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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시] 초여름의 노래 - 문태준

 


오늘은 만물이 초여름 속에 있다


초여름의 미풍이 지나간다


햇살은 초여름을 나눠준다


나는 셔츠 차림으로 미풍을 따라간다


미풍은 수양버들에게 가서 그녀를 웃게 한다


미풍은 풀밭의 염소에게 가서 그녀를 웃게 한다


살구나무 아래엔 노랗고 신 초여름이 몇 알 떨어져 있고


작은 연못은 고요한 수면처럼 눈을 감고 초여름을 음미한다


초여름은 변성기의 소년처럼 자란다


하늘은 나무의 그늘을 펼치고


하늘은 잠자리의 날개를 펼친다


잠자리는 산 쪽으로 날아간다


나는 잠자리의 리듬을 또 따라간다


초여름 속에서 너의 이름을 부르니


너는 메아리가 되어


점점 깊어지는 내 골짜기에 산다


 


 


훅, 여름이 다가왔습니다. 교실 문을 나서면 끼쳐오는 끈적임이 벌써부터 머리를 아프게 합니다. 답답한 건물 밖으로 나가보지만 마땅한 그늘을 못 찾고 결국엔 다시 마스크를 쓴 채 들어오게 됩니다. 개학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 쉬는 시간마다 축구를 하던 1학년 아이들도 이제는 운동장에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올 여름은 폭염이 길다는데 참 걱정입니다.


유월 초여름은 서서히 더위에 적응하는 시간이 되어야 할 텐데 초(初)를 느낄 겨를도 없이 본 계절로 진입하다 보니 사람도 자연도 따라가지 못하고 축축 쳐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운동장에는 이동식 스프링쿨러가 뱅뱅 돌며 잔디에 물을 뿌리고 있습니다. 강당 옆 앵두는 열매가 크기도 전에 데인 듯 시컴시컴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시큼달달한 앵두 익기만 고대하며 들여다보던 제 마음도 타들어갑니다.


시험이 끝나면 6월 상순에 학생들과 학교 텃밭의 매실을 따 청을 담는데 그전에 장마가 올까 걱정입니다. 체육시간 끝나고 선생님들이 준비한 얼음 동동 시원한 매실차를 내년에도 먹어야 할 텐데요. 5월 초 학교 텃밭에 심은 옥수수들은 날마다 쑥쑥 커서 아이들 어깨만큼 자랐습니다. 곧 아이들 키를 넘길 것이고, 잘 여문 옥수수 한 솥 가득 삶아 다같이 오물오물 먹겠지요. 더위 속에서도 역병 속에서도 아이들과 할 일들이 있습니다. 훅 다가온 여름도 역병도 견디고 이겨볼까 합니다.



글 | 이형월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