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영기 대표 (부패방지시민센터)
국민의힘 윤희숙 국회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전수 조사한 국민의힘 부동산 투기자 의원 명단에 포함되자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충격적인 폭탄발언이었다. 국회의원 중에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지만 이렇게 대응하는 의원은 없었다. ‘사법 처리가 되지 않았다’,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해명도 수용하지 않은 채 권익위가 월권했다’, ‘억울하다. 내가 한 것이 아니다’ 등등 변명하기에 급급하고 지도부의 탈당 요구에 저항하고 버티며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리고 있는 의원들이 부지기수인데다가 이들의 대응이 먹혀 들어가 당에서도 엄포만 놓았지 후속 조치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신선하기까지 했다. 이준석 당대표가 눈물을 흘리며 말리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다.
그런데 상황은 수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윤희숙 의원은 경제전문가 출신이다. 정부가 설립한 국책 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 출신이다. 국토개발 타당성 용역과제를 비롯해 정부가 계획 수행하는 연구 용역과제를 주로 수행하며 밑그림을 그리는 기관이다. 윤희숙 의원은 강남 서초구 갑 지역구 초선의원이다. 윤 의원이 알려진 것은 본인이 세입자라고 본회의에서 당당하게 밝히며 임대차 보호법 개정을 비판한 일이다. 물론 천정부지 임대료의 강남 세입자였다. 그런데 이번 투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투기 의혹은 대부분 아버지가 잘 모르고 행한 일이라고 한다. 특히 과거 한국개발연구원 직원일 때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민주당의 의혹 제기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모르고 저지른 일이지만 아버지가 행한 부동산 투기에 대해 책임지고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투기 대상자로 몰린 것에 대한 책임 통감인지 아니면 강력한 저항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은 관심을 집중시켰다.
민주당 의원들이 먼저 권익위 조사 발표로 홍역을 치르고 국민적 비판을 받았지만 관련 의원 몇 명을 탈당시키는데 그쳤고 혹자는 억울하다며 탈당을 거부하기도 하였다. 민주당은 이후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 의원들에 대한 처리가 신속하게 마무리되지 못하고 역시나 흐지부지 되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물 만난 고기’처럼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부동산 전수 조사를 마친 권익위 조사 발표에 고무되어 융단 폭격 식으로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제 국민의힘을 공격할 차례인 것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랐다”고 비난할 호기를 맞이한 것이다.
그런데 사태는 엉뚱하게 튀었다. 윤희숙 의원의 기자회견과 민주당 윤 의원 투기 의혹 공세, 언론의 다양한 의혹 제기가 맞물려 다른 투기 의혹과 이슈를 삼켜버렸다. 국회의원직 사태 기자회견의 여파였다. 본인이 물의를 일으켜 사퇴한다고 하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면 될 일인데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여기저기서 말리는 모습도 그렇고 “사퇴쇼 하지 말라!”며 공세의 고삐를 강화하는 민주당도 수상하다. 국회의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사퇴서 처리에 찬성하여 본인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면 될 텐데 “거짓 사퇴 쇼 하지 말라”고 한다.
설혹 거짓 쇼라고 해도 충분히 표결에서 가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수상하다. 윤희숙 의원 투기 의혹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여 국민의힘을 투기세력으로 몰아가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내부 단속에 자신이 없어 본회의 통과에 자신이 없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표결 찬성으로 의원직 사퇴가 확정되면 부메랑이 되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모든 의원들이 그에 버금가는 압박을 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윤희숙 의원의 사퇴 파동은 뜨거운 감자이다.
해결책은 있다. 차제에 국회법을 고쳐 본인이 사퇴 요구를 하며 사퇴서를 제출하면 의장 전결로 자동으로 사퇴서가 처리되어야 한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본인 의사에 반해서 권력기관과 정보기관 및 청와대 외압에 의한 의원직 사퇴나 의원직 제명 등의 사례가 있었다. 이를 악용할 수 없도록 현재와 같은 제도가 만들어졌는데 권위주의 시대가 종식된 후에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시대가 변했다. 공작 정치 시대의 산물인 현행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 야당 의원 탄압을 막던 안전장치가 지금까지 지속하다 보니 사퇴서 제출이 되어도 제대로 처리된 적이 없다.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오용되기도 하고 죄가 명백해도 방탄 국회의 오명을 쓰며 보호장치로 기능한 적이 많다. “초록이 동색, 가재는 게 편. 낮에는 적. 밤에는 동지” 같은 말이 회자되지만 그들의 기득권을 여야 구분 없이 합심하여 지키는데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의원직 사퇴는 즉각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하면 된다. 민주당은 딴지 걸지 말고 사퇴서 제출이 무슨 의도를 가졌는가와 별개로 사퇴서는 원칙적으로 처리하고 이후 부동산 관련 의원들의 처리도 제대로 해나가면 된다. 윤희숙 의원은 일반인 신분으로 조사나 수사를 통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면 되는 것이다. 사안이 이렇게 분명한데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이 사안이 미칠 후폭풍을 예단하며 미적거리면서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할 이유가 없다. 부동산 투기 문제는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요 현안이고 의원들은 제도 개선과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일부터 하고 내부의 투기 의혹 세력에 대해서는 발본색원하여 뿌리를 뽑아야 한다. 윤희숙 의원 사퇴서 제출 파동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법과 제도 개선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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