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 숙 (민생희망국)
“짜장면 시키신 분~~”, 90년대 중반쯤으로 기억한다. 비행기, 마라도에서 짜장면을 주문해도 달려간다는 내용의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여기에 ‘빨리빨리 배달’ 하면 별점 5점이다.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의 배달문화는 가히 서커스 수준이다. 문득, ‘배달의 민족’ 유래가 궁금해서 포털 검색을 해보니 고대 ‘배달국’이라는 나라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부터 ‘밝은 땅’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아무튼, 지금은 배달문화가 우리 곁에 소비문화로 견고히 자리 잡고 있음은 분명하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온라인 시장은 예외였다. 코로나19사태 전부터 온라인 시장으로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확대되고 있었고, 이 불씨에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3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3조 7,628억 원 규모에 달한다고 한다. 전년 동월 대비 15.2% 증가했고, 모바일 쇼핑 비중이 70.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그중 쿠팡은 매출 규모로만 보면 이커머스 시장에서 국내 선두로 무섭게 치고 나가고 있다.
이제 온라인 플랫폼은 온 국민이 모이는 장터다. 플랫폼 사업자, 입점업체, 소비자들이 커다란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곳에 질서를 잡아줄 기본적인 룰rule이 필요하다. 높아진 온라인 쇼핑의 의존도에 맞게 법과 제도가 보호를 해줘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오프라인의 법체계로 1는 소상공인이 주를 이루는 입점업체들이 온라인 플랫폼 제공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 등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불공정거래뿐 아니라 검색·노출 및 광고 순위 알고리즘의 비공개, 고객정보 독점 등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할 수 없어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2의 입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판매자를 가지고 노는 쿠팡의 진실
다시 돌아가서, 이커머스 업계의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쿠팡의 얘기를 해보자. 쿠팡과 ‘로켓배송’은 세트다. 쿠팡은 새벽배송을 내세운 자체 배송 서비스로 ‘로켓배송’을 도입했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어젯밤에 주문한 제품이 새벽에 문 앞에 와있다니, 이게 가능해?
그런데 조금만 생각의 관점을 바꿔보자. 결국 누군가는 그 시간 안에 잠도 못 자고 일을 한다는 건데, 그게 과연 좋다고만 할 수 있을까.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쿠팡은 최근 1년간 수 명의 택배기사가 사망했다. 새벽배송이 부른 타살(?)이다. 불행한 일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쿠팡이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전략은 또 있다. ‘최저가’ 시스템이다. 로켓배송이 택배기사들의 건강권을 담보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면 ‘최저가’ 시스템은 입점업체들의 가격경쟁을 담보로 소비자들의 클릭을 부르고 있다. 쿠팡이 밀고 있는 ‘최저가’ 시스템에는 비밀이 있다. ‘아이템위너’시스템이다. 아이템위너는 쿠팡에 올라온 동일한 제품 가운데 가장 저렴하고 평이 좋은 제품을 노출 시키는 제도이다. 동일한 제품을 1원이라도 싸게 팔면 대표 판매자로 선정이 된다. 이렇게 아이템위너가 되면 독점적 판매 권한을 부여받게 되고, 기존 판매자가 올린 상품 이미지와 고객 문의 및 상품평 등을 모두 가져가게 되는 시스템이다. 한마디로 기존 판매자의 마케팅 노하우까지 탈탈 털어간다.
지난 5월 시민사회단체와 중소상인단체 주최로 아이템위너 피해사례 발표 좌담회가 있었다. 좌담회에 소개된 피해사례 중 한 건을 그대로 옮겨본다. “남성 의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광고도 넣고, 제품이 잘 팔려서 상품평을 잘 쌓아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중국 판매자가 계속 매칭을 하더니, 이제는 저희의 주력상품에 대해 가격을 낮춰서 대놓고 아이템위너를 빼앗고 있습니다. 시간대별로 100원씩 낮추는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새벽이 되면 잠잠해집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쿠팡의 아이템위너 시스템으로 피해를 본 사례를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이템위너가 소비자에게는 득이 될까?
쿠팡의 아이템위너로 인해 입점업체들의 치킨게임이 격화된다면, 소비자들에게는 득이 될까? 물론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온라인 쇼핑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몇백 원 정도?) 득이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초저가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적인 얘기다. 초저가 경쟁은 곧 제품 질 하락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쿠팡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주문했습니다. 제품명을 입력했을 때 상단에 맨 처음 나온 데다 사용 후기도 좋아 주문을 했는데 배송된 상품은 주문한 것보다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하위버전이었습니다.” 좌담회에 소개됐던 소비자의 피해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오랫동안 문제로 제기되었던 쿠팡의 아이템위너 시스템은 MBC 탐사기획팀에서 집중 보도하면서 다시 환기되고 있다. MBC에서 보도한 쿠팡의 문제점들은 이 외에도 다양하다. 쿠팡의 정산제도, PB상품 대놓고 밀어주기, 쿠팡이츠의 라이더 수수료 문제 등등.
‘나쁜기업’ VS ‘착한소비’
이커머스 업계의 최저가 경쟁, 새벽배송 시스템, 쿠팡만의 문제일까? 그럴 리가. 블루오션 시장을 대기업이 그냥 놔둘 리 없다. 롯데, 신세계, GS 등 대형유통업체들도 새벽배송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치열한 레드오션을 우리는 이미 마주하고 있다.
‘쿠팡 완주 물류센터 건립 지역경제 활성화 견인 기대’, 지난 3월 우리 지역 신문과 방송에서 연일 떠들어 댔다. 우리 지역에 쿠팡 물류센터가 들어오면 몇조 원의 경제유발 효과가 나타나며 수천 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설레발을 친다. 모 일간지는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라고 고객이 묻게 될 때까지 고객의 삶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는 기업”이라고 쿠팡의 시스템을 칭송하고 있다. 씁쓸하다. 대기업이 없는 우리 지역에 대규모 물류센터가 들어올 수 있다는 희망에, 오죽하면 저럴까 싶다. 그렇다고 그 언론의 기사에 공감한다는 것은 아니다.
난 언론에서 말하고 있는 쿠팡 물류센터의 ‘핑크빛 청사진’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어리석지 않다. 돈만 많이 벌면 ‘장땡’이라는 대기업과 쿠팡의 사악한 행태를 이미 직·간접적으로 접했기 때문이다. 나무위키에서 쿠팡 물류센터의 급여 및 복지에 대해 언급을 한 내용이 있다. ‘급여 및 복지 부분에 관련하여 매우 열악하다. 법정 최저임금을 간신히 맞추는 수준이다. 우선 급여는 2021년 기준으로 주간의 경우 일급 69,760원, 야간의 경우 일급 104,640원을 주는데 쿠팡의 노동 강도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다. 물류센터 관리직이라도 쿠팡의 정직원은 아니다.’ 판단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몫이다.
이제, 온라인 플랫폼 거래는 문화며 흐름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판매업체는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거래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소비자들의 의식 있는 소비문화, 질서를 잡아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적어도 출혈경쟁의 잔인한 ‘치킨게임’은 사라지지 않을까?
소비자인 나는 배송이 조금 지연되더라도, 제품이 몇백 원 비싸더라도 괜찮다.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것들을 누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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