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범기 전주시장은 7월 3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10대 프로젝트’와 ‘10대 역점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년 동안 ‘시민 불통’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독선적인 행정에 대해 아무런 반성과 평가 없이 그 근거가 불분명한 장밋빛 수사들로만 채워진 알맹이 없는 발표에 불과하다. 지키지 못한 예산폭탄이라는 약속과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원도심의 공실 발생과 공동화 현상으로 나타나는 전주 민생경제 추락에 대해 아무런 해명과 대책도 없었다. 왕의 궁원 프로젝트, 후백제 역사문화센터 건립 등 거창한 계획만 있을 뿐 이를 실현할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던 것은 지난 2년 동안 우범기 시장이 진행한 내용없는 현장 브리핑 이벤트와 닮아있다는 점이 더욱 서글프다.
우리 전북지역 시민사회는 민선8기 전주시정 2년을 평가하고 남은 2년 전주 발전의 올바른 방향을 함께 모색할 것을 제안하기 위해 오늘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1. 시민의 삶과 도시를 위협하는 난개발 규제 완화 사업
백년대계 도시계획은 우범기 시장의 개발 우위, 기업 우선 정책에 따라 춤을 췄다. 한옥마을 프랜차이즈 입점 등 건축물 용도 완화, 고도제한 해제, 한옥마을 케이블카 추진 등으로 천년 역사도시 전주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대규모 개발 계획과 규제 완화를 남발하면서 도시계획의 공공성은 위축되고 있다. 도시계획은 도시의 건전한 발전과 균형 있는 정비, 미래세대를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지역의 전문가 시민, 단체들의 참여 속에서 오랜 시간 충분한 토론과 검토, 사회적 합의를 거쳐서 만든 조례와 정책이 폐기되었다. 시 건축물 높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폐지,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의 용적률 상향, 자연녹지 규제 완화, 고도제한 해제 등 도시의 고유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도시계획조례도 크게 후퇴했다. 규제 완화의 명분은 주민의 재산권 침해 해소이지만 가장 큰 혜택을 본 건 대한방직 터와 종합경기장 개발사업자인 ㈜자광과 ㈜롯데쇼핑이다.
우시장이 그린 100만 광역도시의 밑그림에는 현재에 대한 분석,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 지역 사회 공론화가 없다. 전주 발전에 장애가 되는 벽을 허물겠다며 현장 브리핑이라는 이벤트를 벌이고 다니지만 대부분 사업은 타당성이 부족하고 실현될 가능성도 낮다. 예산 계획도 예산 확보도 불투명하다.
우시장은 기업의 이윤을 최대한으로 보장해야 기업들이 온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해왔다. 공공의 이익, 시민의 이익을 지켜야하는 시장이 대규모 아파트 사업과 복합쇼핑몰 개발을 추진하는 업체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
2. ‘로또 대박, 예산 폭탄’은 없었다. 외려 심각해진 재정 위기
우범기 시장은 후보 시절 각종 개발 공약과 지역발전론을 부각하면서 시장에 당선되었다. 과거의 영광을 강조하면서 ‘다시! 전라도의 수도로’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예산 폭탄을 장담했다. 하지만, ‘전주의 로또’라면서 입만 열면 강조하던 ‘예산 폭탄’은 어디에도 떨어지지 않았다. 재원이 없어 아직도 제1회 추경 예산안을 편성하지 못하고 있다. 국비 매칭 예산이 없어 사업을 반납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추경에 필요한 예산이 4천억 원가량인데, 확보된 예산은 순 세계 잉여금 200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시의회의 지적이다. 추경 편성 예산 대부분이 민생과 직결되어있다는 점에서 시민의 복지 안전망이 가장 먼저 구멍이 날 판이다.
그런데, 우범기 시장은 실적 부풀리기 개발사업 이벤트에만 열을 올렸다. 23년 1월부터 현장 브리핑이라는 이름의 개발사업 이벤트 기자회견만 모두 8차례 진행했다.(시 홈페이지 보도자료 및 기사 검색) 관련 사업비만 총 5조 369억 원에 이른다. 화려한 조감도만 난무할 뿐 사업의 타당성에 기반한 세부 추진 계획은 부실하고 구체적 예산확보 계획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니면 말고 식 선언에 그쳤다.
3. ‘귀틀막’ 불통 행정으로 무너진 민관협치
각종 위원회나 민관협력 기구도 해체 수준의 변화를 겪거나 폐지되었다. 거버넌스 기구의 예산은 대폭 삭감되었고, 청년 여성 정책의 거점 역할을 하던 사회혁신센터는 문을 닫았다. ‘전주시 다울마당 구성 및 운영 조례’에 의거 운영되던 다울 마당은 이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우시장은 어떤 공론 절차도 없이, 다른 대체 기구도 없이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에서 시민참여를 배제했다.
대신, 시민이 자유롭게 드나들던 시청사에는 불통의 상징인 게이트를 설치했다. 비서실은 전화를 받지 않고, 직소 민원실이 비서실의 하위조직처럼 전화를 당겨 받는다. 시민 동의 절차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끝내는 동별 주민간담회로 대체됐다. 권위주의 시대에나 있을법한 전시성 행사를 정말 소통 행보라고 믿고 있는지 안타깝다.
시민들이 화를 내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아무런 예고없이 아름드리 버드나무를 벌목한 것이다. 오목대 상수리나무와 도시공원에 있는 나무들도 시민들과 아무런 논의과정도 없이 잘려 나갔다.
4. 널뛰기 정책 변경
실현가능성 논란과 지자체 공약사업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천안~전주 간 KTX 노선 신설 공약은 사라지고, 정부의 타당성 조사가 예정된 <새만금 ∼ 전주 ∼ 김천 철도 구축> 3조 5천 억 원(국비)으로 바뀌었다. 이 사업 또한 중앙정부가 정할 국가 정책사업이다. 국가 정책 반영을 위한 비예산 사업으로 배치해야 하나, 공약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예산 부풀리기의 전형이다.
‘전주 호남제일문 조성사업’은 ‘전주 호남제일문 복합스포츠타운 대표관광지 조성사업’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무려, 총 사업 면적은 총 88만2074㎡에 사업비는 1조 3,723억 원(국비 273억 , 도비 11, 시비 9,093, 지방채 146, 민자 4,200) 규모로 예산도 늘려 잡았다. 육상경기장, 실내 체육관, 월드컵경기장을 복합스포츠타운에 포함한 이 사업의 실현 시기 목표는 2040년이다. 과연 실현을 위한 계획인지 말 뿐인 계획에 불과한 지 알 수가 없는 전형적인 사업 규모 뻥튀기이다.
20년간 1조 5천 억원을 쏟는 문화관광 대표 공약 사업인 <24. 조선 궁원 프로젝트>는 시장이 현장 발표한 지 1년여 만에, '왕의궁원' 프로젝트의 용어 및 사업 전반을 재검토하는 용역을 추진한다. 사업 내용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의회나 전문가 등의 지적사항이 이어지자, 사업을 재구조화하겠다는 것이다. 후백제 유적과 조선왕조 유산을 연계해 역사관광 콘텐츠로 개발하겠다는 것이 취지인데, 이와 정반대되는 전주한옥마을 관광케이블카 건설 한옥마을 슬로시티 폐지, 대규모 쇼핑몰 건설 사업이 세부 사업으로 배치되었다. <25. 후백제 왕도 복원사업>은 <후백제 왕도 역사골격 조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예산은 2,613억원(국비 1,295, 도비 653, 시비 665)으로 줄었다.
<49. 전주 관광(한옥마을) 케이블카> 인수위 확정 공약은 540억 원, 시비 사업으로 추진되었으나, 최종 600억원 대 민간투자 방식으로 변경했다. 최근 이용자 수가 크게 줄고, 우후죽순 케이블카 난립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환경과 경관을 훼손하고 경제성도 낮은 난개발 사업이 될 우려가 크다.
이 사업들은 시 예산으로 현재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발주 추진 중이다. 용역만 하고 책상 서랍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반환점을 돈 하반기에는 사라지고 무너진 민관협치를 복원해 소통을 강화하고 민주적 숙의 절차에 따른 정책수립이 이뤄져야 한다, 행정의 일방적인 결정과 강행으로는 힘을 실을 수 없다. 사회적 갈등과 논쟁만 불러올 뿐이다. 시민의 신뢰도 잃고 시장의 리더십에 상처만 남길 것이다. 시민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거쳐 결정한 사안은 힘이 세다. 결정의 구속력이 크고, 효율성도 매우 높다는 점에서 시정의 대전환을 촉구한다.
2024년 7월 4일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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