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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시] 징검돌을 놓으며 - 문태준








물속에 돌을 내려놓았다

동쪽도 서쪽도 생겨난다

돌을 하나 더 내려놓았다

옆이 생겨난다

옆에

아직은 없는 옆이 생겨난다

눈썰미가 좋은 당신은

연이어 내려놓을 돌을 들어올릴 테지만

당신의 사랑은 몰아가는 것이지만

나는 그처럼 갈 수 없다

안목이여,

두 번째 돌 위에 있게 해다오

근중한 여름을 내려놓으니

호리호리한 가을이 보인다

 





 

돌 하나를 놓으니 동서가 생기고 또 하나를 놓으니 좌우가 생긴다. 하나를 더 놓으면 뭐가 생길까. 여름은 근중하고 가을은 호리호리하다. 진지하고 차분하고 무게가 있는 여름, 날씬하고 키가 큰 가을, 새롭다, 자꾸 읽게 된다. 나를 내 옆을 내 생각을 다시 본다.

여름의 한가운데, 몸도 마음도 묵지근하다. 연일 무더위보다 태풍보다 더 무거운 소식들이 뉴스로 전해지지만, 무더운 여름은 이제 가고 곧 선선한 가을이 온다. 요모조모 다듬고 쳐내고 정돈한 단단한 징검돌을 하나 놓고 딛고 서는 가을이 또 오는 것이다.


글 | 이형월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