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진실의 힘으로! 시대의 빛으로!
그해 5월18일 자정쯤 전국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됐고, 전북대학교에도 계엄군이 들이닥쳤다. 당시 불침번을 맡고 있던 농학과 2학년 이세종 열사는 강의실을 돌며 잠들어 있던 친구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세종 열사는 계엄군의 타겟이 되어 쫓기다 18일 새벽 학생회관 앞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렇게 그는 5·18 최초의 희생자가 됐다. 그럼에도 4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세종 열사는 ‘단순 추락사’로 남아있다.
흔히 5월은 신록의 계절,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 5월의 봄날이 아름다울 수만 없는 이들이 있다. 5·18이 우리 사회의 민주적 변화에 끼친 영향이 크지만, 아직도 ‘광주 밖’의 의로운 죽음들이 공허한 메아리로 묻히고 있다. 다행히 ‘광주 밖’의 5·18 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5·18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이세종 열사의 사인에 대한 진상 규명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해마다 갖는 추모제지만 올해는 특별하다.
올해는 이세종 열사 추모행사가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5월14일 ‘5·18 청소년 가요제’를 시작으로 5월16일부터 전북대학교 박물관 중앙홀에서 이세종 열사의 유품 27점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5월17일(화)에는 5·18 민중항쟁 기념식과 함께 이세종 열사 추모식이 전북대학교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20일(금) 5·18 기념 학술제가 각각 진행되었다.
5시 기념식에 앞서 이세종 열사의 유품이 전시되어있는 박물관을 찾았다. 평일이라 그런지 전시관은 한산했다. 떠난 이의 흔적과 남겨진 이들의 방문록이 애달픔으로 숙연하기까지 하다. 전시된 기록물 중 열사의 친필이 남아 있는 고등학교 교재가 눈에 띄었다. 빼곡히 필기한 교재가 꿈 많던 이세종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열사가 사망 당시 입고 있었던 피 묻은 속옷과 손수건이 전시되어있다. 평범한 학생 이세종과 열사 이세종은 불과 4년의 세월밖에 흐르지 않았다. 열사가 죽음을 맞이한 나이는, 그렇게 지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나이였다.
‘5·18민중항쟁 전북행사위원회’ 이순석 대표의 사회로 기념식이 시작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출마 예정자들이 많이 참석했다. 이세종 열사의 기념식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한 후보자들도 눈에 띈다. 의미 있는 참석자도 있었다. 이세종 열사의 동생 이세정 씨가 이날 추모식에 함께 했다. 그는 “전국 최초의 희생자가 돌아가신 형님이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는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고귀한 목숨을 희생당한 아들이자 형제를 둔 가족의 삶이 어땠을까, 기록을 찾아봤다. 이세종 열사 사망 당시 아버지는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고, 어머니는 열사의 피 묻은 옷을 몸에서 떼놓지 않으려고 고집하다 ‘쓰레기’ 수집벽‘이 생겼다고 한다. 열사의 사망 이후에도 정부에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다가 1999년에야 비로소 열사로 인정하고 광주 망월동 신 묘역에 안치됐다.
기념행사는 1부 5·18민중항생 기념식과 2부 이세종 열사 추모식으로 진행됐다. 1부가 끝날 무렵 시민합창단 ‘녹두꽃’의 공연과 함께 5·18청소년 가요제에서 동상을 수상한 김은성 씨 공연이 진행됐다. 당시 이세종 열사의 지도교수였던 이석영 원로님은 매년 진행되는 추모식에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셔서 그날의 고통을 증언하신다. 이날 행사에는 영상 인사말로 대신했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행사는 헌화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전북대학교 측에서 학생회관을 철거한 뒤 신축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김남규 대표가 열사의 유적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대책위를 결성하여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는 역사의 중심에 있음에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주변화하고 있지 않은지,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 된다.’는 기억의 글귀 속에 우리가 가지고가야 할 ‘사실’의 역사는 무엇인지 5.18 그날의 영상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지인의 글을 옮겨본다. “세상에는 아직도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사실’들이 많다. 제대로 된 사실을 밝히지 않고, 그 ‘사실’을 기억하지 않고는 건강한 현재를 살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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