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독단적으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지난 큰비에 실종자를 수색 중이던 해병대 채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습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이를 외면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국민을 서글프게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점에 정부는 새만금에서 열렸던 세계잼버리대회 실패의 책임을 묻겠다며 감사원 감사를 시작했고 정치권에서는 책임공방으로 시끄럽습니다.
실패로 끝난 세계잼버리대회에 대해 전라북도민들은 허탈합니다. 전 세계 4만명이 넘는 청소년과 스카우트 지도자들이 전북지역을 찾아서 야영대회 국제행사를 연다는 것에 기대도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언론보도에서는 이번 대회가 파행 운영되었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전라북도민 입장에서 보면 처참한 실패라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도민들은 전북을 세계에 알릴 기회라고 여겼는데 실망스런 결과로 오히려 창피만 당한 꼴입니다.
그런데 특정 세력들은 이번 잼버리대회 실패의 책임을 전북지역에 덤터기 씌우고 온갖 비난의 화살을 무차별적으로 쏴대고 있습니다. 전북을 비하하는 발언은 물론이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댓글들이 포털 사이트 기사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도민들은 실패에 대한 실망감이나 창피함에 더해 일부 세력의 몰상식한 비아냥까지 들어야 하는 억울하고 참담한 상황입니다.
여기서 꼭 한가지는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이번 잼버리대회는 2018년에 제정 공포된 ‘2023 세계잼버리대회 지원 특별법’에 의해 준비하고 진행한 국가행사라는 점입니다. 전라북도나 전주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했던 지역 축제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국가행사이며 국책사업이라는 점입니다. 이 특별법에 따라 여성가족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설립한 ‘2023 세계잼버리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의 종합계획과 세부 운영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관련시설 설치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밖에 세계잼버리의 원활한 준비 및 운영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까지도 조직위의 권한입니다. 그리고 특별법은 잼버리대회 관련 시설의 설치와 이용 및 사후 활용 등에 관한 계획 승인, 대회 준비와 개최에 관련한 범정부적 지원이 필요한 사항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정부지원위원회’를 설치하고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번 잼버리대회는 특별법에 의해 정부가 권한과 책임을 가진 국가행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도 실패의 책임이 전라북도에 있는 것처럼 비난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더욱 아쉬운 건 잼버리대회 과정에서 드러난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전북지역 정치력의 현실입니다. 지역정치를 대표해서 전북지역 국회의원 한 사람이 공동조직위원장으로 조직위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대회준비를 위해서 도대체 무얼 했느냐 하는 겁니다. 대회가 개최되는 시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악조건들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조직위가 준비를 제대로 못한 것이 이번 실패의 핵심적인 원인입니다. 공동조직위원장으로 참여한 지역 국회의원이 조직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데도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책임이 매우 큽니다. 권리당원을 압도적으로 많이 모아 당내 경선에서 이겨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하는 정치력이 정부와 조직위가 이번 대회를 제대로 준비하도록 견인하는 데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습니다. 물론 이 인사가 조직위 활동을 게을리하여 책임을 방기했는지, 본인 정치력의 한계로 인해 조직위 활동이 어려웠는지 알 수는 없으나 결론적으로 대회 실패의 책임 당사자 중에 한 사람인 건 분명합니다. 미약한 수준의 전북정치력은 잼버리대회가 실패하면서 아무래도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권한도 없는 전북을 희생양 삼으려는 지금의 분위기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잼버리대회 실패가 전북의 현안 사업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목소리들이 많습니다. 새만금 사업, 이차전지 산업단지 유치, 특별자치도 추진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은 모두 정부와 여당을 설득해야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 이 과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사업들은 사실 잼버리대회와는 무관하게 추진되어온 사업들입니다. 그러나 대회 실패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현 상황이 전북과 관련된 사업 예산 줄이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도민들은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새만금 개발의 시작은 1989년 기본계획이 발표되면서입니다. 35년째 지지부진 진행되면서 이제는 새만금이 도민들의 ‘희망 고문’이 돼버렸습니다. 물론 자연과 환경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반영해서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더욱 속도를 냈어야 합니다. 수도권에 위치한 인천공항 국책사업은 10년 정도의 기간 안에 계획과 착공, 매립과 건설, 준공과 개항이 이뤄진 반면 새만금 국책사업은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도 그 완성이 과연 몇 십년이 지나야 가능할까 알 수 없는 형편입니다. 급기야 국무총리는 새만금 개발 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한다며 전면 재검토를 발표했습니다. 그야말로 지역 정치력의 분발이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그동안 소외되어 ‘낙후’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전북 지역이 지속가능성과 새로운 변화가 함께 가능하도록, 새만금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모든 정치력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당내 경선 승리만 잘 하는 ‘방안퉁수’ 정치가 아니라 도민과 지역을 살리는 진짜 정치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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