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커스/› 회원기고

[마음시] 합일 - 김해자


거기 밖이 무너지고


여기, 안으로 삼켜져


눈 감는 음절들


거기까지 너였다,


여기까지 나였다,


경계가 차츰 무뎌지고 무너지다


문득 모든 말들이 끊긴다


하지 못한 말,


이미 한 말,


들이키고서야 합쳐지는 입과 입


여기서부터 검은 숲,


침묵이 범람한다


말하면서 동시에 사랑할 수 없다


나조차 잊어버려야 나로 돌아갈 수 있다


너조차 잊어버려야 너에게 들어갈 수 있다


 



 





나이가 든다는 건 별 게 아니다. 타인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나이 듦이 아닐까 싶다.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마음이 깊어지고 등, 이런 말들을 뭉뚱그리면 결국 타인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곧 자기애가 그만큼 깊어졌다는 뜻일 게다. 나를 사랑하는 만큼 타인도 사랑하는 것이다. 나를 응시하고 받아들이고 말할 수 있다면, 타인의 삶도 존중되고 이해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이와 합일이 되는 좋은(?) 관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런 사람인데 너는 그런 사람이구나 판단할 뿐이고, 나와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달라도 그런가보다가 될 뿐이다. 나와 가까운 이라면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이미 짐작이 되는 것이고, 낯선 이라면 그의 선택을 통해 그를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들이키고 삼켜야 되는 불필요한 말이 줄고, 생각의 다툼도 줄어든다. 또 상대를 안정된 마음에서 바라보게 되어 관계 안에서 불편은 느끼지만 불안하지는 않게 된다. 편안한 사람이라는 칭찬 아닌 칭찬도 듣는 것이다.


2020년 드디어, 반백을 사는 나이가 된다. 더 나이를 생각하게 되고 나를 바라보게 된다. 나이가 주는 무게감을 입으로, 몸으로, 마음으로, 삶으로 발현하는 가벼운 한 해를 살고 싶다.


글 | 이형월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