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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진보정당의 정치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경한(공동대표)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선거 결과는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조국혁신당의 돌풍, 그리고 국민의 힘의 참패와 정의당의 몰락으로 정리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국민의 힘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을 통한 국민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이 심판해 준 열매를 가져갔다. 유권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준 조국혁신당의 돌풍이 있기는 했지만, 이번 선거는 거대양당의 체제가 굳건함을 확인해 주었다. 거대양당의 체제 강화는 소수정당이 설 자리를 없애 버렸다. 소수정당, 특히 정의당이 제21대 국회에서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임을 받아들이면서도, 거대양당이라는 승자독식의 선거체제가 가져온 결과라는 점에 대하여도 비판적인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다양한 민의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소수정당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거대양당,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제22대 국회에서 위성정당의 폐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거대정당의 위성정당 설립은 유권자의 민의를 왜곡함으로써 소수정당의 국회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거대양당의 짝퉁 정당인 위성정당을 창당하여 국회 의석을 얻은 후에 다시 거대양당과 합당하는 처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민의를 왜곡하면서 거대양당이 의석을 독식해 가는 행위를 방관해서는 안된다. 거대양당의 꼼수 놀음은 이제 멈춰야 한다. 아니 우리가 멈춰 세워야 한다.

 

소수정당의 장자 격인 정의당은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고서 소멸의 길로 밀려났다. 진보당 등이 자존심을 버리고 더불어민주당과 연합하여 의석 몇 자리를 확보했을 뿐이다. 이제 정의당은 진보당 그리고 조국혁신당으로 대체되고 말았다. 정의당의 소멸은 스스로 진보하지 못한 진보정당의 현실에서 비롯되었다. 플랫폼 노동자 등과 같이 급변하는 세계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국민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정치적 효능감의 상실로 인하여 전통적인 지지 기반마저도 잃고 말았다.

 

소수 진보정당이 여기서 끝은 아니다. 조국혁신당은 유권자들에게 선명성을 보여줌으로써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는데, 여기에 소수 진보정당의 답이 있다. 소수 진보정당은 자기 정당의 정체성을 강화하여 선명성 있는 정치로 국민 앞에 다시 나서야 한다. 국민에게 잃은 신뢰는 다시 국민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소수 진보정당은 지난한 노정을 다시 걸어야 한다. 그 길의 출발은 현장에 있다. 노동, 환경, 차별, 성평등, 사회적 약자 등과 같은 주제를 다시 선명하게 주장해야 한다. 거대양당이 주저하는 주제와 쟁점에 대해서 맹렬히, 신속하게, 실감나게, 진정성을 가지고 세상에 외치고 대안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 여전히 소수 진보정당에 애정을 지니고 있다. 거대양당의 틈바구니에서도 제3지대 정당으로서 소수 진보정당이 다시 살기 위해서는 대중조직의 기반을 재건해야 한다. 국민의 관심 주제를 토대로 국민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대중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소수 진보정당은 삶의 현장인 지역에 토대를 두고서 지역 조직의 기반을 갖출 필요가 있다. 소수 진보정당은 대중과 지역의 조직 기반을 다시 복원하여 국민과 연대하여 세상의 힘없는 약자들을 위하여 희망의 깃발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