가? 기대가 무너진 이유는 우리가 네이버후드를 하나의 완결적인 기구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펄지구 주민은 7천명이고 이중 네이버 후드 회원은 1천4백명 정도라고 한다. 순수한 자원봉사로 이루어지고 있다. 임원은 활동비를 받지 않는 명예직이고 주민총회를 통해 선출한다. 재정지원을 받지 않고 바자회 같은 후원행사를 통해 사업비를 마련한다고 한다. 동네에서 해결할 일이 있으면 주민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도 주민에게서 마련한다고 한다. 네이버후드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려면 권역별 네이버후드를 방문했어야했는데 거기까지 사전 계획에 넣지 못했다. 주민자치를 하나의 기구 중심으로, 완결적 구조로 바라본 오류는 다른 방식으로 해소되었다. 독특한 방식이 존재했다. 일주일에 한번 시의회에 시민자유발언대가 운영된다고 한다. 일종의 ‘시민 청원제’와 같은 것으로 보인다. 시민 누구나 참여 할 수 있고, 발언 할 수 있다. 마을 단위 네이버후드에서도 필요하면 이곳에 가서 마을의 문제를 이야기 한다고 한다. 주민자치는 주민들 스스로의 방식, 그 곳의 제도와 문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 할 수 있다.

 


아름다운 하모니 - 출장 평가를 대신하며
이번 출장은 시민의버스위원회 민간위원들과 대중교통과 공무원이 함께했다. 이상한 이야기 같이 들리겠지만 민간위원과 공무원이 함께 과제를 수행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이번에 함께한 일행들은 서로 다르면서 서로 이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었다. 공무원들은 자기 분야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조사를 벌였고, 민간 위원들은 각각의 정책과 도시문제에 대한 자기 생각들을 제시했다. 틈틈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보완했다.


이번 출장을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던 강소영 국장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통역을 맡았던 제프와 이현수씨에게도 정말 감사를 드린다. 한 가지 다음에 이와 같은 출장을 준비 할 때 보완했으면 하는 것이 있다. 기관 방문이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줄 몰랐다. 어렵게 성사된 기관 방문에서 각자 소개하는데 상당 시간이 필요했다. 기관에 사전 질문지를 보내는 것에 집중하느라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메일에 방문자의 소개뿐만 아니라 시민의버스위원회 소개와 전주시에 대한 소개, 전주시내버스와 관련하여 당면한 과제와 관심사를 함께 보냈으면 좋았겠다. 뒤늦게 전주의 도시 역사가 천년이 넘었다는 소개를 했을 때 그들의 관심이 달려졌던 것처럼 전주를 소개하는 동영상이라도 미리 보냈으면 좋았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