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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이슈

부동산 ‘불로소득’ 부러워하면 지는 거다

글 | 박우성 (투명사회국)

 

 

 

  주택청약에 당첨돼 큰돈을 벌게 되었다는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될 때가 있다. 부러운 생각도 들고 무슨 용쓰는 재주를 부렸는지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갖가지 꼼수에 가슴 철렁할 거짓을 태연하게 저지른 뒷얘기까지 들으면 눈매가 사나워진다. 역대급 경쟁률을 갈아 치웠다는 분양시장 뉴스를 보기라도 하는 날이면 그동안 참을성 있게 갖고 있던 청약통장을 발기발기 찢어버리고픈 충동에 휩싸인다. 돈 욕심은커녕 그저 내 형편에 맞는 집 하나 장만하겠다는 꿈을 담보로 희망고문만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현타를 맞는 거다.

 

 

  현금을 당겨 쓸 능력이 되는 이들이 이른바 줍줍분양에 성공해 수억 원의 이익을 내거나 전세를 낀 아파트 여러 채를 사들여서 쏠쏠한 재미를 보는 갭투자는 이미 널리 알려진 재테크 기법이다. 책을 사서 공부하는 사람도 적지 않고 인기 있는 동영상 강의는 구독자 수가 웬만한 아이돌그룹 수준이라고 한다. 투기와 다를 바 없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감춰야 할 부도덕한 행위가 아니라 정당한 투자행위로 간주되고 높은 수익을 낸 투자자는 선망의 대상이 된다.

 

 

  부동산 투기 공화국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강력하게 형성된 이러한 분위기는 이제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어버렸고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쥐꼬리만 한 월급만 가지고는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키우거나 안락한 노후를 기대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부추기기까지 한다. 더 나아가 사람들로 하여금 공동체적 관점에서의 부의 재분배나 양극화 해소 등의 가치적 판단은 물론이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부동산 거래 원칙과 같은 기초적인 이해조차 갖추지 못한 채 소수의 부동산 부자 중심으로 세워지는 투자전략이나 시장분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따라가도록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2019년 주택소유통계[각주:1]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무주택가구 비율은 43.7%, 1주택 소유 가구는 40.7%, 2주택 이상 소유 가구의 비율은 15.6%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은 끝없이 오른다고 하고 20대 사회초년생까지 영끌해서 패닉바잉하고 있다는 언론의 호들갑에 나 혼자만 뒤쳐졌나하고 걱정할 필요 없다. 열 명 중 8명이 나와 같은 처지다. 지금 당장은 집이 없거나 딱 1채지만 기회만 된다면 주택을 구입할 계획인 사람이 많은데 섣부른 판단을 하고 있다고 의심할 수도 있다. 국세청의 자료[각주:2]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증가한 주택 521만 호 중에 상위 10%가 사들인 주택이 208만 호에 이른다. 이미 다주택자인 사람이 투자목적으로 추가 구입한 주택이 전체 공급물량의 40%를 훌쩍 넘는다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목표로 했던 공급확대 정책이 투기 수요에 흡수되면서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를 돕지도, 가격 안정의 효과도 내지 못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반면 서민들의 주거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주거비 추이[각주:3]를 보면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실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2.7%에서 20184.2%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주거비 부담이 크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소득하위 20%의 주거비 지출 비중이 20.4%[각주:4]인 것에 비해 소득상위 20%7.7%[각주:5]에 불과하고 주거비 증가 속도 역시 전체 소비지출의 증가율(평균 2.0%)에 비해 소득하위 20%의 증가율(3.2%)이 훨씬 빨라서 서민들의 주거복지가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 물량을 선점하는 다주택자들의 부동산 임대소득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의 또 다른 자료[각주:6]에 따르면 2019년 부동산 임대소득은 2015년의 17606억 원보다 36,419억 원 늘어 207,025억 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상위 10% ‘집부자들이 번 돈이 10조에 달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방향은 잘 잡아놓고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의 해석은 분분하다. 초기부터 강력한 규제로 분명한 메시지를 주었어야 했는데 미적거리다가 오히려 시장의 내성만 키웠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 정책 효과에 대한 잘못된 예측으로 오히려 실수요자 피해가 발생하며 불신을 키웠다는 의견도 있다. 게다가 주요 정책당국자들의 다주택 보유 사실이 드러나는 등 발목이 잡히면서 부동산 정책이 진영간 대결이라는 구제불능의 아수라 속으로 침몰하고 있다. LH 사태로 촉발된 공기업 직원들과 공무원들의 부동산 비리 사태에 이르면 분노가 치밀어오르다 못해 욕이 나올 지경이다.

 

 

 

  작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개원연설 중에 언급한 내용을 상기해보자.

“부동산으로 몰리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지 않고는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투기 억제와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입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보유 부담을 높이고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대폭 인상하여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매우 명확한 메시지다. 문제는 의지와 능력은 별개였다는 점이었고 반복되는 실책 속에 그 의지마저 꺾일까 우려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토지는 공적 재화이며 토지의 사적 소유를 통한 이득을 적절히 제한해야 한다는 토지공개념의 원칙은 이미 우리 헌법에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다.[각주:7] 주택에도 마찬가지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집은 지은 지 오래될수록 낡게 되고 그만큼 감가상각이 발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집에 새로운 가치가 생겨서 값이 오르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유명한 인물이 살았거나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해서 기념이 될 만한 장소가 되는 경우, 혹은 독특한 디자인이나 건축 공법으로 인기를 끌게 되는 경우 등은 그 집 자체의 가치가 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집값이 오르는 또 다른 이유는 주변의 시설, 교통, 상권, 치안, 교육여건, 문화적 혜택, 자연환경 등의 변화로 거주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것은 집 자체의 가치가 오른 것이 아니라 지역공동체나 지역 사회가 제공한 외부적 요인으로 발생한 거주 여건의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즉 여기에서 발생한 집값의 상승분은 집 주인의 몫이 아니라 그 지역공동체가 함께 나눠야 할 공동의 몫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부동산 불로소득은 단순한 공짜이득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사적으로 가로채는 도둑질에 가까운 행위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1. 201811월 기준, 총 일반가구수 20,343,188, 무주택가구 8,886,922, 주택소유 18,288,426, 22,301,380, 3550,287, 4156,001, 5건 이상 160,172 [본문으로]
  2. 「10년간 토지 및 주택 소유 집중 심화 분석」, 국세청 제출, 경실련, 2018.10.08. [본문으로]
  3. 가계동향조사를 통해 본 가구의 주거비 추이: 2010~2018년 보고서」, 통계청 통계플러스(KOSTA) 가을호, 2019.09.30. [본문으로]
  4. 236천 원 [본문으로]
  5. 329천 원 [본문으로]
  6. 부동산 임대소득 천분위 현황」, 국세청 제출, 2021.01.25. [본문으로]
  7. 헌법 제122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