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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의글]‘웃기는’ ‘빤스’ 이야기

글 | 서용운 회원 (임마누엘교회 목사)



글의 제목을 붙이고 보니까 영 점잖지 못하고 마치 호기심이나 자극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요. 하지만 여러 번 생각을 해보아도 이보다 잘 맞는 제목이 없을 것 같아서 이렇게 정했습니다. 왠 ‘빤스’ 이야기냐고 하지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꽤 오래 전이기는 하지만 목욕탕에서 정말 웃기는 빤스를 보았습니다. 미국 돈이나 우리 돈 무늬가 들어간 것, 어떤 것은 화투 무늬 ‘고도리 빤스’도 보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웃기는’ ‘빤스’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마 ‘참치’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듣고 보셨겠지요. 지금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소위 한기총(한국기독교 총연합회)이라는 단체의 대표로 있는 전 아무개 목사의 말입니다. 지금 이 나라는 청와대, 국회 할 것 없이 온통 주사파 빨갱이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위태위태하니 예수 믿는 사람들이 모두 분연히 일어나서 나라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일을 위해서 천막을 치고 단식기도를 시작하겠다고 했습니다. 듣고 있던 기자가 전 목사 당신은 며칠이나 할 것이냐고 물으니 자신은 당뇨가 있어서 오래는 못하고 하루 정도만 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루씩 릴레이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지요. 십 수 년 전에는 어느 집회에서 “여신도가 나를 위해서 빤스를 내리면 내 신자고 그렇지 않으면 내 신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하니 제가 글을 쓰면서도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웃기는 목사’로 텔레비전에 나와서 웃기는 말 많이 하는 장 아무개 목사는 만약 북한이 침략해올 경우 자신과 자신의 교인을 포함한 남한 사람 2000만 명이 목숨을 걸고 북한 사람 2000만 명을 죽이자. 그리고 남한 사람들이 부지런히 자녀를 낳으면 금방 인구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니 ‘웃기는 빤스’ 같은 말 아닙니까? 


제가 오늘 드리고 싶은 말은 왜 그들은 이렇게 웃기는 사람들이 되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1930년대 유명한 부흥사였던 길선주 목사라는 분이 있었는데, 평양을 중심으로 크게 활동을 했습니다. 그 때 수많은 대중들 앞에서 공산주의를 ‘말세의 사탄’이라는 말을 했지요. 사탄이라는 말을 쉽게 말하면 ‘악의 축’이므로 단호하게 물리쳐야만 하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그 뒤로 6·25 전쟁 통에 북한의 공산정권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온 목사들을 중심으로 ‘공산주의=사탄’이라는 것을 몸소 증언하면서 교회를 세웠고 지금껏 덩치를 키워왔습니다. 그래서 ‘기독교=반공’이라는 등식이 세워진 것이지요. 



때마침 남한의 반공 정권과 반공 기독교가 궁합이 찰떡처럼 잘 맞아떨어졌던 탓에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쭉 그렇게 해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교회가 ‘빨갱이 빨갱이’하면서 결과적으로 반공 정권과 기독교가 서로 큰 이득을 본 것이지요. 그런데 이제 시대가 달라져서 빨갱이라는 색깔이 연해지니까 지레 겁을 먹고 생존에 위협을 느낀 일부 목사들이 이처럼 ‘웃기는 빤스’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데, 그것은 차라리 마지막 절규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냉정하게 한 말씀 더 드리자면, 그들이 섬기는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빨갱이라는 우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저도 ‘교회밥’을 먹은 것이 어느덧 30년 가까이 되어서 그 은혜에 보답을 못할망정 교회를 이렇게 까발려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이런 글이라도 써서 왜 그렇게 웃기는 사람들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웃기지 못하는’ 목사로서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참치’에서 글을 써달라는 연락을 받고 여느 때와는 달리 은근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앞서서 길선주 목사에 대한 이야기 했습니다만, 다른 한 분을 덧붙입니다. 소위 ‘여순 반란사건(1948년)’ 때 두 아들을 죽인 ‘빨갱이’를 자신의 양자로 삼으신 분이 있습니다. 손양원 목사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분을 ‘사랑의 원자탄’ 같은 분이라고 하였고, 얼마 전에는 그 분에 대한 영화가 TV에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똑같이 예수를 믿어도 이렇게 다르고, 삶의 자취 또한 다릅니다.  


예수께서 하신 말씀으로 글을 마칠까 합니다. “너희들끼리만 인사를 건네고, 너희들끼리만 사랑하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고 하셨습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라”고 하신 다음에 덧붙이신 말씀이지요. 행여 여러분 가까이에 ‘빨갱이’ 같은 이가 있어도 미워하는 마음 좀 줄여보시고 어색하더라도 인사 나누면서 살아가면 어떨까 합니다. 날씨도 무더워지는데...... 저도 지나고 보니 누구를 미워해서 별로 얻을 것이 없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서용운

님은 별로 잘 웃기지 못하고 빨갱이도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 전주 임마누엘교회 목사다. metase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