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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김영기대표)

시민 설득과 정당간 타협이 가능한, 보다 현실적인 선거구제 개편방안



최근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선거구제 개편 문제이다.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최근 단식투쟁까지 불사하며 선거구제 개편, 그중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하게 부르짖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일찍이 대선 공약으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야 3당은 ‘권역’은 슬그머니 빼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야 3당 중 정의당은 일찍부터 비례대표제 확대를 주창해 왔다. 비례대표제 확대를 큰 틀에서 지지하면서 이와 관련된 문제점과 비례대표제가 한국정치 현실에서는 어떻게 발현되어야 하는가를 간단히 짚어보려고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국 혹은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정당별 총의석을 할당하고, 이후 정당별 총의석수에서 지역구 의석수를 뺀 만큼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할당하는 방식이다. 만약 한 권역의 전체 의석이 10석일 때 ‘가’ 정당이 권역 정당 득표율 50%를 얻었다면 이 정당은 총 5석의 의석을 얻는다. 이때 가 정당이 권역에서 2명의 지역구 당선자를 냈다면 권역 단위 득표율을 통해 할당받은 5석 중 나머지 3석을 비례대표로 채울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야 3당이 주장하는 단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를 전국 단위에서 배분하는 방식이다. 만약 총 비례대표 수가 100석이고 특정 정당이 정당 득표율을 20%로 얻었다고 가정할 때 지역구에서는 단 2석 만을 얻었다면 나머지에 해당하는 18석을 비례 대표로 배분해 주는 방식이다. 이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내기 어려운 소수 정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이다. 이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다양한 방식이 있어 각론에 들어가면 많은 소통과 대화가 필요하고 양보와 타협을 전제하지 않으면 이를 합의할 수 없다. 유불리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지역구 253석, 비례 47석 총 300석이었고 투표자는 후보 투표지와 정당 투표지에 각각 따로 투표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려면 현재의 의석수를 가지고는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고 대략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1로 가정했을 때 50~60여 석의 의석수를 확대해야만 실효성을 갖게 된다. 이는 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하는 국민 여론과 상반되기에 만약 의원 정수를 확대하려면 자유한국당의 반대뿐만 아니라 국민 설득 절차가 꼭 필요하다.



이처럼 연동형 비례대표가 ‘비례성’에 방점을 찍는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비례성’을 높이는 동시에 비례대표의 ‘지역 대표성’까지 강화하는 것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야 3당이 연일 주창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투표 과정에서 소선거구제로 인해 일등 독식이 이루어져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민의를 비례제에서 충분히 살려 의석 결정에 반영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다양한 방식에는 크게 단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연동형 비례 대표제가 있고 1인 2표제에서의 정당 투표를 별도로 하는 경우와 1인 1 표제로서 따로 정당 투표를 하지 않고 지역구에 출마한 각 정당의 후보자들을 모두 모아 합산하여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 석패율 제도를 가미할 수 있다.



권력 구조 개편과 선거구제에는 정답이 없고 각 나라마다 역사와 전통에 따라 다른 선거구제의 모습을 띠고 있다.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연동형 비례 대표제를 실시하는 나라가 거의 없고 주로 내각제를 실시하는 나라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다양한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면 거대 정당보다는 대부분 소수 정당이나 지역 정당(우리의 정당법에서는 아직 지역정당 불가, 개정 필요)에게 수혜가 가기 쉬워 다당제적 모습을 띨 확률이 높다. 이는 여소 야대를 만들어 각 정당 간 합종연횡, 연대와 연정에 의한 정부 구성과 통치 방식이 나타나기 쉽기 때문이다. 대통령제가 전통적으로 양당 구조와 소선거구제를 채택하는 경우와 확연히 구분되는 제도이다.



단순히 사표 방지와 표의 등가성을 가지고 이야기하더라도 민주주의의 심화와 지방 자치와 분권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중앙집권적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더욱 현실적이고 개혁적으로 다가온다. 지금까지 기득권을 유지해온 거대 정당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전국 단위로 실시되면 현재 보다 의석수가 줄거나 의석 비율이 감소할 확률이 아주 높다. 한국처럼 제왕적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에서 서로 수혜를 나눠가지고 있는 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은 당리당략의 관점에서 절대 찬성할 수 없는 제도이다.



하지만 권위적이며 독점적인 경직된 정치 구조와 선거구제로 인한 폐해를 오랫동안 경험해 적폐 정치 청산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는 점과 지난 촛불 혁명 과정에서 정치 민주화 확대와 다양한 이념의 공존, 제도 정치화에 일정 부분 공감했다고 본다면 선거구제 개편의 첫 발을 내딛는 것은 대세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의석수 확대나 지역구와의 비율, 권역의 구분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오죽하면 중앙선관위의 안에서 의석수 동결과 지역구와 비례 의석 비율을 2:1로 제시했을 정도이다.



선관위는 전국을 5~6개 권역으로 나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의 지역구를 잃게 되는 현역 의원들의 반대를 막아낼 방도가 없다. 선거구제는 정치권과 각 정당, 국민이 선거구제 개편의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며 숙지한 후에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가능하다. 의석수 확대를 반대하며 비례대표제 확대를 주장한다면 이는 논리적·현실적 모순에 빠져 선거구제 개편과 비례대표제 확대를 반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도 지역구도가 엄연히 강력하게 존재하고 있기에 대다수 지역에서 독주 정당에게는 비례대표 의석이 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또한 지역구에서 의석 획득이 거의 없다 해도 현재처럼 지역구 후보와 정당 투표를 동시에 하는 1인 2표제 투표 방식에서는 소수 정당이 확대된 비례 대표 의석을 거의 독점할 수 있다. 또한 시민의 입장에서 의원 정수 확대와 정당 추천의 비례대표 의석의 확대는 직접 민주주의의 후퇴로 비칠 수도 있다. 특히 정당이 권위적이며 중앙집권적이고 1인 보스 지배 경향이 강한 현실 정치 상황에서 비례대표가 매관매직이나 보스 중심의 공천과 특정 계파의 독무대로 전락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이 그나마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올 해의 정치 최대 화두는 상당기간 선거구제 개편이 될 것이다. 각 정당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 사안이다. 원래 선거구제 개편은 헌법 개정과 동시에 추진되어야 마땅했다. 권력구조 변화와 선거구제 개편은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당 중심의 논의와 대립은 정쟁만 불러일으킬 뿐 애당초 결론을 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시민 공론의 장에서 활발한 토론과 각 제도의 장·단점을 분명히 하며 서로의 주장을 양보하며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가야 길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