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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애틀-포틀랜드 대중교통 실태조사 출장보고서 (上)

글 | 김남규 정책위원장



지난해 12월 ‘전주시민의버스위원회’위원들과 ‘전주시대중교통과’ 공무원들이 함께 대중교통 사례 연구를 위해 미국의 시애틀과 포틀랜드를 방문했다. 9박 11일의 일정으로 11명이 다녀왔다. 나는 단체의 원칙에 따라 여행비용을 보조받지 않고 개인 부담했다. 이 글은 출장 참가자의 개인 소감문으로 출장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팀별 보고서를 참조 바란다.



글의 순서


(상)

1. 화장실에 대한 의문을 풀다

2. 배드타운(bedtown)과 다운타운(downtown)

3. 행복한 미팅

4. 모든 것은 지대(地代)로 수렴된다.

5. ‘사라’ 그리고 도시 정책

6. 도시의 성장을 관리하다


(하)

7. 공영제의 빛과 그림자

8. 막대한 재정을 감수하면서 대중교통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

9. 규제와 틈새

10. 주민자치-네이버후드(neighbourhood)

11. 아름다운 하모니: 출장 평가를 대신하며






화장실에 대한 의문을 풀다.

출장 기간 내내 불편한 의문이 있었다. 건물 크기에 비해 화장실 면적이 상대적으로 인색한데다가 변기 개수도 적어 다수가 이용하기에 불편했다. 변기를 더 설치해도 무리가 없을 공간을 왜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줄을 서야할 만큼 부족하게 만들었을까? 그 의문은 그들의 주거 형태와 도시 문화를 살펴보면서 풀렸다. 이른바 개인 공간(personal bubble space)이라는 문화의 결과이다. 타인과 12인치(약 30cm)정도의 거리가 유지 되어야한다는 의식이다. 우리처럼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몸이 닿을 정도로 서로를 밀치며 살지 않는다. 이는 주거 형태에서도 나타난다. 다른 주택과 경계가 명확한 개별주택을 선호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이른바 교외화현상(suburbanization)이다. 국토가 넓기 때문에 우리처럼 아파트에 몰려 살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인구 백만 이상도시가 고작 9개정도라니. 이러한 주거문화는 베드타운과 다운타운이라는 도시 형태를 만들었고 이들의 교통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베드타운(bedtown)-다운타운(downtown)

시애틀과 포틀랜드의 도시문제의 공통점은 베드타운과 다운타운이라는 도시 형태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두 도시의 인구는 전주시와 비슷한 60만 명이 조금 넘는 정도지만 생활 인구는 훨씬 많다. 시애틀의 경우 생활인구가 300만이 넘는다. 포틀랜드는 이보다 덜하지만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시애틀교통공사(킹카운티메트로)의 최대 고민은 출·퇴근 승용차를 어떻게 억제하느냐의 문제였다. 마치 경기도라는 베드타운이 있는 서울시의 교통문제와 닮았다.

두 도시의 교통 과제를 요약하면, 첫째 다운타운으로 들어오는 승용차를 억제시키는 정책, 둘째 다운타운 안에서 승용차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는 정책, 셋째 사회적 약자의 이동수단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보려고 했던 것은 버스, 전철, 트램, 자전거 등의 다양한 교통수단과 이들 교통수단을 어떻게 연계하고 있는가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들에게 최대의 과제는 다운타운으로 유입되는 승용차를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로 보였다. 같은 직장 동료들이 하나의 차로 출·퇴근을 하겠다고 하면 아예 승합차를 사서 준다고 한다. 우리로 이야기하면 카풀(carpool)을 위한 승합차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한 미팅

‘시애틀교통국’ 방문은 그들의 업무 중심 브리핑이어서 다소 사무적이었다. 그러나 ‘킹카운티메트로’의 방문은 행복하고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방문자를 맞이하는 담당자의 친절함과 환한 웃음, 함께한 공무원들의 다수가 여성이었고 모두가 즐거워 보였다. 자기 일에 자부심과 만족도가 높아보였다. 미팅 내내 웃음이 그칠 줄 몰랐다. 우리는 “당신들이 행복해 보여서 좋다”고 말해주었다. 교통정책에 대한 브리핑과 토론이 끝날 즈음, 팀장격의 담당자는 그들의 교통정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frequency=freedom, reliability, crowding. 정책목표이자 과제이며 철학이 담겨져 있었다. 

우리는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목표를 혼잡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들의 첫 번째 목표는 대중교통을 얼마나 이용하느냐를 시민의 권리, 자유의 척도로 보고 있고, 두 번째는 시민들과의 신뢰를, 교통 혼잡의 문제는 세 번째로 보았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교통전문가나 행정, 시민단체, 사측, 노측 할 것 없이 대중 교통문제에 대해 어떤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있는가? 출장에서 가장 부러운 것 하나를 꼽으라면 이 장면을 들 수 있다. 그들은 다양한 홍보를 하고 있고, 버스 정류장마다의 안내문 역시 다양했다. 홍보의 방법 중 눈에 띄는 것은 노선이나 정책을 빨강. 노랑. 파랑 등 색깔로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용자들의 눈높이에서 버스 정책을 쉽게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은 지대(地代)로 수렴된다.

시애틀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도시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등 세계적인 기업이 있고 수많은 기업들이 모여들고 있다. 지금도 대형크레인이 수십 개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도시의 부동산값은 어떨까? 이로 인한 난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도시집중화로 반드시 나타나는 교통문제는 또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한국이나 미국이나 성장하는 도시의 문제는 똑같았다. 도시가 성장한다고 하는 것은 인구 유입을 의미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주택이 필요하다. 저마다 자동차를 구입하고 일터인 도시로 몰려든다. 도시는 밀려든 자동차로 인한 혼잡이 더욱 심해지고 포화 상태를 넘은 자동차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교통 정책의 변화를 강구한다. 이런 점에서 시애틀은 서울시의 경우처럼 다운타운 밀도가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포틀랜드는 조금 차분한 분위기였다. 시애틀의 도시성장 속도만큼은 아니지만 고민은 비슷하다. 대표적인 정책이 주거 밀도를 높이는 정책이다. 기존에 1가구 형태를 2가구가 살 수 있도록 건축 기준을 완화해 주고, 일부 지역에는 건축 기준을 더욱 완화하는 정책(우리나라 연립주택 같은 형태)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있다. 주변 땅값이 오르고 임대료가 올라가는 것이다. 현지에서 동행한 ‘사라’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어떤 대책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낯빛이 어두워졌다. 모든 것은 ‘모든 것은 지대(地代)로 수렴된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명제를 다시 확인했다. 



‘사라’ 그리고 도시 정책

사라는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녀는 시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포틀랜드는 미국에서 민주당의 지지가 높은 지역으로 무소속인 그녀에게는 넘사벽과 같은 정치 환경으로 보인다. 도시전문가이자 정치인인 그녀는 진지하면서도 쾌활했다. 설명하는 통계는 심각한 도시문제 문제를 잘 보여주었다. 예를 들면 미국인들이 과거와 비교하여 얼마나 넓은 주택을 소유하고 있고(가구별 주택면적의 증가 추세), 주택을 구입 할 수 있는 소득 정도를 보여준 통계는 신선했다(주택을 구입 할 수 있는 소득은 더 열악해졌다). 포틀랜드의 도시 정책은 70여명의 전문가 그룹이 이러한 문제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진행함으로써 도시정책을 만들어간다고 한다. 이렇게 마련된 정책 중에서 마을단위 (neighbourhood)와 관련된 부분은 주민투표로 결정되기도 한다. 

단체 활동에서 항상 느끼는 어려움이 있다. 지방의원과 지방정부의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이다. 지방의원들은 선거로 선출되었기 때문에 스스로 ‘주민의 대표성’을 강조한다. 공무원들은 형식적 절차에 얽매여 있다. 이들에게 정작 주민참여는 행정과 정치에 필요한 수단일 뿐이다. 주민의 ‘자기 결정권’은 투표 행위만 있을 뿐이다. 요즘 같은 정보·미디어 시대에서는 주민들에게 얼마나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 지가 중요하다. 정보량이 다르면 판단이 다르고 참여 방식이 달라진다. 주민참여를 단순히 참여자의 숫자로 볼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사람들이 제공받는 정보의 양과 질로 볼 필요가 있다.



도시의 성장을 관리하다.

포틀랜드는 미국의 다른 도시와 달리 독특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대부분의 도시들은 도지지역구제(용도지구제), 가구분할통제(subdivision control), 건축규제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책이다. 반면 포틀랜드는 ‘도시성장선(urban growth boundary)’ 정책을 도입했다. 그 넓은 땅이 있음에도 난개발로 인한 환경의 파괴를 막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고자했다. 때문에 도시(주거) 지역과 농림·산림 지역의 경계가 자로 잰 듯 뚜렷하게 구분된다. 

이러한 그들의 생각은 다운타운에서도 잘 드러난다. 다운타운에서의 주요 대중교통 수단은 트램의 일종인 스트릿카(streetcar)와 맥스(max), 버스다. 전주에 비유하자면 구도심에 구석구석을 다니는 트램과 버스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트램은 교통수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도시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성화 할 것인가의 정책에서 시작되었다. 원래 있었던 철로가 사라지고 자동차로 채워진 다운타운을 그들은 주민들과 토론을 통해 다시 복원하기로 결정 했다. 없애버린 철로를 다시 설치하고 트램을 도입한 것이다. 주거지역과 다운타운을 연결하고 역세권을 중심으로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우리나라의 도시 개발과는 사뭇 다르다. 주택(아파트 단지, 부동산 수요)을 중심으로 도로를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도시를 관리해 온 것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다운타운으로 유입되는 승용차를 최대 억제하는 한편 다운 타운 안에서는 대중교통과 자전거, 도보가 공존하고 더 편리한 도시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