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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탐방] 나을-‘청년’

인터뷰 · 정 | 김 숙

 
 

많은 청년 담론은 청년들을 위하는 척하지만 사실상 청년이라는 이름을 팔아 그 담론을 생산하는 본인의 가치를 높이고 이득을 도모한다. 이와 같은 이른바 청년팔이에 적극적으로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청년세대라는 개념 자체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더 나은 대안적인 세대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청년팔이 사회12

 

청년 시기를 겪었음에도 청년의 생각이 읽히지 않는다. 요 며칠 청년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잠을 설쳤다. 이게 다 그 사람 때문이다. 그와의 대화에서 조금이라도 기성세대느낌을 주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압박감이랄까.

 

 

나을협동조합

현판 글씨가 재기발랄한 나을협동조합’, 이곳에 33세의 청년 이정길 회원이 있다. ‘나을이 무슨 뜻인가요? “순우리말로 나아지다란 뜻이에요.” 나을협동조합의 이사장인 그는 지역에서 MC와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는 진행자다. 작년 5,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시기를 틈타 사진영상, 프리마켓, 디자인 등 5명의 다양한 분야의 또래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들은 전라감영로 거리문화 활성화사업, 객리단길 문화행사 등 다양한 마을문화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잠깐, 코로나19가 잠잠했던 시기가 있었던가, 더욱이 공연과 축제처럼 대면과 라이브를 특징으로 몸담아 온 사람들에게 코로나19는 최악의 환경일 텐데 이 시기에 창업이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요? “마침 협동조합 지원사업으로 프린터 등 몇 가지 비품 지원이 있더라고요. 그 도움을 일부 받아 창업을 했죠.(웃음) 그런데 아무래도 운영은 좀 힘들었어요. 특히 관에서 하는 사업의 경우 준비단계까지 갔다가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기도 했어요. 어디에 하소연도 못하고...그나마 우리 나을협동조합은 이벤트도 하고 있어서 버틸 수는 있었어요.”

 

 

 

 

이제는 오미크론 확진자가 20만 명에 임박한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게 사회적 분이기이다. 작년만 하더라도 비대면 방식을 코로나 종식 전까지의 임시방편 정도로 생각했다면, 위드 코로나로 가야 되는 상황에서는 비대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라이브커머스 공모사업에 지원해서 활동 했어요. 소상공인들의 다양한 상품들을 온라인 라이브 방송으로 소개하는 활동이에요.”  딱이다! 그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을 옆에서 지켜 본 적이 있었다. 우리 단체 첫 유튜브 방송. 어쩜 그리 재치, 순발력, 입담, 나의 어리버리를 참아내는 인내심까지, 우리 주위에 저런 인재가 있었나 싶었다. 라이브커머스 상품 겟!(get)

 

 

 

나을자만

, 어제 자만벽화마을을 갔다 왔어요. 자만마을에서 문화기획을 하셨더라고요? 7년 전, 그는 자만마을 촌장의 낙후된 마을을 바꿔보자는 제안을 받고 10여 명의 청년들로 구성된 나을자만을 만들고 문화마을 만들기 활동을 시작했다. “자만마을 촌장님께서 우연찮게 제 블로그를 보시고 연락이 왔어요. 처음에는 공연으로 시작했다가 문화예술분야까지 확장하게 된 거죠.”

 

 

달동네로 불리는 자만마을을 자본이 아닌 문화를 통해 마을을 활성화시키고 싶었다. 마을을 낫게만들어 보자는 나을자만활동은 지역의 청년문화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술은 공연장, 미술관, 영화관에만 있는 건 아니다. 지역의 문화기획자들은 마을 곳곳을 채우는 벽화에서부터 지역 주민들의 주체적인 참여까지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인다. “처음에는 축제하는데 동네 주민 중 몇 분들은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들도 많았어요. 몇십 년 살던 곳에 관광객들이 오고 가는 것이 달가울 리 없죠. 마을 촌장님이 중재를 많이 하셨어요.”

 

 

자만마을 축제

 

아쉬운 것은 도시재생 개념의 벽화마을 상당수가 잠시 이슈화될 뿐 관심이 떨어지면서 낙후되거나 상업화로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다. 내가 다시 찾은 자만벽화마을이 그랬다. 벽화마을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곳에서 생활하는 상인분들과 문화 예술하는 사람들과의 온도 차가 있는 거 같아요. 결국에 나오게 된 이유도 그런 문제이니까요. 청년예술인들은 공간이 필요한데 막상 그 공간을 기득권들이 갖고 있다 보니 그들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문화예술과 상업이 조화롭게 접목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남부시장의 청년몰은 전주시의 청년사장프로젝트로 청년창업의 성공 사례로 꼽히면서 중앙시장, 서부시장, 모래네시장까지 확장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폐업이나 폐업위기상태다. 남부시장 청년몰에 입주한 청년창업자들은 대다수가 디자이너와 창업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이다. 그들의 재능과 열정은 차고 넘치지만, 경제적 가치치환은 부족하다. “남부시장 청년몰은 문화 기획하는 사람들과 청년 예술가들이 주축이 되어 한옥마을의 기능을 잘 활용하면서 초창기에는 잘되었죠. 한옥마을의 기능이 빠져나가고 있는 지금은 폐업위기거든요.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컨트롤C+컨트롤V’식 무성의한 정책으로 인한 결과는 뻔한 거죠. 자금도 경험도 부족한 청년들을 입점시켜서 상권을 살리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정책이라고 봐요. 청년을 위한 정책과 예산은 계속 나오는데.....아쉽죠.”

 

 

 

지역-청년

창업이라는 게 단순히 자금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창업에서 정착하기까지 6~7년 걸리는 분야도 많아요. 그런데 지자체에서는 창업 자금을 주면서 형식적인 교육으로만 진행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실패만 반복하는 사례들이 많이 발생하는 거죠.”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지역의 청년 정책으로 이어졌다. 이번 대선 구도를 뒤집을 수 있는 부동층이 2030세대에 다수 분포되어 있다는 조사결과만 보더라도 정부와 지역의 청년 정책 아젠다는 아직도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많은 청년 정책 중에 체감하는 게 있겠지, 아무렴. “글쎄요, 단발성 정책들이 많다 보니 지역에 청년을 머무르게 하기에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몇몇 아주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정책을 잘 활용해서 창업해서 자리 잡는데 도움을 받기도 하더라고요.”

자치단체에서도 청년층과의 소통창구를 만들어 청년들에게 직접 정책 제안을 받기도 하던데요? “전라북도에서 진행하는 청년 정책포럼단에 참여해서 활동했었어요. 그런데 기억이 거의 없네요.(웃음)”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무심코 지나가는 연례행사에 불과했다는 거군요.

 

 

그 뒤로도 행정의 관계자들과 청년 정책 관련해서 의견을 나누고, 정책을 제안하는 몇 번의 자리가 있었죠. 그런데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얘기하면 뭐하나, 피드백이 되지 않는데그래도 계속 제안하는 이유가, 이렇게라도 하면 적어도 청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청년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생겨서 다행이라고 그는 애써 말한다.

 

 

정책이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청년 정책에서 청년 당사자들에게 공감 받지 못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청년을 바라보는 정책철학과 그들이 마주한 현실을 냉철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의 마음을 대변해 본다.

 

 

다른 지역에서 같은 일을 하는 청년들과 소통하나요? “이벤트나 MC협회가 있어서 가끔 지역의 얘기를 나눠요. 결국에는 다 비슷하죠. 그래도 서울은 시장이 넓으니까 기회가 다양하고 많아요. 기회가 많다는 건 전문성이 쌓인다는 거예요. 그런데 지역의 청년들은 시장이 좁다 보니 멀티가 될 수밖에 없어요. 한 분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거든요. 그러다 보면 전문성도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그렇다면, 지역활동의 비전은 있다고 보세요?

지역에 있는 청년들이 막연히 서울을 선망해서 지역을 떠나려는 게 아니에요.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청년들의 역량으로만 버텨야 하기에는 버거운 거죠. 지역에 기업이 별로 없으니 일자리가 없고, 그러다 보니 관에서 하는 각종 지원과 공모를 통한 보조금 사업에 연명하는 거 같아요. 사업계획의 심사는 심사위원이 하지만 평가는 소비자가 하는 것이 현실이에요. 자금만 던져주고 결과에 대한 평가를 관에서 제대로 하지 않으니, 매번 같은 현상이 반복 되는 거죠.”

 

 

 

청년 목소리 제대로 담겨야

그의 다양한 정책 참여 경험과 인터뷰 내용이 전체 청년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인터뷰 내내 그가 했던 말을 정리해봤다. ‘#공간’, ‘#기회’, ‘#관심’ ‘#지속성’.‘#다양성’, 청년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리라. 나의 청년이 그랬으니. ‘청년을 하나의 묶음으로 정의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MZ세대만 해도 연령대가 20~40대까지 아우를 정도로 범위가 넓다. 그만큼 청년은 다양하며 청년 문제 역시 다양하다. 청년 정책 또한 몇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그 안에서 결과를 도출해 내려 하니, 청년들은 공감하지 못한다. 청년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모 라디오 방송의 청년에게 청년공약을 묻다에서 한 청년의 인터뷰 내용을 잠깐 소개한다.

지금 저 후보들이 생각하는 청년은 어떤 존재이고 청년 정책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이냐 하는 게 캠프에서 깊이 논의되고 그것에 따른 청년 공약을 낸 건지, 철학이나 논의가 담긴 공약인지는 살짝 물음표가 드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