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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의글] 남북교류사업에서 만난 북녘동포들

이미영 (회원)

 

  제21회 전북청소년통일한마당, 북녘동포에게 편지쓰기대회를 계기로 내가 만났던 북녘 동포들을 떠올려보았다.

 

  난 북녘 땅을 다섯 번 밟았다. 처음은 금강산에서 열렸던 ‘6.15 공동선언실천과 평화를 위한 남북여성통일대회’(2002.10.15.~10.17)에 참가하였고, 두 번째는 2004년 여름방학에 회혼을 맞이한 부모님을 모시고 금강산에 다녀왔다. 세 번째는 평양문화유적탐방(2005. 10.10~10.11)에 네 번째는 ‘청소년 평화통일의 숲 가꾸기“ 행사(2007. 5.4)로 개성공단을 청소년교육문화원 회원들과 함께 방문하였다. 다섯 번째는 전북교육청이 주관한 ’북녘 교과서 종이보내기 사업‘(2008. 10.1~10.4) 추진 일원으로 3박4일간 평양 교육 참관을 다녀왔다.

 

  나의 북녘 땅 여행은 지난 1990년대부터 조국의 평화 통일을 꿈꾸며 동료교사들과 함께 꾸준히 통일교육 실천을 위해 고심했던 발걸음이었다. 다섯 차례 방문 중 2002년 남북여성대회와 2008년 북녘 교육 참관 행사에서 만났던 북녘 사람들과의 만남을 더듬어본다.

 


  내 기억으로 2002년 당시 남북여성대회에는 각 계에서 활동하는 남, 북의 여성 각 각 300여 명씩 참가한 걸로 기억이 난다. 10월의 금강산은 푸른 가을 하늘과 금강송 사이 붉게 물든 단풍이 더없이 아름다웠다. 남북 여성들은 손잡고 금강산을 등반하기도 했고, 게임도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도 대학 교수인 북녘 여성과 계곡을 걸으며 학교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점심엔 동그랗게 모여앉아 원산에서 공수해왔다는 도시락을 먹었는데, 후식으로 나온 사과는 작고 내 어릴 적 먹었던 맛이었다. 식사 후, 제일 어린 남북 대학생들이 나와 어울려 춤을 출 때는 눈물이 핑 돌았다. 당시 우리 조에는 북녘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는 인민배우와 김일성대학 총장이라는 여성도 있었다. 당시는 6.15 공동선언을 한 직후라서인지 통일의 열기가 뜨거웠고, 남북의 만남도 자연스러웠다. 2박 3일간의 꿈같던 금강산 행사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떠나올 때는 차창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 여성들은 눈물을 훔쳤다. (아니 난 가슴 속 깊이 목 놓아 울었다. 무엇이 우리를 갈라놓는가!)

 

  다음으로 2008년 10월에 전북교육청에서 주관한 북녘 교육 참관 때 만났던 북녘 사람들이다. 우리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은 2006년부터 사)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가 주관하는 ‘북녘어린이 콩우유 보내기 사업’에 동참하여 매월 성금을 모아 양각도탁아소에 콩우유를 보내고 있었다. 이 얘기를 들은 우리 일행을 안내하던 가이드는 자신의 아들이 다니는 탁아소에도 콩우유를 보내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당시 우리 일행이 머문 대동강변 양각도 호텔 근처인데 탁아소를 가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동강변 을밀대에 올라가는 도중 한 학급의 초등학생들이 모여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우리 일행을 보더니 중국인으로 착각하여 “니하오”라고 인사해서 난 “애들아! 우리는 남한에서 온 사람들이야”하고 대답해주었다. 아이들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또 하루 일정은 붉게 물든 묘향산을 답사하였다. 묘향산으로 가는 버스 차창 밖엔 사람들이 늘어서서 벼 베기가 한 창이었다. 묘향산 만폭동 계곡 가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부근에서 야유회를 온 근로자들이 노래하며 놀고 있었다. 점심을 먹은 우리 일행은 자연스럽게 근로자들과 노래 배틀을 하였다. 그리고 고향의 봄, 아리랑 등 민요를 다 같이 흥겹게 부르니 한겨레임이 실감났다. 참관 일정으로 예술영재들이 다닌다는 금성학원을 방문, 음악, 미술, 무용 수업 중인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을 참관하고 수준급인 아이들의 공연도 보았다. 그러나 이날 잊지 못할 추억은 교육 참관을 마치고 저녁 식사 후 양각도 호텔 지하에 있는 노래방에서 만난 다양한 나라의 외국인들이었다. 대부분 여행 온 사람들이었다. 노래방은 칸막이가 없고 중앙에 무대가 있었다. 스웨덴, 독일 등 유럽팀, 중동팀, 인도 사람들, 그리고 우리팀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돌아가며 자기 나라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마지막엔 어깨를 걸고 다 같이 아리랑을 불렀다. 그들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해 주었다.

 

  2008년 10월, 북녘 교육 참관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대부분 민간교류사업도 멈추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북녘 땅 여행도 중단되었다. 다만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에서 주최하는 6.15공동선언 기념, 전북청소년통일한마당‘ 행사에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거나 진행을 도우며 마음을 다잡아오고 있다. 2018년 전북교육감 선거에 출마했을 땐 ’남북청소년통일한마당‘개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리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등학교 옛 친구들과 함께 통일노래가사바꿔부르기대회에 참여하였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평화의 한반도가 되면 전북의 청소년, 교사들과 함께 백두산 기행을 꼭 하고 싶구나.

 

- 2021 제21회 전북청소년통일한마당 '북녘동포에게 편지쓰기' 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