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이틀째다. 첫날과 달리 습한 기운은 덜하지만 역시 찜통이다.
아침부터 2반 교실에 에어컨 가동에 문제가 있다고 2반 부담임 선생님이 분주하시다.
어제는 9반 에어컨이 문제가 있어 아이들이 더위를 호소하며 담임선생님 연수가 안 끝나서 안 계시는 바람에 이야기할 곳이 없다고, 정수기 앞 제빙기에서 얼음을 꺼내며 하는 말을 들었는데 오늘은 2반이 문제가 되었다니. 쯔쯔. 이 더위에.
잼버리도 폭염에 준비 부족으로 열사병이 속출하고 더위에 위생 문제까지 불거져 미국, 영국 대원들이 퇴영하는 사태를 빚더니 뒤늦게 기업과 국민들이 나서서 ‘제나라에 온 손님을 그렇게 맞으면 안 된다.’며 발 벗고 나섬에도 불구하고, 세계스카우트 연맹 측에서 태풍 ‘카눈’의 영향권에 들었다며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에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야영장을 비우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고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가 자연 재난 비상 대비 가동으로 인해 야영지 철수를 결정하는 바람에 태풍의 영향을 받지 않는 서울로 이동하여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어제 퇴근하고 뉴스를 듣다 보니, 오후 5시 전력수요가 올해 들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까 전력수요가 높은 시점에 태양열 에너지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지난 봄엔 남아도는 태양광에너지 때문에 골치라면서 정부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표방하고 태양광 사업을 권장한 지난 정부가 문제라고 수사를 통해 들여다본다고 하더니. 그래서 그러나? 언젠가 나에게 태양광 설비에 투자해 보라던 동료 선생님이 지난번에 만났을 때 태양광을 통해 얻은 전기를 한전에서 잘 안 사 간다고 했다. 그래 값도 떨어지고. 쓰고 남는 전기를 저장하여 따로 보관하는 설비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그것을 할 수가 없으므로 남는 전기는 버려야 해서 그렇단다.
한낮은 고사하고 6시 7시에도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옷을 적신다. 작년과도 사뭇 달라 요즘에는 밤 늦은 시간에도 에어컨을 끄지 못한다. 그리고 그 속에 익숙해지다 보니 바깥 생활이 더욱 어렵다. 그렇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건강에 적신호가 오는 나이인지라 기온이 내려가는 밤에라도 조금은 밖에 나가 걸으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쉬는 날은 쉬어야 재충전을 할 수 있어 최소한의 활동만 했었는데 개학하니 일상이 용광로에 사우나 같다. 교실과 복도를 오갈 때 냉․온탕을 번갈아 가는 느낌. 2주 짧은 방학이지만, 그래도 그때가 좋았던 것 같다. 고 3 담임이라 1주는 아이들 수시 상담하고 학생부 쓰느라 펀펀히 놀았던 건 아니지만 개학하고 나니 마무리하지 않은 학생부 기록에 2학기에 맡는 새로운 일과가 일상을 정신없게 한다. 게다가 더위까지.
오늘이 수능 백일전이다. 작년처럼 3학년 부장님은 아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팝콘을 튀겼다. 250여 명의 3학년 아이들에게 줄 팝콘을. 더위 속에서도 아이들은 즐겁다. 팝콘을 먹는 것이 진심인 아이들은 더윌랑은 잊고 즐겁기만 하다. 부장님 이마의 땀방울일랑은 아랑곳없이.
그동안 기후 위기라고 말들은 많이 들었지만 남의 일 같고 현실감이 없었다. 그런데 2023년도를 맞아 일련의 기후 변동을 체감하면서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부쩍 든다. 더욱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더워지고 더워져 여기저기서 견디기 힘들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스스로 자정 능력이 있다고 믿었던 자연이 더는 안된다고 보내는 메시지를 우리는 더는 모른척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의 끝. 폭우로 사건 사고가 이어지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그 끝에 이어진 폭염으로 또다시 사건 사고가 터지며 소중한 사람들이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책임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데 생각해 볼 일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위임을 자처한 사람은 누구인가? 책임지겠다며 국민의 선택을 수락한 사람은 누구인가?
폭염도 폭우도 분명한 인재이다. 인간의 그칠 줄 모르는 욕망이 불러온 과한 소비가 인간에게 보낸 온 인재. 그에 대한 대비도 인간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폭염 속에 무리한 학사 운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관행인가? 혁신인가?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 생각해 보게 한다.
글. 김경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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