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형월 회원
뒤꿈치라는 말
복효근
뒤꿈치라는 말 새삼 예쁜 날 있다
남의 것도 내 것도 들여다 볼 겨를 없던
지난 시절에는 몰랐던 것
앞만 보고 살아왔던 시절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뒤꿈치
보아달라고 이제는 돌아볼 때가 되었지 않느냐고
거북등처럼 굳은살이 까칠까칠 바늘을 세운다
슬픔과 눈물을 짓이기는 데나 쓰였던,
대답 없는 땅을 구르는 데나 쓰였던 것
한 생애를 요약하면 뒤꿈치의 두께가 될까
앞꿈치로 조심조심 다가가야 할
꿈을 가졌다는 것이,
앞 끝에 힘을 주고 용수철처럼 일어선다는 일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까치발 딛고 비상을 도모하며
넘어져 깨어져도 즐거웠던 날들 뒤엔
묵묵히 굳어가는 것이 있어
꿈꾸던 세포들이 한쪽으로 몰려서 뒤꿈치를 이루었다
땀 냄새 고이 받쳐 안고 굳어진 시간의 바깥쪽
꿈의 알들은 화석이 되어가는지
거칠어서 이쁜 이름이 이렇게는 있다
통증에 시달린다. 허리, 등, 발목, 손목, 무릎, 팔꿈치 등이 돌아가며 아프다. 지금 최고는 발뒤꿈치다. 허리와 같이 아픈 바람에 방치하다 올 4월부터 치료를 시작했는데 만성이 되어 치료 기간이 길 듯하다. 때늦게 뒤꿈치 보호를 위해 앞꿈치로 조심조심 다니고 있다.
엄마의 발뒤꿈치는 꺼칠꺼칠한 굳은 살이 박힌 채 늘 갈라져 있고 만지면 따끔따끔했다. 어른 되면 다 엄마처럼 되는 줄 알았는데 나는 여전히 맨들맨들 보드랍고 엄마는 아직도 까끌까끌 따갑다. 엄마의 꿈은 내 딸들의 뒤꿈치는 당신과 달랐으면 하는 것이었나 싶다. 덕분에 내 뒤꿈치는 늘 부드럽지만, 대신 우리 아이들의 엄마인 나는 뒤꿈치가 아픈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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