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저녁, 전주시장실에 긴장감이 돌았다. 다음날 종합경기장 개발계획 기자회견을 앞두고 김승수 전주시장과 상인들의 날선 공방이 오고 갔다. 김시장은 시간에 쫓기듯 당일 오전에 전주시의원들과 간담회를 했고 저녁에는 상인들과 간담회를 한 것이다. 왜 그렇게 긴박하게 결정을 해야 했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전주시가 롯데와 물밑 협의를 진행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공식 발표를 하기 전에 시민들과 최소한의 의견수렴을 거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왜냐하면 김시장이 송하진 지사의 계획을 뒤집고 ‘롯데는 절대 안 된다’ ‘시민의 땅을 지키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결론은 다시 롯데를 불러들여 전주종합경기장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김시장은 롯데와의 협약을 해지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유 없는 무덤은 없다고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 그럼 지키지 못할 약속을 시민들에게 한 것인데 과연 롯데와의 협약은 해지할 수 없는 것인가? 신과의 약속이라면 몰라도 이 세상에서 해지할 수 없는 계약은 없다. 강력한 권력의 힘이 작동하는 불공정한 계약이거나 계약 해지에 따른 손배소 금액이 너무 커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유지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롯데와의 협약서, 공문을 살펴보면 김시장의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첫째, 2012년 12월에 송하진 시장과 롯데쇼핑(주)와 맺은 협약서는 원천적으로 잘못된 계약이다. 전주시의회의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 동의 없이 협약서에 도장을 먼저 찍은 것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과 충돌하는 것이다. 같은 법 제10조 ‘공유재산의 취득과 처분에 관한 계획(이하 “관리계획”이라 한다)을 세워 그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으로 보면 의회의 승인 없이 공유재산(종합경기장)의 처분 계약을 맺은 것이다. 전주시와 시의회는 법 절차에 하자가 있는 협약서를 원천 무효화하는 행정절차를 진행했어야 했다.
둘째, 의회의 동의 절차 없이 협약이라는 부담이 있었는지 전주시는 협약서에 단서 조항을 넣었다. 협약서 제42조 2항 ‘갑이 본 사업에 대한 갑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 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 경우 롯데가 합의하지 않으면 해지할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롯데에 협약해지 권한을 모두 넘겨주었다. 이 조항이 끝까지 전주시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전주시는 ‘협약 무효 소송’을 해서라도 이렇게 불합리한 협약을 해지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셋째, 롯데와 협약을 해지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 새롭게 밝혀짐으로써 협약 해지 불가능하다는 전주시의 변명이 더욱 궁색해졌다. 그동안 전주시는 롯데에게 협약 해지 공문을 수차례 보냈다. 협약 해지를 거부하던 롯데가 지난해 6월 전주시에 ‘전주종합경기장 이전사업 협약해지 알림에 대한 회신의 건’이며 답변 공문을 보낸다. 롯데는 협약을 해지할 경우 ‘동종업계의 출점 여부’를 걱정하여 전주시의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그러한 계획이 없다고 회신했다. 이후 롯데는 전주백화점 옥상 헬기장 해제, 전주시 공무원 포인트제 제휴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협약 해지 의사를 보였다.
이렇게 협약해지 협상이 진행되었음에도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롯데를 불러들일 수밖에 없다고 결정한 것이다. 법률적인 충돌과 의회 동의 절차가 무시된 협약서를 끌어안고 있다가 인제 와서 해지불가능이라는 변명은 너무 궁색하다. 다시 말하지만, 이 세상에서 해지할 수 없는 계약은 없다. 또 다른 이유가 없는 한......
*이 글은 지난 5월 20일 전북도민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글 | 김남규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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