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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의글] 5월은 푸르구나... 너희들은 자란다

글 | 서용운 회원


어쩌다 이창엽 사무처장을 ‘야간비행’에서 만난 것이 결국 화근(?)이 되어서 또 한 번 글을 쓰게 되었군요. 책꽂이에 꽂아둔 ‘회원통신’을 꺼내서 보니 2014년 12월에 제가 쓴 글이 있더라고요. ‘뜨악’했습니다. 벌써 4년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마치 금년 봄날처럼 말입니다. 


5월이 되니 어린이날 불렀던 노래가 문득 떠올라서 오늘은 그 얘기 좀 해볼까합니다. “5월은 푸르구나...... 너희들은 자란다”라고 제목을 붙여보았습니다만, 원래 가사는 다들 아시는 대로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이지요. 그런데 “너희들은 자란다”라고 한 것은 우리는 그렇게 자라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렇지 못한 것 중의 하나를 말하자면 어릴 적 불렀던 노래입니다.


아주 어렸을 적 불렀던 ‘동무들아 오너라’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동무들아 오너라 서로들 손 잡고 노래하며 춤추며 놀아보자 낮에는 해동무 밤에는 달동무 우리들은 즐거운 노래동무” 아마도 이 가사를 읽으시면서 저절로 흥얼거리는 분들 많으시겠지요. 옛날에는 참 많이 불렀습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이 노래는 흔적 없이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들리는 소문에는 ‘동무’라는 말을 북쪽에서 쓰는 말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 뒤로 새로운 노래들을 학교에서 배웠는데 얼마나 죽자살자 불렀으면 지금도 기억하겠습니까? “원수의 총칼 앞에 피를 흘리며 마지막 주고 간 말 공산당은 싫어요”(노래 제목은 ‘공산당은 싫어요’이고 부제로 이승복의 노래라고 붙은 곡) 


그 다음 곡 틀어드립니다. “일하시는 대통령 이 나라의 지도자 삼일 정신 받들어 사랑하는 겨레여 새 역사는 시월 유신 정신으로”(시월 유신의 노래) 적어도 제 기억에 이 노래를 가지고 학교에서 반 대항 합창대회를 했습니다. 똑같은 노래를 재생해서 한나절 쯤은 들었을 것을 상상해보세요. 얼마나 끔찍한 짓인지요.


마지막 곡은 조금 더 올드한 것입니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오던 날을 ...... 이제야 갚으리 그 날의 원수를 이제냐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이 노래 제목은 말씀드리지 않는 것이 독자에 대한 예의이겠지요.


전혀 푸르지 않은 5월, 우리들은 그렇게 자랐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에게는 정말 푸른 5월같이 자라게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푸른 노래들을 함께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란 우리 교회 아이들입니다. 노래는 마치 꽃씨처럼 심어놓으면 크고 자라서 향기나고 열매 맺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 이면에는 어릴 적 불러야만 했던 노래들에 대한 끔찍한 기억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지요. 하는 일이 목사라서 또 교회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 이해해주시기 바라면서 우리들의 노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 합니다. 


우리 교회는 8월 광복절 전에 ‘평화통일주일’을 정하여 지내고 있는데, 실은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쳐주고 부르게 하는 것이 전부이지요. 아직 글을 모르는 어린 아이들부터 큰 아이들까지 봄부터 매주일 부르다보면 정말 잘 익혀서 하는 것이 신비롭기도 합니다. 아이들 귀에는 전혀 생소한 것일 텐데 조금도 어려워하지 않고 얼마나 재미있어 하는지 모릅니다.


그 동안 우리가 부른 노래들입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요금 오만원...... 경적을 울리며(빵빵) 서울에서 평양까지 꿈 속에라도 신명나게 달려볼란다” (2012년에 함께 부른 노래인데 아이들은 ‘빵빵’ 소리를 제일 크게 냈습니다.)


“가보고 싶어 꿈이라도 좋아 금강산 너머 압록강까지 만나고싶어 이름 모를 친구 어떤 선물을 참 좋아할까”(차봉숙 작사, 주현신 작곡, 2012년에 부른 노래), 


그 밖에도 ‘작은 연못’, ‘터’, ‘이 작은 물방울 모이고 모여’, ‘담쟁이’,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햇볕 한 줌 될 수 있다면’- 이 노래는 촛불 가수로 알려진 손병휘를 초대해서 함께 불렀습니다. 




작년에는 ‘연평도’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가사는 이렇습니다. “바람이 분다 돛을 펼쳐라 연평도에 가자...... 꽃게를 잡으면 함께 나누자 평화의 바다로 가자 남이나 북이나 바다는 하나 평화의 물결로 만나자” 김현성 작사 작곡이고, 최세실리아라는 가수가 불렀는데 작년에 우리 교회에서 초대해서 함께 노래했습니다. 특별히 작년에는 남북정상 회담이 열려서 노래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그리고 에피소드 하나, 글자를 알아볼 만큼 큰 아이들이 시내 전북대 병원 앞 쯤을 부모들과 차를 타고 가다가 ‘연평도’라는 식당 간판을 보고 “저기 연평도가 있다”라고 소리치며 좋아했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노래는 금년 8월에 부를 노래입니다. “백두산으로 찾아가자 우리들의 백두산으로 신선한 겨레의 숨소리 살아뛰는 백두산으로...... 온 힘으로 벽을 허물고 모두 손 맞잡고 오르는 백두산이여 꺾이지 않을 통일의 깃발이여” (윤민석 글. 곡 1990년에 ‘노래마을’ 2집에 실린 곡) 


백두산 천지를 찍은 동영상과 함께 우리 아이들하고 함께 노래 부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두근두근하고 마음이 설레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며 함께 부르다 보니 어느새 저도 푸른 어린이가 다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도 자란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애들이나 어른들이나 모두모두 푸른 5월이 되시길 빕니다. 




서용운 

전주 임마누엘교회(한국기독교 장로회) 담임목사이고, 유선옥의 남편이고, 민·윤의 아버지이다. 엊그제 ‘안골편지’라는 책을 또 펴냈다. metase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