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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재난지원금, 사각지대 없는 경제정책으로

글 | 김 숙 (민생희망국)




 

 

일타쌍피야.”

여행업과 방과후 강사를 병행하고 있는 지인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강제실업자가 되었다. 애써 태연함을 보이려는 그의 표정과 말투에서 막막함이 느껴진다. 방과후 강사는 교사와 달리 수업을 하지 못하면 수입이 0원이다. 여행업에 종사한 지 10, 여행업으로만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일주일에 3일 방과후 강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이후 그에게는 여행업에서 70% 줄어 들어오는 고작 30만 원 정도의 수입이 전부다.


310, 그나마 다행인지 멈춰버린 가계경제의 한 가닥 희망이 보인다. 전주시에서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가계경제가 이전처럼 돌아가려면 어림없는 지원금이지만 그래도 당장 생계가 절박한 이들에게는 생존의 징검다리다. 그러나 한 가닥 희망을 갖고 재난기본소득 지원금을 신청했던 이들은 애매한 신청 기준과 복잡한 증빙 서류에 다시 한번 절망감을 느껴야 했다.

코로나로 인해 수입이 끊긴 건 불가항력이니 속상하지만 화는 안나요. 지원금 받으려고 여기저기 서류 떼서 접수하고, 그런데 주민 센터 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다르고..지원대상이 안된다 했다가 따져 물으니 된다했다가....참나.”

 

전주시가 코로나19 사태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에게도 생계비를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이런 대책의 실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들은 신청서를 받고도 누가 지원대상인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비공식 고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동안 전주시가 실태 파악도 제대로 못해왔다는 방증이다.

 

이렇듯 전주시의 재난기본소득이 신청주의다 보니 사각지대가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많은 불만과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다음은 전주시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전주시 재난기본소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사례들이다.

 



사례1) 19년도 매출액 2억 원 이하 기준으로 지원해준다는데 19년도에 얼마를 벌었든 지금 현재 작년대비 70%이상 매출이 줄었음.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못주고 지금은 월세내면 통장에 잔고 없음. 그런데 작년 매출액을 왜 따지는 거죠?

 

사례2) 전주시에서 7년간 자영업을 하다가 코로나사태로 인해 폐업했는데 완주군이 주소지라 지원 못 받음. 하루12시간씩 전주에서 식당하면서 완주군 주소지에선 잠만 자고 모든 생활은 전주에서 보내고 세금도 전주시에 납부하고 있음.

 

사례3) 학원은 지원대상이지만 동종 업계인 방문교사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됨.

 

사례4) 주민센터에서 요가강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시청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지원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음.

 

사례5)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1순위 해당자임. 실업자도 해당된다 해서 327일에 신청했으나 31일 기준으로 워크넷에 구직등록이 되어 있어야 함. 45일에 구직등록을 해서 기준 미달로 지원대상에서 제외됨.

 

사례6) 대학을 졸업하고 정규직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학원강사(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음. 정규직 취업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잠시하고 있음에도 마치 취업이나 구직활동이 없는 부류에 속해 지원대상에서 제외됨.

 

사례7) 본인과 아내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소득감소가 있지만 아동수당을 받는 가구에 포함되어 재난기본소득에서 제외됨. 아이를 낳으라고 하면서 아이가 있어서 오히려 불합리한 일을 당하는 거 같음.

 



전주시는 전국 최초로 재난기본소득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지 두 달이 가까워 오지만 4월말 기준, 아직도 지원 대상을 선별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후발주자로 나섰지만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 군산시와 익산시 등 다른 지자체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주시는 당초 5만 명 기준을 목표로 했지만 430일 기준 지급률이 3만 여명으로 60%에 머물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의 당초 취지에 부합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재난기본소득은 코로나 사태로 생활이 어려워진 취약계층을 지원해서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로 복지정책보다는 경제정책의 성격이 강하다. 하여, 전주시에서 지원하는 선별지급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또한 사례2에서 보듯이 도내는 행정구역과 상관없이 인접 생활권을 이루고 있는 지자체가 많다. 이런 경우 지자체들이 모여 지급기준에 대한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기초단체의 재난지원금이 광역단위로 확대되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가 일시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 다시 긴박한 상태가 될지 알 수 없다. 코로나19는 감염병 확산도 문제지만 심각한 경제침체로 취약 계층이 생존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월 실업급여 지급액이 8982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실업급여 수급자도 60만 명을 넘어선 사상 초유의 상황이라고 한다. 전라북도의 경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비율이 높은 지역임을 감안한다면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정부에서 이에 대응하는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지역 곳곳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전라북도 차원의 민생의 안정과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전방위적으로 촘촘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특수형태근로자 등 정책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포괄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확충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각 분야의 피해규모 실태조사와 함께 구조적 변화 점검이 전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