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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시]봄이에게 - 박치성

민들레가 어디서든 잘 자랄 수 있는 건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는 바람에


기꺼이 몸을 실을 수 있는


용기를 가졌기 때문이겠지



어디서든 예쁜 민들레를 피워낼 수 있는 건


좋은 땅에 닿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고


바람에서의 여행도 즐길 수 있는


긍정을 가졌기 때문일 거야


 


아직 작은 씨앗이기에


그리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리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면 바로 노란 산수유꽃과 하얀 매화를 보게 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만나는 풍경인데 봄이 오는구나 생각에 외려 뒤숭숭해집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근 두 달 가까이 공포와 불안에 싸여 온 나라가 아직 겨울에 머물러 있는 듯한데, 촉촉이 비가 내리고 날이 따뜻해지고 하나둘 꽃이 피고 어김없이 자연은 봄입니다.



학교 교문 위에 근 한 달째 ‘신입생 여러분의 입학을 환영합니다.’ 현수막이 덩그러니 걸려 있습니다. 학생들이 없는 운동장에는 따스한 햇살이 저 혼자 잔디에게 하늘을 열어주고, 담장 밑 양지에는 이런저런 봄꽃들이 무리지어 놀고 있습니다. 걱정과 초조가 없는 자연의 모습에 절로 편안함을 느낍니다. 막힘없이 흐르는 자연은 조급함도 불안도 없습니다. 결국 지금의 상황도 마음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는 모두가 알 것입니다.

 


정읍 산외중학교로 근무지를 옮겼습니다. 상황상 SNS로 먼저 학급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문자와 이모티콘으로 수줍게 인사를 건네는 것도 잠시, 감기 걸린 친구 소식도 전해주고, 마스크 낀 사진도 올려주고, 중3 공부 걱정도 하고, 친구 생일 축하도 하면서 한 동네에서 오래 지낸 또래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이들 덕분에 저도 스스럼없이 농담도 하고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며 여러 주의사항들을 전달합니다. 자칫 잔소리가 될 말들도 ‘넵! 넵!’ 하며 긍정적으로 받아주는 아이들이 참 고맙고 기특합니다. 아이들은 저에게 새 봄이 되었습니다. 이제 곧 함께 꽃이 되고, 또 새로운 씨앗을 품을 것입니다.


글 | 이형월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