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남규 (정책위원장)
최근 민주당의 메가시티 구상에 대해 전북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도 있겠지만 지역사회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 민주당의 메가시티 구상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고 거기에 한마디씩 던지는 듯한 분위기이다. 과연 메가시티 정책이 전북에 도움이 될까? 그래서 ‘메가시티? 왜?’라고 질문을 던져본다.
메가시티(megacity)란?
메가시티는 거대도시를 일컫는 말이다. 과거에는 메가시티를 3백만 인구, 8백만 인구 도시를 의미했지만 최근에는 1천만 인구 도시로 점점 더 규모가 커지고 있다. 메가시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경쟁력 있는 국제적인 도시 사례에서 정책의 근거를 두고 있다. 또한 도시의 효율성, 미래의 사회에는 도시집중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메가시티’=‘메가시티 문제’라는 비판적인 주장도 있다. 주택, 교통, 에너지, 환경(쓰레기 등)의 각종 도시문제들이 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동시에 메가시티는 급속한 경제 성장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저성장시대에는 맞지 않는 정책이며, 고령화 시대에 ‘늙어가는 도시’ 문제를 낳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글을 쓴 동기는 과연 우리나라에 맞는 정책인지 충분한 토론 없이 메가시티 정책을 수용하는 듯한 분위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추진보다 메가시티가 현 시점에서 과연 필요한 정책인가?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부합되는가? 도시 통합으로 인한 사회적·지역적 불균형 문제를 해소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마치 ‘메가시티 정책 = 수도권 집중 해소 = 행정수도 완성의 발판 =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단선적인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름만 바뀐 지역통합론 - 메가시티, 전북의 손익계산서는?
결론은 메가시티 정책은 강자끼리의 연합으로 중·소도시와 농·산·어·촌의 공동화를 재촉할 것이다. 실제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도시가 광역시들이고 군 단위 기초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실행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제 이명박 정부의 행정통합 정책의 결과로 통합한 도시는 창원시(2010년, 마산·창원·진주)과 청주시(2014년, 청주·청원) 두 곳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통합론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지역은 영남권이다. 영남권은 통합의 효과(인구수와 경제권)가 가장 큰 지역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역뉴딜 정책(지자체 주도형뉴딜사업)에 근거를 두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해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러한 지역통합 논의를 보고하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다음으로 관심 있게 살펴 볼 지역이 충청권이다. 세종시와 대전시가 통합논의에 적극적인 반면 청주시는 통합의 결과로 얻을게 많지 않아 보인다. 이미 통합한 청주시는 세종시로 인구가 유출되고 있는 문제를 계속 제기해왔다. 같은 권역 안에서도 득과 실이 예상되는 것이다. 그동안 충청권은 세종시가 들어섬으로써 많은 수혜를 받았다. 민주당이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해야한다는 주장을 함으로써 지역 통합과 상관없이 더 많은 수혜가 예상 된다.
지리적인 여건을 볼 때 제주도를 통합 논의에서 제외하고 보면, 문제는 호남권과 강원권이다. 그나마 광주·전남권은 규모가 된다고 하더라도 전북과 강원은 규모면에서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서 나온 표현이 '강소권 메가시티'다. 강소권 메가시티? 큰 놈끼리 통합해서 공룡을 만들어 놓고 "너희는 작지만 강해져야한다"는 논리인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렇듯 불 보듯 뻔한 메가시티 정책에 대해 전북의 입장 어떤가? 최근 송하진 지사에 이어 김승수전주시장, 정헌율익산시장의 관련 발언이 이어졌다. 지역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일, 송하진도지사는 신년사에서 ‘새만금권 광역화와 전주완주 통합은 물론 보다 범위를 확대한 전북형 메가시티 구축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승수전주시장 역시 지난 6일에 ‘전주·완주 등 전북 시·군 통합 논의에 긍정적 의사를 밝히며, 주민이 실질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초광역통합 도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 7일에는 정헌율익산시장이 ‘전북의 성장 동력인 새만금을 활용한 군산·김제·부안과 익산을 포함한 메가시티 조성으로 전주권 등 광역도시와 함께 두 개의 신성장의 에너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전주·완주 통합 논의가 메가시티 구상과 결합되어 광역화(도시통합) 논의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장단을 맞출 것이 아니라 차라리 반대를 하든지, 지역 민주당은 당원 수 자랑만하지 말고 정치적인 파업을 해야 할 상황이다. 과연 지역을 위한 일인가? 민주당 전북도당은 찬반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전북은 이명박정부의 광역경제권 정책에서 호남권(광주·전남·전북)에 속했다. 그러나 각종 지원정책이 광주·전남에 쏠리며 상대적 역차별만 받아왔다. 때문에 송하진 지사가 들고 나온 것이 ‘전북 몫 찾기’이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어떠한 통합정책에서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주·완주 통합 시도가 실패했고, 전주시의 특례시 지정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 또 메가시티 구상이라니, 이와 관련 전북정치권이 내놓은 대안은 속빈 강정일 뿐이다. 특히 새만금-전주 광역화 발상은 더욱 그렇다. 30년~40년이 지나서도 도시 규모가 갖춰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새만금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 차례나 실패한 전주·완주 통합론을 비빔밥 재료로 또 쓰고 있다. 하지만 지난 총선때 국회의원 배지를 싹쓸이한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 그저 말없이 동조하는 모양새다. “메가시티? 왜?” “새만금-전주완주 메가시티, 그게 말이 돼?” 지역 민주당은 철저한 검증을 통해 반대를 하거나, 정치적인 파업을 해야 맞다. 당원 수 자랑만 할 일이 전혀 아니다.
메가시티가 아니라 생활권 통합, 도내 지방정부끼리의 과감한 협력이 우선 필요하다.
전북정치권은 전국적인 흐름, 이른바 대세에 밀려 뒤늦게 편승하는 분위기다. 메가시티는 실현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도 없다. 정부와 민주당의 이러저러한 지원 가능한 기회를 놓칠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새만금-전주·완주권 메가시티 발언은 그야말로 고육지책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우리지역 내부의 변화와 혁신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생활권 통합, 도내 지방정부끼리의 과감한 협력이 그것이다.
우선 전주·완주의 경우 서로 협력해서 해결해야 할 것이 많다. 버스를 포함한 대중교통(도로를 포함한 광역교통망)과 산업·경제 영역에서의 협력, 그리고 로컬푸드를 전주·완주 로컬푸드로 가져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혁신도시에서 전주·완주가 공동으로 행정서비스를 할 수 있고, 교육 분야에서도 시·군 경계를 넘어서 학군을 조정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만금행정구역을 놓고 진행되고 있는 갈등을 협력 모델로 풀어가는 방법도 모색되어야한다. 제도적으로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법이지만 ‘공동지방 정부’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을 놓고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생활권 통합논의가 필요한 이유는 전주·완주 통합 시도가 실패한 것에서도 교훈을 찾을 수 있다. 당시 전주·완주 통합논의는 정치·행정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전주시장과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단체장의 회전식 자리 이동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고, 최규성국회의원과 김완주 도지사에게 통합 실패의 책임을 돌리는 식의 말이 회자 되었을 뿐, 정작 주민투표의 당자사인 완주군민들의 이야기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전주의 각종 공공시설을 완주로 이전해 준다는 수혜적인 논리를 넘어서는 지역 발전 비전이 없었고, 공간적인(행정) 통합이 되면 주민이 행복해진다는 식이었다. 당시에도 전주·완주 통합은 찬·반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통합이냐가 중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주목하는 이가 없었다. 우리지역에서 메가시티 발언이 전주·완주통합 + 알파로 논의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참고자료>
① 문재인 정부의 지역균형뉴딜 정책 문재인 정부의 지역균형 뉴딜정책은 △한국판 뉴딜 지역사업과 △공공기관 선도형 뉴딜사업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발굴·추진하는 지자체 주도형 뉴딜사업로 구분한다. 이 중 지자체 주도형 뉴딜사업 중 ‘행정구역 광역화’가 바로 ‘메가시티’ 구상이다.
② 더불어 민주당의 메가시티(3+2+3)정책 -. 그랜드 메가시티 : 수도권, 동남권, 충청권 -. 통합형 메가시티 : 대구경북, 광주전남 -. 강소권메가시티 : 강원도, 전라북도, 제주도
③ 이명박 정부의 광역경제권(5+2) 정책 -. 전국을 5대 광역 경제권으로 통합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충청권(대전·충북·충남) △호남권(광주·전남·전북) △대경권(대구·경북) △동남권(부산· 울산·경남) -. 강원권(강원도)과 제주특별자치도는 2대 특별광역 경제권으로, -. 이밖에 △남북 접경지역 △강원 폐광지역 일대 △경북 북부지역 일대 △전북 등 덕유산 지역 일대 △경남 서부지역 등 지리산 지역 일대 △도서 지역권 일대는 ‘6대 낙후지역’으로 지정해 관광·레저·여가특구로 개발한다는 정책
④ 타 지역 메가시티 논의 현황(출처 : 전라북도자치분권포럼, 이성재 전북연구원/ 축약) -. 대구·경북권 : 대구·경북행정통합연구단구성(2019.02)->주민의견수렴(2020.05) ->공론화위원회 출범(2020.09)->공론화연구단구성(2020.10) -. 부·울·경(동남권) : 동남권상생협약(2018.06)->동남권발전계획수립착수(2020.03) ->경남지사 대통령 보고(2020.10)->동남권메가시티 계획 확정(2021한) -. 충청권 : 대전시의 세종시통합주장(2020.07)->대전·세종상생협력업무협약(2020.11) ->충청권메가시티공동합의문 채택(2020.11) -. 광주·전남권 : 광주시장 통합제기(2020.09)->전라남도찬성입장표명(2020.09) ->시도지사통합합의문 서명(20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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