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형월 회원
애썼다.
봄이 오면 나무들에게 그렇게 말해야지.
애썼다.
꽃이 피면 꽃들에게 그렇게 말해야지.
고맙다.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니.
얼마나 힘들었으면 날 버리고 갔겠니.
애썼다. 수고했다.
세상 끝나는 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해야지.
지난 해 ‘선생님은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자기에게 줬던 선물이 뭐가 있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참, 참, 놀랐다. 나는 정말, 나에게 주는 선물? 이런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뭐라고 답하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두근두근 당황스런 마음으로 살짝 떨며 이렇게 답했다. 저는 스스로 선물을 받고 싶을 만큼 최선을 다해서 저를 소진시킨 기억이 없어요. 하다가 잘 안 되면 적당히 타협했고, 정말 안 될 일은 도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선물을 받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근 열 살 가까운 선배교사이신데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짜?’ 하시더니, 이런 답은 짐작도 못했다는 듯 멋쩍은 웃음을 보이셨다. 그 분은 업무 처리나 학생을 대할 때 정성을 다하신다. 부군과 아이들, 친정과 시댁 모두에도 진심을 다하는 것이 대화에서 느껴지는 분이시다. 늘 편안하고 환한 표정에 합리적이고 긍정적 자세, 거기에 기꺼운 마음까지 더해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나름 산다고 애쓴다고 생각했는데, 그분을 보면 부끄럽다. 나는 왜 이리 부정적이었나 반성도 되고, 주어진 상황을 피하려고만 하지 않았나 후회도 된다.
나의 주관적 평가와는 다르게 공식적으로는 올 한 해 큰 선물을 받았다. 근무지에서 벗어나 잠깐 시간을 갖기로 했다. 선물처럼 주어진 시간, 나 스스로의 노력으로 따복따복 채워야 하기에 살짝 설레기도 하고 막연한 걱정에 두렵기도 하다. 올해의 마지막 날, 애썼다고 따독따독 나를 응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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