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숙 (민생희망국)
만성 주차난을 겪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상가와 주거지역은 물론 관공서들도 극심한 주차난을 겪고 있다. 특히 관공서 주차장은 민원인 등 관공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주차 시킬 공간을 찾지 못해 청사 주변을 헤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백번 양보해서 사람이 많이 이용하는 시간대에는 주차공간을 찾기 힘들다 해도, 오전 9시가 되지 않은 시간에 관공서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주차 면수가 많은 주차장임에도 불구하고 주차공간을 찾기가 힘들었다. 행사나 민원인이 많지 않은데도 말이다. 도대체 이 시간대에도 주차장이 만차인 이유가 무엇일까?
아무튼, 이러한 주차난 해소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공영주차장이다. 공영주차장은 민간 주차장보다 요금이 저렴하다 보니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주차공간이 부족한 지역의 공영주차장에 이른바 '월 주차'를 하려면 몇 개월을 기다리는 곳도 있다. 심각한 주차난 때문이겠거니 할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특혜를 누리고 있는 이들에게 점거당했기 때문이다.
공영주차장은 행정기관이 공공의 복리를 위해서 설치하여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주차장이다. 그리고 조례나 규칙 등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기본은 시민들이 공정하게 이용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일부 특권층(?)과 공직자들에게 무료 사용 특혜가 제공되면서 그 불편함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형평성 논란이 계속되자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지자체가 관리·운영하는 주차장에 출입하는 특정 공직자 등에게 과도한 특혜· 특권성 주차편의 제공은 청탁금지법에 위반될 수 있고, 주차장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민원인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과도한 주차편의 제공을 유발할 수 있는 조례·규칙 등을 정비하도록 지자체에 통보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지자체의 정기 주차등록 관련 대책> 특혜· 특권 유발 조례· 규칙의 정비 • 지방의원, 출입기자, 경찰, 보안, 보좌진 등의 공직자 등이 청사 부설주차장을 방문하는 경우 방문 목적 수행에 최소한으로 제공하도록 주차요금 면제 대상 규정에 방문 목적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함. • 체육· 문화시설, 공원 등의 부설주차장은 그 설치 취지를 고려해 특정 공직자 등에 한정한 주차요금 면제 규정은 삭제하고 관리·운영규정 등 내부규정으로 주차요금 면제 대상을 정하고 있는 지자체는 조례· 규칙으로 상향 • 특정 신분의 공직자 등에 한정해 공영주차장의 주차요금을 면제하는 규정은 일반 이용에 제공하기 위해 설치된 공영주차장의 설치 취지에 맞지 않아 삭제 • 면제 대상 선정에 지자체장의 과도한 재량이 부여돼 특정 신분 공직자 등에게 주차요금 상시 면제의 근거로 오·남용될 수 있는 포괄규정은 삭제 주차요금 감면 조례· 규칙의 엄정한 집행 • 주차요금 면제 대상 관련 조례· 규칙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도록 주차 기간 및 공간, 제공 대수 등을 최소한으로 제공하고 소방, 보안, 경찰, 선거관리 등의 공무수행 차량에 대한 예외적인 정기등록 시 소속기관으로부터 공식 공문을 받아 실시 |
전라북도 내 14개 시·군의 공영주차장 관련하여 조례와 시행규칙을 살펴보았다.
<지차제 공영주차장 운영현황 (2021.05)>
지자체 | 부설주차장 | 공영주차장 (노상+노외) |
유료현황 | 공직자 등에 대한 감면 규정 |
전주시 | 규칙 | 조례 | 유료 23개소 | 존재 |
익산시 | - | 조례 | 유료 6개소 | 부존재 |
군산시 | - | 조례 | 유료 3개소 | 부존재 |
정읍시 | - | 조례, 규칙 | 유료 1개소 | 부존재 |
김제시 | - | 조례 | 유료 1개소 | 부존재 |
남원시 | - | 조례 | 유료 2개소 | 부존재 |
완주군 | - | 조례 | 전부 무료 | 부존재 |
부안군 | 조례 | 조례 | 유료 1개소 | 부존재 |
임실군 | - | 조례 | 전부 무료 | 부존재 |
고창군 | - | 조례 | 전부 무료 | 부존재 |
순창군 | - | 조례 | 전부 무료 | 존재 |
진안군 | - | 조례 | 전부 무료 | 부존재 |
장수군 | - | 조례 | 전부 무료 | 부존재 |
무주군 | - | 조례 | 전부 무료 | 존재 |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각 시·군>
전주, 군산, 익산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자체는 상설시장 내 유료주차장을 제외하고는 무료로 공영주차장을 개방하고 있었다. 전주시의 경우 전주시청 주차장이 유료로 운영하고 있으며 시 청사와 소속기관의 부설주차장의 운영의 필요한 사항을 규칙으로 정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전주시의 관련 규칙을 살펴보니, ‘국회의원·도의원·시의원· 언론기관차량’ 주차요금은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순창군과 무주군의 경우 현재 유료공영주차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례에는 ‘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동차’는 주차요금 면제 대상으로 규정하는 포괄적 내용이 존재하고 있었다. 나머지 시·군은 공직자들에 대한 주차요금 면제·감면 규정이 따로 없었다.
지난 4월 우리 단체에서는 ‘공직자들의 유료공영 주차장 이용현황’ 관련하여 전주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바 있다. 공개된 자료에는 선출직 및 공직자들의 정기등록 이용현황을 확인할 수 없었다. 공직자들에게 정기등록을 통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청사 주차장의 경우 의정활동을 위한 일시적 면제 제공은 하고 있다’는 답변을 해왔다. 사실상 24시간 무료주차란 얘기다. 현실적으로 ‘의정활동’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일시적 면제’의 기준도 모호하다. 방문 목적을 명확히 규정하는 등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무자의 자의적인 규정 해석이 될 소지가 크다.
우리 일의 성격상 행정에서 주관하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관공서를 방문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한번은 회의 참석 차 전주시청을 방문했다가 주차권 발급을 깜빡했다. 주차권을 발급 받으러 다시 청사로 들어가기 번거로워서 회의 참석차 왔으니 봐달라고 어색한 애교(?)섞어 가며 버텨봤다. “안됩니다. 알 만한 사람이 왜 그래요!” 얄짤없었다. 당연하다. 규정이고 약속이니까.
특정 공직자 및 특정 신분에 대한 주차요금 면제 규정은 주차장 관리, 담당자의 일탈이 아닌 지자체 차원의 제도적 미비에 따라 관행적으로 발생한 측면이 많다. 공영주차장의 도입 취지에 맞게 시민이라면 누구나 차별당하지 않고 공정하게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 공공시설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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