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
전주완주 통합 논의가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올 초부터 한 민간단체가 전주·완주 통합 건의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주 완주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 청구 정족수는 유권자의 50분의 1입니다. 전주시에서는 이미 투표권자 54만 4159명의 50분의1인 1만 884명이 넘게 서명했고, 완주군에서도 유권자 8만 4645명의 50분의1인 1,693명을 곧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주·완주 통합 찬반 투표가 올해 안에 실시되게 됩니다. 전주·완주 통합 시도는 이번이 4번째입니다. 1997년 완주군의회의 반대로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2009년 실시된 2차와 2013년 실시된 3차에서는 완주군민의 반대가 찬성보다 많아 통합 시도는 무산됐습니다.
전북의 인구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고 지역경제력은 전국 최하위권으로 밀려난 지 오래입니다. 그야말로 지역 소멸이라는 위기가 현실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할 돌파구로 전북의 회복과 발전을 담당할 확실한 거점도시가 필요하다는 것이 통합 추진론자들이 주장하는 통합의 근거입니다. 일제강점기인 1935년 조선총독부가 전주와 완주로 분리하기 전까지는 천년이 넘도록 완산 또는 전주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행정구역이었다는 역사적 사실 또한 통합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전주시는 도우넛처럼 전주를 둘러싼 완주군 없이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완주군의 인구 증가는 완주군의 신 주거지로 이동한 전주시의 주민들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입니다. 남부시장이나 모래내시장 등 전주의 전통시장은 완주군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전주시에서 유통 소비시키는 역할을 해오면서 전주와 완주가 하나의 생활권역이자 경제권역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인 모범으로 자리잡은 완주 로컬푸드 역시 전주라는 도시 없이는 독자 생존이 애당초 불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그러나 이런 당위성만으로는 통합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통합 이후 전주가 무엇이 될 것인가 아직 선명하지 않습니다. 통합 전주의 미래를 주민들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또다시 실패를 반복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통합은 통합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주민들의 희망과 비전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완주지역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변화의 결과에 대해 속 시원히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완주와 전주가 대등한 조건에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완주군이 전주시로 불평등하게 흡수 통합되면서 세 부담은 늘고 교육과 복지 혜택은 줄어들 거라는 주민들의 불안감을 말끔하게 해소하지 못한다면 지난번처럼 주민 갈등만 부추기고 통합이 무산될 수 있습니다.
당시 일부 지역 정치인들의 반대 여론 주도가 통합 실패의 중요한 원인이었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자신의 정치적 ‘밥그릇’이 없어질 것을 염려한 일부 정치인들의 통합 불가 주장에 일부 공무원들까지 합세한 여론몰이로 통합이 무산되었다는 게 지역 정치 평론가들의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지금 통합을 둘러싸고 갈등하고 있는 전주시와 완주군의 정치인들 역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우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협상을 앞두고 당사자들의 힘겨루기와 샅바싸움은 당연하지만 주민들의 이익과 지역의 발전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럴 시간에 통합 전주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연구에 좀 더 매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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