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숙 (민생희망국)
‘지역화폐 사용 가능’, ‘전주사랑상품권 환영’, ‘000상품10%할인+ 전주사랑카드20%캐시백=총30%할인혜택’
요즘 매장마다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안내 문구이다. 고객의 눈과 발을 끌기 위해 지역화폐 정책을 상품과 결합시켜 판매하는 상점들도 있다. 지역화폐를 몰랐던 사람들, 발급이 귀찮아서 그냥 뒀던 사람들도, ‘20% 캐시백’ 이란 말에 온 가족이 전주사랑상품권을 발급해 사용하고 있다. “‘나름 소박한 재테크를 하고 있다.”는 웃픈 말을 하는 이도 있다. 2020년11월부로 전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 ‘전주사랑상품권’이 발행되었다. 일명 ‘돼지카드’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코로나가 쏘아올린 지역화폐
우리나라에서 지역화폐는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이때는 소규모 지역 공동체에서 회원들 간에 공동체화폐 개념으로 시작되었다. 이렇게 공동체 화폐로 사용해 오던 것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상권, 지역경제 활성화, 골목상권 보호 등의 목적으로 도입했다. 그런대 지역화폐는 한 때는 골칫거리였다. 지역화폐의 할인율을 악용해 현금화하는 ‘현금깡’에 대한 지적도 있었으며, 실제 사용도 저조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상황은 역전이 되었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화폐가 활성화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20년 9월 기준으로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총 228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도내 에서도 지난 2000년 김제시의 첫 발행(정책 발행 1위주로 발행)을 시작으로 2020년 11월 전주시까지 14개 시·군 모두 지역화폐 발행에 합류했다.
<2020년도 도내 자치단체 지역화폐 발행현황> 단위: 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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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명 |
발행액 |
판매액 |
환전액 |
발행형태 |
발행종류 |
발행시기 |
|
전주시 |
27,288,961 |
27,288,961 |
18,172,116 |
카드+모바일 |
일반 |
2020.11 |
|
군산시 |
509,595,000 |
500,000,000 |
475,962,290 |
카드+모바일 |
일반+정책 |
2018.09 |
|
익산시 |
182,892,306 |
167,324,687 |
163,403,228 |
카드+모바일 |
일반+정책 |
2020.01 |
|
정읍시 |
25,732,124 |
24,800,000 |
26,158,033 |
카드+모바일+지류 |
일반+정책 |
2019.12 |
|
남원시 |
140,000,000 |
110,116,388 |
105,401,506 |
카드+모바일+지류 |
일반 |
2020.05 |
|
김제시 |
63,314,574 |
36,444,284 |
56,723,049 |
지류 |
일반+정책 |
2000.11 |
|
완주군 |
25,000,000 |
21,380,810 |
18,540,308 |
지류 |
일반+정책 |
2015.05 |
|
진안군 |
10,000,000 |
3,297,045 |
7,736,670 |
지류 |
일반+정책 |
2019.05 |
|
무주군 |
34,880,382 |
21,310,874 |
26,823,475 |
카드+모바일+지류 |
일반+정책 |
2019.07 |
|
장수군 |
37,000,000 |
20,942,315 |
29,179,685 |
지류 |
일반+정책 |
2005.07 |
|
임실군 |
25,000,000 |
16,450,392 |
22,320,091 |
지류 |
일반+정책 |
2012.12 |
|
순창군 |
25,000,000 |
16,284,930 |
24,388,492 |
지류 |
일반+정책 |
2019.08 |
|
고창군 |
50,253,162 |
27,036,966 |
43,564,274 |
지류 |
일반+정책 |
2019.07 |
|
부안군 |
31,970,000 |
25,410,565 |
23,606,230 |
지류 |
일반+정책 |
2019.07 |
|
합계 |
1,187,926,509 |
1,018,088,217 |
1,041,979,447 |
- |
- |
- |
|
자료: 전라북도 (정보공개청구)자료 재구성 |
|
그렇다면 지방정부들은 왜 지역화폐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을까?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 온라인 커머스의 성장, 플랫폼 기업의 영향 등 골목상권을 위협 하는 방향으로 시장 환경은 변해가고 있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경제로 인한 지역소득의 역외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그리하여, 지방정부들은 지역소득의 역외 유출을 막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하나의 도구로 ‘지역화폐’를 꺼내들었다. 이렇게 발행된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타 지역에 본사를 둔 대기업 유통업체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1차 정부재난지원금이 지역화폐 방식으로 지급되었을 때 상인연합회에서는 “지역화폐가 지역주민들이 온라인 쇼핑을 잊고 골목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했고, 단골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군산시는 지난 2017년에 현대중공업폐쇄와 2018년 한국GM군산공장 가동중단 등으로 최악의 위기상황에 봉착하면서 군산시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선택했다. 군산시 지역화폐 ‘군산사랑상품권’이 첫 발행 2개월 만에 전액 판매와 함께 높은 환전율 2(20년기준 95%)로 경기도와 함께 지역화폐 성공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실제로 ‘군산사랑상품권 효과분석 연구’ 용역에 따르면, 군산사랑상품권의 경제적 효과는 상품권 사업 전인 2017년 대비 상품권 가맹점에서 4302억원의 매출이 증가했으며 한 업소당 평균 5114만원의 매출증가 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지역화폐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정부는 올해 지역화폐 발행을 2020년 9조원 대비 6조원을 상향한 15조원을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지원비율도 2020년 4%에서 올해는 6%~8%로 지원한다. 정부 지원에 맞춰 지방자치단체들도 발행액 규모를 늘리고 있다. 전라북도 내 14개 시·군의 2021년도 국비 1차 확정 발행액이 7,468억원이며 총 발행액은 전년도 두 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화폐가 소상공인 매출 증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함께 이용자들도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어 양쪽 다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런데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지역화폐 지원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화폐 판매실적에 따라 정해진다. 즉,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경쟁적으로 지역화폐 발행액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지역화폐의 판매액을 늘리기 위한 포인트·캐시백 제공 등 할인혜택으로 이어진다. 정리하자면, 발행액이 증가할수록 장기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전주시는 당초 전주사랑상품권 1인당 월 구매한도를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나 판매율이 저조하자 구매 한도를 100만원으로 확대하고 기존 캐시백 10%에 인센티브 형식으로 10%를 더해 20%의 할인혜택을 한시적으로 제공했다. 저조한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관련 조례 3까지 어겨가면서 상품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주시가 사전에 지출규모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혜택 요율을 줄이고 늘리고를 반복하는 ‘오락가락 행정’으로 이용자들은 혼란스럽다. 지역화폐의 판매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할인율에 의한 유인책으로만 소비 촉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전주시 복지정책과 연계하는 등 다양한 활성화 수단을 도입하고 고민해야한다. 예컨대, 캐시백이나 인센티브 혜택이 중단돼도 지역화폐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의 출발은 지역화폐 도입이 시민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부 주도형이라는 한계이기도 하다. 반복하자면, 지역화폐의 취지는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내에서 화폐가 쓰이도록 설계되었다. 지역화폐가 활성화되고 지속성을 가지려면 지방정부뿐 아니라, 지역 사회와 공공부문의 지역화폐 유통확산 노력 그리고 시민들의 공동체 의식에서 시작되어야한다. 나의 지역 내 소비가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생각, 결국은 운동성과 함께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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