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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시] 천변 아이 - 박준

 


게들은 내장부터 차가워진다


마을에서는 잡은 게를 바로 먹지 않고

맑은 물에 가둬 먹이를 주어가며

닷새며 열흘을 더 길러 살을 불린다


아이는 심부름길에 몰래

게를 꺼내 강물에 풀어준다


찬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에 가는 한밤에도


낮에 마주친 게들이 떠올라

한두 마리 더 집어 들고 강으로 간다







지난해와 올해 직장과 대학교에서 20대 청춘들을 가까이서 보는 시간이 많았다. 근 30살 차이나는 그들을 찬찬히 지켜보며 여러 생각들을 하였다.

그들 속에 있지 않아서 그들의 모습을 조금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는데, 첫 인상은 ‘분명하다’였다. 그들은 주변인들에게 웃음을 띠며 인사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를 표하며 예의를 갖추었다. 그런데 묘하게 그 이상의 친밀감은 없었다. 동년배끼리도 깍듯이 예의를 차리는 모습에 오히려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감이 들었다. 조용히 자신의 일을 똑 부러지게 처리하고, 업무적인 실수도 거의 없었다. 예의를 갖추되 선(線)을 넘지 않는 분명함이 있고, 자기 생각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행동으로 봤을 때 준비된 어른의 느낌이었다. 우리 세대가 이야기하는 정(情)을 말하고 느끼기까지는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사실 그들도 그런 마음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알게 모르게 교육이 변하고 세상이 변하고 문화가 변하면서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도 변한다. 20대 청춘이 낯선 것은 이런 까닭이 아닐까 싶다. 물론 반대의 상황도 같이 일어난다. 사람이 먼저 변화하면서 문화와 사회가 그 흐름에 보조를 맞추고 세상이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갖는 기본과 상식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가 지난 11월 창립 20주년 행사를 치르며 20살 청년, 어른이 되었다. 기본과 상식을 지키되 변화하는 사람과 사회에 맞춰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재정비하여 더 큰 어른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 | 이형월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