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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탐방] ‘초상화’를 그리는 건축사

 

 

 

 

오랜만이에요, 쌤은 여전히 이쁘네요.” 그의 낯간지러운 칭찬에 멋쩍어진 나는 툭 하고 묻는다. 강건축사는 머릿결이 좋아요. 금발염색은 관리하기 힘들지 않아요? “하하하. 오히려 관리하기 쉬워요.” 그러다, 신념 있는 삶을 사는 이들에 대한 동경, 이내 자기반성과 하소연으로 이어진다. 강건축사도 건축사로서 신념이 있잖아요? “글쎄요, 집념이 있는 삶을 살고 있죠. 저도 지금 슬럼프에요. 그래서 오늘 인터뷰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하하.” 수년지기가 만나서 인터뷰하는 풍경은 뭐, 이렇다.

 

 

동상이몽

강미현 회원은 18년 경력을 가진 건축사이다. 몇 년 전인가, 폐교 리모델링 공사를 의뢰받고, 논의 과정에서 자신의 건축철학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과감히 수주를 포기했다. 그 이후로 나에게 강미현은 돈이 안 되는 일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요즘 그게 흔들려요. 신념이 흔들리기보다는 나는 왜 일을 하지? 라는 고민에 빠졌어요. 제가 꿈꾸는 건축과 동료들이 하고 싶은 건축이 다르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건축은 내 꿈이지 직원들의 꿈이 아닌데 왜 난 당연히 우리 조직의 꿈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그의 하소연(?)을 정리하자면, 그는 주택, 공공건축, 사무실과 같은 근린생활시설 등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일상의 건축을 하고 싶은 게다. 그런데 그의 동료들은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듯하고, 그러면서 그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직면하게 되었다. 그의 직원들은 대부분 2030세대이다. 요즘 말하는 MZ세대이다. 어쩌랴, 일과 삶에 대한 세대 간의 가치 인식의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을.

 

 

좋은 건축

강건축사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이란 뭔가요? “좋은 건축은 사용자한테 좋고,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건축이죠. 물론 기술적으로도 완성도가 있어야 하고요.” 그는 좋은 건축을 통해 사람들이 정서적 안정과 삶의 좋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런 맥락으로 최소 단위의 주택이란 키워드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건축사들이 가장 지향하는 집은 건축주가 보이는 집이죠. 건축주의 가치관이 그대로 담겨 있는 집이 궁긍적 형태의 집이라고 생각해요.” 이 과정에서의 핵심은 건축주와의 끊임없는 소통이다. “건축주는 본인과 본인 가족의 삶에 대한 얘기를 충분하게 공유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건축사들은 건축주들의 가치관을 담아낼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야 해요. 집짓기를 통해서 가족관의 관계나 소통을 하는 소중한 시간이거든요. ”

 

 

주택건축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주택건축이라는 게 건축주의 철학과 가치를 담아낸다면, 적어도 재산을 증식하는 수단으로써 부동산을 이용하는 저급한 생각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작년에 부동산 투기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다. 그러면서 주택의 공공성에 대한 본질적인 얘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건축사로서 그의 생각이 어떨까. “주택의 공공성에 관한 얘기는 너무나 보편타당한 얘기라..., 건축법 제1조가 공공복리의 증진이에요. 건물은 반드시 땅을 점거하고 짓기에 공공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 누군가의 사적인 건물이어도 밖에서 보는 사람들의 시야와 주변 환경을 고려해야 해요. ‘도로에서도 하늘을 볼 권리가 있다.’는 말이 있어요. 건물은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죠.”

 

 

주택건축부터 주택의 공공재 얘기를 나누다, 뜬금없이 집 꾸미기 수다로 이어졌다가 다시 어릴 적 서로의 집 얘기로 삼사십 분 넘게 수다가 계속되었다. 큰일 났다. 인터뷰 시작한 지 2시간이 훌쩍 넘었는데 수다가 반이다. 슬슬 인터뷰 정리할 게 걱정된다. 까짓거, 어떠랴. 지금 나는 인터뷰 핑계 삼아 그와 즐겁게 땡땡이중이다.

 

 

건축적 가치

도로에서도 하늘을 볼 권리가 있다고 했는데, 전주시장 당선자는 구도심과 한옥마을에 건폐율과 용적률을 최대한 완화해서 하늘 문을 열고, 외국에서도 부러워하는 랜드마크를 짓겠다는데요? “랜드마크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건축물을 만든다는 건가요? 하하하. 어리석은 생각인데요. 우리가 해외여행을 갈 때 건축물만 보러 가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지역의 정체성과 고유성이 건축물과 잘 어우러져 도시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 관광객들은 그런 도시의 모습을 보고 찾거든요. 옛 대한방직 자리에도 200층 규모의 건축물을 짓는다고 하던데, 다른 곳에서 더 높은 건물을 지으면 그때는요. 국내 관광지 어디를 가나 비슷비슷한 건축물에 프랜차이즈가 자리를 잡고 있잖아요. 그러한 방식으로는 지역이 가진 특수한 문화적 코드를 키워낼 수 없어요. 전주의 한옥마을만 보더라도 사람이 생활하고 있는 생활지와 전통 건축이 잘 어우러져 전주만의 특색이 있는 곳이잖아요. ‘전주답고 한국답잖아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건축에 건폐율과 용적률을 적용한 계기가 스폐인 독감이후라고 한다. 건물 간 간격을 떨어뜨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함이다. 하여, 코로나19가 현대 도시의 모습을 바꿔 놓을 거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주시의 건폐율과 용적률 완화 정책은 어찌 생각해야 되는가.

 

 

, 전에 전주시에 건축설계 용역 대가의 적절성에 대한 질의를 하셨잖아요? 문득 그와 전주시청렴시민감시관[각주:1] 으로 활동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이후 설계용역 대가가 변했나요? “그럴 리가요. 법으로 건축설계 용역 대가의 기준이 엄연히 있는데 현실에서는 관행이 우선이죠. 행정에서는 설계비를 절약하는 것을 예산 절감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시간도 여유 있게 주지 않아요. 설계가 뚝딱하면 나오는 게 아닌데, 기간 내에 납품하지 못하면 지체상금 부과되죠. 차라리 행정에서 수의계약 하자는 연락이 안 왔으면 좋겠어요, 하하하.” 수년 전 그와 건축사 협회는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설계 용역의 적정대가 법제 마련을 위한 긴 투쟁 끝에 제도를 바꿔 놓았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건축사의 설계용역에 대한 적정대가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건축설계 대가 요율 산정 시 설계도서의 양에 따라 적용 대가 요율이 다르다. “설계 대가 요율을 줄이기 위해 납품하는 도서 종류는 상급인데 대가 산정은 중급으로 하는 경우가 대다수에요. 공무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이 모든 것을 예산 절감과 관행이라는 이유로 진행을 하죠.” 특히 공공건축 설계용역의 경우 과도한 설계용역비 감액은 공공건축물의 공간의 질 하락과 부실설계로 이어질 수 있다. “공공건축물은 공공이 이용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발주자인 공무원이 주인행세 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많은 공공건축물이 담당 공무원의 요구에 따라 정해지다 보니 공무원의 생각이 중요하게 된 거죠.”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건축의 조성은 기획 단계부터 사용 주체인 시민들과의 토론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한 과정 없이 공무원만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시스템은 발주처 입장인 공무원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공간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된다. 행정은 건축물의 질을 높이기보다 감사에 지적되지 않는 과정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공무원에게 관행대로는 안전한 울타리인 것이다.

 

 

관행대로지어진 공공건축물이 또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학교 건물이 획일적인 형태의 모습인가요? 사회가 빠르게 변화되어 가고 있는 데도 학교의 모습은 여전해요. 학교 건물만 보면 답답하고 안타까워요. 저런 곳에서 12년을 어떻게 지냈는지, 절대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없는 건물이잖아요? “그렇죠, ‘전국의 모든 학교가 왜 우리 모교 같아야 하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어요. 그나마 문재인 정부 때 그린스마트미래학교정책을 하면서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참여해서 어떤 공간을 만들지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고는 있어요. 그런데 교육의 혁신 없이 물리적 공간만 바꾸려고 하다 보니, 공간혁신에 한계가 있어요.” 그렇겠네요. 좋은건축은 기본적으로 건축주의 철학과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거라 했는데, 교육철학이 담기지 않은 건축은 단지 물리적 공간일 뿐이겠네요.

 

 

건축은 건축주의 초상화

건축은 단순히 건물이라는 물리적 대상이 아니다. 건축주의 초상화이다. 특히 건축주가 건축사면 자화상이 될 테니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기에 그는 아직도 자신의 집과 사무실을 설계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나의 공간을 지어나간다는 것은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정리되는 과정이라고 봐요. 전 아직도 방황하고 있잖아요, 하하하. , 철학 그 모든 것들이 종합적으로 갖춰져야 하는데 그건 대가들이나 해야죠.” 너무 겸손한 거 아니에요? 하하하.

 

 

건축은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가치철학을 심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건축을 물리적 구조물로만 생각하는 게 안타깝다. “저는 꼭 하고 싶은 게 있어요. ‘건축을 테마로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건축을 편안하게 접근하고 건축이 대중성을 가질 수 있는 매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곳에서 건축하는 사람뿐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건축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그와 대화를 나누며 난 여러 번 생각을 멈췄다. 그렇게 한동안 멈춘 생각은, 그가 설계한 건축복합문화공간에 머물렀다. 그의 반짝거리는 눈은 그가 설계한 공간에서 빛을 내고 있다. 그의 꿈을 좇는 나도 설렌다.

 

 

 
  1. '전주시청렴시민감시관운영조례'에 근거해 활동하며, 공공사업에 대한 발주부터 계약이행까지 감시, 평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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