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원글모음/› 회원기고

[이슈] 카카오택시 유감

| 박우성 (투명사회국)

 

 

신학기가 시작됐다. 아이들 학용품을 사러 문구상점에 갔는데 아이들이 골라온 문구용품 디자인 중에 카카오캐릭터가 유난히 많았다. 연필과 지우개, 공책, 그리고 실내화까지 품목도 다양했지만 비슷한 다른 제품에 비해 값이 비쌌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픈했다는 한옥마을의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샵에 한 번 들렀다가 진열된 상품의 사악한 가격을 보고 까무라칠 뻔한 기억이 있다.

 

아무튼 그 캐릭터들 가운데, 생긴 건 분명히 곰돌인데 사자라고 해서 날 당황시켰던, 라이언(Lion이 아니라 Ryan)이라는 캐릭터는 카카오의 김범수 사장이 모델이라고 한다. 최근 언론의 입길에 오르내린 적이 있어서 얼굴을 알게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느낌이 비슷하다. 무슨 기사였지? 맞다. “기존 방식으로는 풀 수 없는 사회문제해결을 위해 무려 5조에 이르는 사재를 기부한다는 발표였다. 전남 담양에서 농사를 짓다 상경한 부모님이 단칸방에서 5형제를 키웠다는 입지전적인 과거와 업체 설립 10년 만에 국내증시 시총 10위 달성(20213월 현재 9)이라는 성공신화에 더해 이제는 빌게이츠를 롤모델 삼아 대기업 기부 문화의 선례를 만들어내겠다는 그의 당찬 포부에 박수를 보내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시점이 묘하다. 김범수 사장이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것은 2월 초의 일이다. 그런데 그보다 이른 1월 중순, 친인척을 포함한 가족들에게 카카오 주식을 증여한 것을 두고 카카오를 자녀들에게 넘겨주기 위한 이른바 재벌식 승계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처음 카카오는 김범수 사장의 자녀들은 카카오나 카카오의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지 않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며칠 뒤 카카오의 지주회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각주:1]에 두 자녀가 1년 남짓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와 별도의 사업거래가 없고 김의장(김범수 사장) 개인 회사인 터라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는 식으로 해명하면서 이러한 의심을 더하게 만들었다.[각주:2]

 

카카오는 이미 2019년 계열사를 포함한 총자산규모가 10조를 넘어서며 IT업계에서는 최초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었다. 김범수 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기존의 재벌들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으며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생각이 없다고 밝힌바 있다. 또 작년에는 우리나라가 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 미흡한 점이 많다면서 기업의 선한 의지를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이번 기부 약속이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그동안 일부 기업들이 이윤의 사회 환원, 인재양성, 소외계층·문화예술 지원 등의 목적을 내세우며 공익법인(재단)을 설립한 뒤 실제로는 지배력을 확장하거나 기업승계를 도모하는 등 사익을 편취하는 용도로 악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김범수 사장의 구체적인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현재 카카오는 온라인 시장의 절대 강자다. 포털업체인 다음과 합병하면서 그 덩치와 영역이 더욱 커졌고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서비스와 카카오페이나 카카오택시 등 온라인 금융과 모빌리티 서비스 등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기존의 산업재벌과 유형은 다르지만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하며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다.

 

 

무섭게 확장하는 카카오 서비스 중에서 유독 눈에 띄게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는 것이 바로 카카오택시다. 카카오택시는 폰에 설치된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택시들 가운데 제일 먼저 수락을 누른 택시가 배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 지역에서도 가맹택시가 생기면서 카카오택시를 호출한 뒤 다른 빈 택시가 3~4대 지나가도록 배정된 택시가 도착하지 않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 나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 카카오택시를 부르고 택시가 오는 경로를 확인해보니 출발지가 한참 떨어진 곳이다. 이미 배차를 받아 오는 기사 분을 생각하니 취소를 할 수도 없어서 그냥 기다렸지만 대부분의 택시가 카카오택시 앱을 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상하다.

 

 

 

 

도착한 기사 분께 물어보니 대뜸 카카오가맹택시에 콜을 우선 배정해서 그렇다는 얘기를 한다. “우리는 배정된 콜을 거부할 수가 없어요. 호출된 곳이 멀어도 무조건 가야 해요. 그런데 손님은 오래 걸렸다고 불평을 하고,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대로 서둘러 가느라 위험하고.” 가맹택시를 해서 콜이 늘어나긴 했냐고 물으니 확실히 늘었다고 대답한다. “가맹택시에게는 우선배정을 해서 기본적인 콜을 맞춰주니까 손해는 아니다는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 해 경기도는 실태조사를 통해 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 정황을 파악했다며 공정위에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배차알고리듬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가맹택시와 호출 앱만을 사용하는 일반택시 간의 배차 조건이 다른 것은 분명하다. 물론 이것이 공정거래위반인지, 이와 관련된 제재수단은 무엇인지와 관련해서 논란이 여전하다.[각주:3] 하지만 편리하다고만 여기던 카카오택시가 지금과 같은 성장을 거듭해서 시장을 장악해 버리면, 불편해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리는 못된 독점기업의 행태를 따라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카카오의 성장은 프로그램 런칭 초기부터 보여준 다른 업체의 고객대응과는 차원이 다른 사용자 친화력이 한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온라인 비즈니스가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될 것을 정확히 예측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겠지만 무료 앱이면서도 친절하고 재미난 사용설명과 세심한 서비스,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갖춘 캐릭터 개발 성공 등이 사용자들의 호감을 샀고 이른 통해 그야말로 국민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의 위상을 갖게 하였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온라인 서비스 업체가 이익을 얻기 위해서 다양한 사업모델을 시도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카카오택시의 경우처럼 배타적인 형태의 경쟁력(이득을 더 얻기 위해 기사들이 수수료를 감수하고 가맹택시에 가입하는 것)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불편(앱만 사용하는 일반택시가 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는 가맹택시가 배차되어 오래 기다리게 되는 것)을 끼치는 방식은 매우 불공정하고 불합리하다. 게다가 일반적인 프로그램 개발의 과정에서 언제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의 서비스와 기능 개선에 참여한 (택시기사와 이용객을 포함한) 수많은 사용자들을 토사구팽하는 셈이니 더욱 화가 난다.

 

 

이런 일을 두어 번 겪은 뒤, 나는 당장 스마트폰에 있는 카카오택시 앱을 삭제해버렸다. 그럼 택시호출이 필요할 때 어떻게 하느냐고? 요즘 나는 우리 지역 택시호출 앱인 한옥택시와 한지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카카오택시 앱에 비해서 조금 촌스러운 느낌이다. 카드결재 연동도 되지 않고 목적지 입력도 안 되니 불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앞으로도 요놈(!)들을 이용해가며 프로그램 업데이트에 도움이 되길 기대해볼 작정이다. 대기업이 무조건 싫어서가 아니다. 이럴 때 제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결국 호갱신세를 면치 못 하는 법이니까.

 

 

 

 

 

 

  1. 케이큐브홀딩스는 2019년에만 카카오로부터 12억이 넘는 배당금을 챙긴 투자회사. 김범수 사장의 남동생과 아내 및 자녀가 직원의 전부인 가족회사다. [본문으로]
  2. 쓴 돈이 번 돈 6김범수 가족회사 케이큐브미스터리”, 김경락·최민영 기자, 한겨레, 2021126, http://www.hani.co.kr/arti/economy/it/980354.html [본문으로]
  3. 카카오T, 가맹콜 몰아주기차별인가, 권리인가”, 김명은 기자, e대한경제, 202138,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103062128096180965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