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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회원기고

[마음시] 살아 있다는 것 - 드니스 레버토프

잎사귀와 풀잎 속 불이 
너무 푸르다, 마치
여름마다 마지막 여름인 것처럼

바람 불어와, 햇빛 속에
전율하는 잎들, 마치
모든 날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연약한 발과 긴 꼬리로 
꿈꾸는 듯 움직이는
붉은색 도롱뇽

너무 잡기 쉽고, 너무 차가워
손을 펼쳐
놓아 준다, 마치

매 순간이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Living
by Denise Levertov

The fire in leaf and grass
so green it seems
each summer the last summer.

The wind blowing, the leaves
shivering in the sun,
each day the last day.

A red salamander
so cold and so
easy to catch, dreamily

moves his delicate feet
and long tail. I hold
my hand open for him to go.

Each minute the last minute.

 

 


 

이형월 (회원)

 

 앞에서 오던 여학생이 흠칫 놀라더니 살짝 비켜 걷는다. 뭐지? 가보니 발랑 뒤집힌 채 딴 세상으로 간 커다란 매미에 개미들이 잔뜩 붙어있다. 그 순간 쨍쨍거리는 매미떼 울음소리가 귀를 때린다. 길가 양쪽에 늘어선 가로수들의 크기와 밀도에 따라 깜빡임 없는 경광등 소리가 머리 위에서 가까워졌다멀어졌다 하는 느낌이다. 막바지 여름, 악다구니같은 그들의 울음에 간절함마저 느껴져 애잔함 마음이 든다. 나뭇길을 벗어나 풀밭으로 가니 매미만은 못해도 풀벌레 여럿이서 우는 소리가 시끌사끌하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말이 있지만, 한때의 왕성함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그것뿐일까. 매미도, 풀벌레도, 여름도 절정의 순간이 분명 있다. 존재하는 그 시간에 의미를 담아내고, 매 순간을 열심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자신이다. 길에서 개미떼에게 육신을 뜯기는 최후의 헌신을 한 매미도 뜨거운 여름을 살았을 것이다.


 뜨거운 여름 한철이 가면 또다른 한철이 온다. 새벽 바람이 쌀랑하니 벌써 가을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