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형월 회원
초등학교 6학년 어머니날에
선물 사드린다고
돈 십원 움켜쥐고 돌아다녔어.
붉은 카네이션과 함께
꽃무늬 손수건 사드렸는데
돌아가신 뒤
그날 어머니 웃음 생각나네.
어린 맘에 흥정할 엄두도 못 내고
눈으로 물건을 고르느라
전주 남부시장을 열댓 바퀴 돌면서
골랐던 그 꽃무늬.
‘같이 점심 먹을라고 밥해놨는데 올래?’ ‘어? 약속 있는데. 내일 가께.’
‘씨래기국 끓여 놨는디, 가져갈래?’ ‘맛있어?’ ‘내가 아냐, 니네가 맛있어야지. 나는 쪼끔만 있으면 됭게 냄비째 가져가.’ ‘어, 이따 가께.’
올 한 해 엄마랑 밥도 자주 먹고 가끔 나들이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똑같다. 바빠 죽겠는 것처럼 엄마에게 내놓는 시간은 늘 인색하다. 점심 해 놓고 오라셔도 못 간다 하고, 내 빈 시간에 불쑥 찾아가 후다닥 밥만 얻어먹고는(나는 한참 걸려도 변변찮은데 엄마의 뚝딱 밥상은 손이 가는 따끈한 것들이 늘 있다.) 또 내 볼 일 보러간다. 내년이면 쉰이 다 되는 딸이 할 일인가 싶다가도 엄마한테는 이게 재미야 스스로 위로한다.
어버이날 앞두고 두 아이와 같이 갔다. 딸아이가 엄마에게 자꾸 소리를 친다. 엄마는 할머니한테 왜 맨날 화만 내냐더니 이제 저도 할머니 앞에서 자꾸 고함을 지른다. 엄마한테 하지 말라더니 너는 왜 할머니한테 소리 지르냐 물으니 피시시 웃는다. 귀가 어두운 할머니에게 엄마가 큰 소리로 말한 것을 이제는 딸도 안다. 엄마는 못 알아들어도 그런가보다 서운해도 그런가보다 그러고 살고 계신다.
어버이날 엄마랑 다슬기수제비 한 그릇 같이 먹었다. 한 그릇 맛나게 비우시는 걸 보니 우리 엄마가 수제비를 좋아하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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