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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의 글] 오래된 미래, 5·18 민중항쟁 40주년에

글 | 김완술 회원


 


 

1.

올해는 5·18 민중항쟁이 일어난 지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역사는 기억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우리 전북에서도 해마다 5·18 민중항쟁을 기념해 왔습니다.

1980518일 새벽, 전국으로 계엄을 확장한 신군부의 계엄군이 전국의 대학에 진주했습니다. 소총에 착검을 하고서 진주한 공수특전단은 비무장의 학생들이 모여있던 전북대학교 농성장을 포위하고 소리 없이 기습작전을 감행했습니다. 당시 전북대학교 농성장에는 계엄군의 출동소식을 접하고도 농성을 풀지 않은 학생 40여명이 군인들로부터 학교를 지키겠다고 농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광주에서의 잔인한 폭력의 전조로 이세종 열사가 전북대학교 농성현장에서 계엄군에 살해되었습니다. 계엄군에 의한 최초의 살육이었습니다.

 

2.

중국에서 시작되어 아시아, 유럽을 거쳐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에게 일상의 재조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 방향이 어디로 흐를지 쉽게 짐작되지 않습니다.

코로나19의 지역전파를 막기 위한 거대한 사회적 연대는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역을 봉쇄하지 않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유증상자를 광범하게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의 정부, 의료기관, 시민사회가 긴밀하게 연대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세계의 주목을 받는 모범적 대처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같은 보건위기는 경제위기를 동반합니다.

보건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거대한 사회적 연대가 경제위기 국면에서 고용위기에 내몰리는, 경제적 약자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연대로 확장될 때에, 코로나19의 위기는 극복될 것입니다.

이제 일상 속에서 보건위기를 넘어가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일상생활의 영역에서 요청되는 시기를 슬기롭게 지나, 고용위기에 내몰린 경제적 약자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연대를 실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3.

동학농민혁명 125주년이 되는 2019,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 511(당시 음력 47일 기준)로 제정되었습니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라도 53개 지역에 집강소가 설치되었습니다.

집강소의 설치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동학농민들이 봉기한 이유는 단순한 핍박과 착취 때문만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개벽(後天開闢).

왕조의 명()을 갈지() 않고서는 희망이 없었기 때문에 봉기한 것입니다.

자신들 모두 시천주의 존재임을 자각하여 스스로 자기 삶의 주체로 거듭나려는 민중들의 피와 땀과 눈물과 한숨과 기쁨의 숨결이 터져 일어난 것입니다.

 

4.

코로나 19가 휩쓰는 산천에 봄이 깊어 다시 오월을 맞이합니다.

5·18 민중항쟁은 40주년이 되었습니다.

19805.

전북 곳곳에서 민주정부수립을 위한 정치일정 이행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거세게 일었습니다. '유신잔재 청산하라'.  '민주일정 제시하라'.  '거국내각 구성하라'.

도심 곳곳은 매일 최루탄의 연기로 코끝이 얼얼했습니다.

고립된 광주와 연대하려던 신흥고등학교 학생들의 527일 시위는 5·18 민중항쟁 기간 동안 전국 유일의 고등학생 시위로 기록되었습니다.

이후 꾸준히 이어지는 진실과 책임, 배상과 명예회복, 기억을 요구하는 전국적인 투쟁으로 번져나갔습니다.

 

5.

5·18 이후 고립된 열흘 동안 광주 민중들은 저항과 나눔, 자치와 연대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습니다. 주먹밥과 피를 나누면서 단 한 건의 범죄도 일어나지 않는 수준 높은 도덕성을 보여줬습니다. 모두가 주인이 되는 민중 자치를 구현해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했습니다. 각계각층이 하나 되어 차별 없는 평등세상을 구현했습니다.

민중 스스로 역사의 주체임을 자각한, 대의를 위한 보편주의 정신의 발로였습니다.

5·18 민중항쟁은 지역과 관련된 어떠한 요구도 없었습니다.

한 세기 전 동학농민혁명군이 그랬던 것처럼 인류 보편의 평등과 민주와 자유의 실현을 주창했습니다.  5·18민중항쟁이 지역적 투쟁으로 고립될 수 없는 명백한 이유입니다.  동학농민혁명과 동일한 이유로 5·18민중항쟁은 세계사를 선도하는 민중주체의 운동입니다.

 

40주년 5·18 민중항쟁은 민주주의를 정치영역에서 사회경제영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모든 사회세력이 적극적으로 연대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코로나19의 후폭풍으로 극심한 고용위기에 내몰릴 비정규직과 하청노동자, 여성들과 청년들의 절규에 귀 기울여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절박한 생존권 요구에 화답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앙과 지방의 정부, 의료기관, 시민사회가 긴밀하게 연대하여 코로나19의 위기에 대처하듯 모든 사회세력의 연대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삶을 위한 모두의 연대가 생활 곳곳에 스미는 다시 개벽의 그날을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