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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지역 스스로의 힘을 통해 지역만의 무언가를 만들어야

글 | 박우성 (투명사회국)


지난 6월 5일 전북대학교 링크사업단 및 민주평화당 전북희망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지역현안 진단과 대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떠나는 전북청년, 보고만 있을 것인가”였으며, 전북지역의 청년들이 서울·수도권 등 대도시로 떠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제안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의 패널로 참여한 박우성 투명사회국장의 발언 내용을 요약해서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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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토론회가 마련된 것이 반갑습니다.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모든 것이 서울 중심으로 집중되고 ‘지방’이 겪고 있는 정치적인, 경제적인, 사회문화적인 격차와 소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전문적인 통계자료와 분석으로 이루어진 오늘 발표 내용과 관련해서 깊이 있는 문제 제기나 반론을 펼치지는 못하겠고, 시민의 수준에서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질문에 앞서, 청년인구의 유출이라는 문제는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의 정책과제 속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앞서 발제 내용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인구의 감소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단순히 숫자가 얼마나 변동되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한 삶, 또는 만족스러운 삶을 위한 여러 가지 조건들을 어떻게 갖추어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청년 인구의 유출 역시 청년 세대의 문제만이 아니라 서울을 중심으로 사회 전반에 뿌리 깊이 구조화 되어 있는 지역 소외의 결과라는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대책을 생각해야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첫 번째 질문은,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지방에 조성된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을 2018년 18%를 시작으로 2022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입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지난해 지역인재 채용 비율이 평균 23.4%, 목표치보다 높게 나왔다고 자랑을 하더란 말입니다. 그런데 통계를 보니까 전북은 19.5%였습니다. 제주도가 제일 낮은 19.4%고 전북이 그 다음으로 낮았습니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부처도 옮겨오고 공공기관도 옮겨왔는데, 사실 지금 혁신도시에 가보면 이게 과연 지역에 잘 뿌리내리고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금요일 오후만 되면 인근 원룸에서 지내던 직원들이 다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고요, 실제로 혁신도시는 주말이 오히려 더 썰렁하다고 합니다.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지역인재 의무채용이라는, 말하자면 밥상을 차려준 셈인데 우리는 차려준 밥상마저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씀입니다.



이 제도를 보면 지역 인재를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하고 목표까지 제시하는데, 표를 보시면, 부산은 벌써 30%가 넘었어요. 대구도 27.7%입니다. 울산은 23.8%, 평균이 넘습니다. 전북에 온 공공기관이 다 해봐야 6개 밖에 안 되지만, 아무튼 그거라도 좀 챙겨서 지역 일자리 만들어야하는 것 아닌가요? 정부와 공공기관이 사례를 만들어 가면서 지역 발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좀 문제의식이 부족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지자체장이나 의원들의 정치력이나 관심이 부족한 것 아닌가 이런 질문을 드립니다.


두 번째 질문은 전북에 특화된 정책이 무엇이어야 하는 겁니다. 선거 때만 되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화려한 정책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옵니다.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하고, 그러다보니까 막 카지노를 들여오겠다는 소리도 나오고, 재벌기업한테 공짜로 땅을 줘서 큰 백화점이나 짓겠다고 하고.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 개발을 하고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하는 그런 얘기는 정말 옛날 방식입니다. 달라져야 합니다. 그리고 일자리가 전주만 팡팡 늘어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지역은 힘든데 전주만 일자리가 늘어나고 그래서 청년 인구가 늘어난다는 기대는 허상입니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의 정책목표를 생각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실적만을 염두에 둔 정책들을 급하게 만들다보니까 청년들의 필요에 기반한 정책들이 아니라 이름만 그럴듯한 홍보성 아이템만 개발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북이 좋은 점이 무엇일까요? 전주가 다른 지역에 비해서 좋은 점이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청년들을 포함해서 사람들이 전주에 살고 싶어 할 장점이, 매력이 무엇이냐는 겁니다. 지역이 살기 좋아지려면 사람을 키워야 합니다. 지역이 사람을 키우는 일에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기관과 지자체는 그런 사례를 만들어내고 영향을 끼쳐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하는 사업들을 보면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을 거의 소모품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사업이 결과 중심으로 진행되다보니까, 인건비는 다 계약직, 단기 아르바이트 이런 식으로 경비절감하고 그 사업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사업의 대상도 그야말로 대상에 그칩니다. 그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내느냐에 대한 고민이 없이 몇 명한테, 몇 차례, 비용 얼마. 그렇게 숫자로 된 결과보고서만 남습니다.



저는 전북의 장점이 규모가 크지 않은 지역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휴먼 스케일이라고 하던데요, 여기는 두 세 사람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에게 연결되는 작은 공동체라는 거지요. 익명성이 없어지다 보니까 젊은 사람들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지고 제약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을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로 활용할 수 있다면 큰 자산이 됩니다. 우리 지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사업들을 돌이켜보면, 남부시장 청년몰사업이 있고요, 로컬푸드 사업이 있습니다. 둘 다 외부의 무언가를 들여온 사업이 아니라 내적인 동력을 활용한 기획이었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동한 것은 로컬리티였습니다.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에서 중앙을 향해 기웃거리는 것, 중앙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여기에서도 할 수 있다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 스스로의 힘을 통해 지역만의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러한 지역성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지고 지역사회의 공감대와 인식이 제대로 확립된다면 청년들이 자신들의 참여를 통해 무언가를 성취해내는 경험을 가지도록 하는, 결과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과정을 통해 성장하도록 하는 그런 정책이 개발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