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형월(회원)
눈 오는 날엔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는 게 아니라
마음과 마음끼리 만난다.
그래서 눈 오는 날엔
사람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딴 데 가 있는 경우가 많다.
눈 오는 날엔 그래서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다.
일 년에 한두 번 시 감상문 쓰기를 꼭 합니다. 학생들이 현재 자신의 삶이나 생각과 연결할 만한 시를 몇 편 골라 미리 주어 읽게 한 후, 마음에 끌리는 시를 필사하면서 떠오르는 경험이나 감상을 쓰게 합니다. 처음에는 난감해 하다 가도 금방 집중해서 글을 씁니다. 학생들의 글을 읽으면서 시를 참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게 됩니다. 대개 학생들은 자신의 아픔과 상처, 고민을 씁니다. 시를 빌어 자신을 보여주는 거지요. 그렇게 자기 이야기를 쓰다 보면 스스로 정리가 되는지 시 감상문 쓰기를 학생들은 좋아하는 편입니다. 시 한 편이, 친구들의 인정이 학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줍니다.
집, 학교, 마트, 엄마 집. 요즘 제가 가는 공간들입니다. 동선이 단조로워지고 만나는 이들도 한정되다 보니, 지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티격태격해도 나갈 곳이 없으니 집에서는 오히려 잔소리를 줄이게 되고, 식탁에서는 가급적 좋은 얘기 즐거운 얘기를 하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조심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너나 없이 마음을 맞춰가며 배려하니 힘든 상황에서도 늘 웃음 속에 생활하며 기운을 내게 됩니다.
서로, 마음 아프지 않게, 지금 여기를 소중히 여기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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