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커스/› 이슈

[현안] 누더기 선거법, 아쉽다

글 | 김남규 정책위원장




우여곡절 끝에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의원 총 의석수 300석 중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의석을 47석으로 하고 연동률 50%을 적용하되 연동률 의석수를 30석으로 규정했다. 비례의석을 단 1석도 늘리지 못했다. 사표를 줄이고 유권자의 표심이 국회의석수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권역별연동형비례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50%연동률(준연동제)을 적용함으로써 누더기 법을 만들었다. 그나마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춘 것은 다행이다. 


선거법이 이렇게 누더기가 된 이유는 의원총수를 현행대로 300석을 못 박아 놓고 논의를 시작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지역구 의석을 줄일 경우 현역의원들의 거센 저항이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원정수를 확대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마저 손사래를 쳤다. 권역별연동형비례제는 비례의석이 지역구의석의 최소 절반 정도가 되어야 의미가 있다. 처음부터 의지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양당구조를 유지함으로써 정치적 기득권을 지키려는 했기 때문이다. 양당체제로 구조화, 지역주의와 극단적 이념적 대결구도는 현재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의석수를 유지해주는 원천과 같은 것이다.


시민사회단체가 권역별연동형비례제를 도입하라고 주장한 것은 ‘표의 등가성원리’ 즉 국민의 표심이 국회의원 의석수에 최대한 일치하게 하는 민주주의 원리를 선거에 적용하는 것, 영·호남 지역주의에 기대어 극단적 대결구도로 치닫는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정치 병폐를 끝내자는 것이었다. 또한 영·호남 교차 당선과 소수의 정치세력이 공존하는 정치적 다양성확보를 통해 과거의 정치, 낡은 87체제를 끝내고 미래 희망의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출발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결국 정치적 협상물로 전락한 선거법은 이러한 원리를 담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을 반대하면서 ‘비례위성정당’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명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혹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의석을 일부 가져간다하더라도 크게 우려 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들의 계산기에는 국민이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역의원들을 최소 30명 이상을 차출해야 하는데 이 또한 총선에서 혼란과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민들이 이러한 편법을 용인하고 위성정당에 표를 몰아줄 것이라 보지 않는다. 설혹 그렇게 해서 몇 석을 가져간다고 해도 그것은 또 국민의 선택일 뿐이다. 문제는 정치적 꼼수가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 논리를 뒤쫓아 더불어민주당마저 위성정당 논란을 벌이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똑같은 정치적 속물로 남지 않기 바란다. 다만 이번 선거법 개정 논의에서 민주당이 보인 옹색한 논리는 곱씹어 보아야한다. 권역별연동형비례제가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는 점에서 좀 더 국민에게 호소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 노력했어야했다. 정치적 합의가 전제되어야하는 선거법 개정의 특성을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위한 노력이 있어야했다. 국민에게 묻고 국민에게 답을 얻으려는 노력이 눈에 띠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최종 결과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역 국회의원 의석수가 줄지 않는 것이다. 산술적 의미의 민주주의, 인구 등가 원리만을 적용한 현행 선거구 획정 기준은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의 정치구조를 공고히 할 뿐이다. 더구나 이번 선거법 개정에서 ‘권역별비례’가 사라졌다. 연동율을 적용하는 30석을 중앙당에서 공천한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이가 없다. 권역별연동제로 했더라면 6개 권역에 각 5석씩 배정함으로써 지역 대표성이 강화될 수 있었다. 말도 많았고 정치권의 갈등이 심했던 선거법 개정은 이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앞으로 제대로 된 선거법을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으로 양극화된 현실에서 지역 국회의원 의석수 축소는 더 이상 안 된다. 양원제를 도입하지 못할망정 연동형비례제는 반드시 권역별로 되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