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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세종열사 유적 보존 대책위와 전북대학교 측의 합의 내용을 알려드립니다

올해 517일 전북대학교 1· 2학생회관 리모델링 소식을 접하고 이와 관련된 사실을 확인한 결과 리모델링이 아니라 두 개의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학생회관을 새롭게 짓겠다는 것이었습니다. 1학생회관은 5·18 당시 전북대학교 학생들이 전두환 군부의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곳이었고, 5·18 최초의 희생자 이세종 열사가 숨진 곳입니다. 이에 우리 단체를 비롯해 여러 단체들이 이세종 열사 유적 보존을 위한 대책위를 만들고 전북대와 협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여러 번의 협의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첫째, 전북대의 학생자치타운 개축 사업은 원안대로 진행하고 재건축되는 학생자치타운 건물을 이세종 열사 학생타운처럼 이세종 열사의 이름이 들어가게 할 것.

 

둘째, 이세종 열사 사망 지점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는 곳에 건물이 들어서지 않도록 하여 향후 이세종 열사를 기념하는 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할 것과 학교 측에서 필요한 행정 및 재정적 역할에 가능한 범위에서 적극적 참여를 요청을 하였으며,

 

셋째, 시설과에서 진행하는 2021 전북대 캠퍼스 마스터플랜 용역 설계내용에, 서편 후문(구정문)에서 문회루(구 분수대)로 통하는 광장명을 이세종 광장으로 명명(命名)할 수 있도록 요청함.

넷째, 1학생회관이 철거되기 전에 사진을 찍어 기록화하는 등 이세종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제작(다큐작, 전시물등)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전담 부서 배정을 요청했습니다.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전북대 측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학생회관이 오래되어 새로 지을 필요성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정작 제1 학생회관의 역사적 가치를 전북대측이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대책위는 건물 철거 소식을 듣고 건물의 원형을 보존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두 개의 건물을 철거하는 대신 그 연 면적만큼 신축하는 계획으로 예산이 배정되었기 때문에 사업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대책위는 교육부에 청원서를 보내어 이세종 열사의 유적을 보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의 답변은 사업 주체인 전북대가 아무런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 공식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책위는 전북대 측에 사업변경이 아닌 질의서라도 보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전북대는 사업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것을 우려하여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 이해할 수 있는 우려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은 1학생회관과 이세종 열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협의 과정에서 전북대가 앞으로 이세종 열사와 민주화 역사를 어떻게 기록하고 계승할지를 깊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새로 지어질 건물 로비에 이세종 열사는 기억할 수 있도록 이세종 열사 홀을 두기로 했고, 열사가 주검이 발견된 곳의 표지석 주변을 보존하여 조형물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더더욱 구정문으로부터 시작되는 도로를 이세종 광장으로 이름 짓고 기억하도록 마스터플랜에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이세종 열사는 아직도 의문사상태입니다. 5·18 새벽 공수부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이지만 아직도 군의 기록에는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것이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시신의 상태가 상박골절, 두개골 골절, 복막과 장기의 파열등은 단순 추락으로 발생할 수 없다는 의사의 소견서가 남아있습니다. 진압군이 보고서에 작전 중 민간인을 폭행하여 사망이라고 기록했을리가 없습니다. '5·18 진상조사위'와 같은 공식 기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합니다.

 

이번에 전북대학교 1학생회관이 철거되는 것은 단순히 전북대 측의 역사 인식에 관한 문제가 아닙니다. 진상규명에 이르지 못하고, 역사의 진실에 접근하지 못한 지역사회와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광주전남과 비교하고 소외를 부추기는 것이 전북 몫 찾기가 아닙니다. ‘전북 몫은 우리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찾는 일이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