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보리밭에 가면
맑은 가난과 속삭여
섬진 보리밭
겨울로 가면
아무리 삶이 쓰라려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목숨의 장엄한 지붕들 있다
살아갈수록 환하게
드세어지는
황금의 우렁찬 뿌리들 있다
살아라 살아라
살을 에이며
종소리로 씽씽씽 떠밀려 가는
눈보라 저 거친 머리 위에
더 큰 봄 있다
‘봄’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물으니 아이들의 첫 대답이 ‘개학’입니다. ‘새싹, 공부, 시작, 따뜻하다, 출발, 꽃’도 있습니다. 학교의 시작은 곧 ‘봄’입니다.
여학생 7명이 졸업한 자리에 남학생 5명이 입학했습니다. 시골 작은 학교에는 귀한 2명의 전학생도 남학생이어서 대번에 운동장 축구 골대 두 개를 모두 쓰는 진귀한 풍경이 가능해집니다. 겨우내 운동장이 그리웠던지 부슬부슬 빗속에도 공을 차는 아이들의 활기가 ‘진짜 봄’의 시작을 알립니다.
1990년 대학 새내기 시절, 과대표로 씩씩하고 당차게 감성과 논리를 조합하여 자신을 표현하고, 여러 사회 부조리와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갖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특유의 시원한 웃음과 능수능란한 꺾기 신공을 곁들여 주현미의 ‘수은등’을 불러 우리의 우울한 불안을 날려주던 유난히 까만 얼굴에 반짝이는 눈빛이 매력적인 친구였습니다. 만 30년 넘는 세월 동안 든든한 신뢰와 우정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교사로서 인간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바르고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함께 하는 친구입니다. 저의 친구이자 우리 단체의 오랜 후원회원인 전주예술중학교 오도영 선생님이 올 ‘봄’에는 타의로 아이들 곁을 떠나 있습니다. 긴 세월 다져온 강건함으로 이겨내고 얼른 다시 아이들과 함께 ‘진짜 큰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 친구이자 동료교사로서 소원합니다.
글 | 이형월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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