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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회원기고

[마음시]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정호승

 

나는 희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에는 희망이 없다

희망은 기쁨보다 분노에 가깝다

나는 절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졌을 뿐

희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나는 절망이 없는 희망을 가졌을 뿐

희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나는 절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은 절망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다

희망만 있는 희망은 희망이 없다

희망은 희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보다

절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이 중요하다

 

희망에는 절망이 있다

나는 희망의 절망을 먼저 원한다

희망의 절망이 절망이 될 때보다

희망의 절망이 희망이 될 때

당신을 사랑한다

 

 

 

 

 

                                                                                                                        글 | 이형월 회원

 

 

지난 시간은 늘 고단하고 가끔 그립습니다. 앞으로의 시간은 가끔 기대되지만 또 늘 두렵습니다.

돌아보면 올해의 삶에는 단상(斷想)마저 없었던 듯합니다. 그냥 한 날을, 한 주를, 한 달을, 한 해를 살아내느라 바빴습니다. 자꾸 밀려드는 숙제들에 치여 생각의 기회가 차단된 기분으로 살아온 듯합니다. 해소의 기회 없이 눌리고 눌려 딴딴해져 버린 마음, 그리워도 어찌할 수 없는 단절된 관계 속에서 불연속적인 토막토막의 시간을 살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한다고 해도 끝없이 이어지는 새로운 문제들과 상황 속에서 미숙(未熟)의 어른과 과숙(過熟)의 아이 사이에 낀 혼란의 시간이었습니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의 시대, 확신했던 확실도 뒤집히는 게 다반사인 시대, 개인이든 사회든 불안한 미래만큼 두려운 게 있을까요.

 

한겨울로 접어든 이른 아침 아파트들 지나 검은 그림자 산 너머로 불그스름한 빛이 보입니다. 태양은 보이지 않지만 거기 어디쯤 분명 있을 것입니다. 어둠 속에 보이는 붉은 기운이 해의 존재를 알리듯 절망의 끝에서야 겨우 희망도 보이지 않을까 희망 섞인, 그래도 그런 희망을 가져봅니다.

 

여러 의미에서, 건강한 송구영신(送舊迎新)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