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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회원기고

[마음시] 모내기

 

                                                                   시 | 박성우

 

 

 

 

소나무아랫골 못자리에

고무장화 당겨신고 든다

 

모쟁이와 못줄잽이와

모잽이도 없이 늦모내기하려고

황톳물 이는 모판을 뗀다

 

볏모뿌리 안 뜯기게 모를 쪄서

지푸라기로 묶어내던 시절은

거머리 떼며 논두렁국수를 말던

할부지 할매를 따라간 지 오래여서

농기계수리소 다녀온 이앙기가

써레질 끝난 논둑에 대신 나와 있다

 

걷는 걸음걸음 초록발자국이 찍히는

이앙기의 발가락은 몇이나 될까

흙범벅 트럭에 모판을 옮겨싣고

아득바득 우겨 지나가는 논둑길,

 

물 뿜어대는 양수기가 요란케 바쁘다

밥벌이 일터 동료와 나도 이래저래

고꾸라지고 나엎어지면서 일손 보탠다

 

물꼬에 술렁술렁 손 헹구던 만석댁,

솔밭 길 바삐 거슬러 집으로 가니

무논에 걸음을 끌던 햇발도 서녘으로 든다

 

닭장엔 실한 암탉이 한 마리 줄고

만석양반 코 고는 소리가 하늘 들쑤셔,

별들이 말똥하다

 

 


 

| 이형월 회원

 

 

운동장 바로 앞 농로에 물이 넘실넘실하더니, 풀만 가득했던 논에 찰랑찰랑 물이 차고, 어느새 초록의 모가 도로가에 한가득 심어져 있습니다. 출퇴근길 휙휙 지나치는 잠깐 동안이라 이앙기는 보지도 못하고 어느새 여기저기 심어진 모들만 보입니다.

 

기계 지나간 자리 헤싱헤싱한 곳은 주인 한 분이 남아 부지런히 손을 놀려 메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농로에 물이 넘치는지 제 집에서 모내기를 하는지 모릅니다. 모내기철이면 온 가족이 나와 논일을 했던 제 어릴 적 기억과는 많이 다릅니다.

 

입에 똬리 새내끼 끝 문 채 빨간 함지박 지고 앞서는 엄마 뒤를 주전자 하나씩 들고 쫄래쫄래 따가라던 나와 동생이, 논둑에서 온몸 가득 흙을 묻히고 머퉁이 먹어가며 줄을 잡던 작은오빠가, 행여 더뎌질까 부지런히 모판을 들고 날랐을 큰오빠와 아버지가, 얼큰히 취한 얼굴로 이런저런 노래를 당기고 부르던 동네 어른들이 가물가물 떠오릅니다.

 

그때는 우리집 모내는 것을 온 동네가 다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