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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이슈

[특집] 20대 국회에서 외면당한 '유통산업발전법'

글 | 김숙 (민생희망국)


2011년 2월, 대형마트 영업시간 단축을 위한 공동대책위가 출범하면서 유통 대기업과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다. ‘동전장보기 투쟁’을 계기로 전국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일 년 뒤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었다. 물론 이 지난한 싸움의 시작은 2007년부터다. 대형마트가 지역경제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고 있는지 관련 통계조차 없었던 때에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2017년 9월, 이마트 노브랜드 입점 저지를 위한 ‘중소상공인살리기전북도민운동본부’가 출범하면서 유통법 개정을 위한 두 번째 싸움이 시작되었다. 유통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형마트부터 SSM, 복합쇼핑몰에 더해 유통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은 PB(Private Label Product)상품을 따로 모아놓은 노브랜드에 이르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를 비웃듯이 꼼수 출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대기업으로부터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것은 지역경제를 지키는 가장 기본


20대 국회에서 떠돌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법안이 자그마치 42개이다. 여·야 앞 다퉈 발의 했을 정도로 지역에서의 요구가 크다는 얘기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특히 전라북도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는 곧 유통대기업의 진출로 인한 소비자의 선택권보다는 소상공인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영향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표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중소상인들이 그토록 원하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주요 쟁점을 알아보자.





반드시 개정되어야 할 것들


그렇다면 유통산업발전법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가. 유통대기업이 지역 상권 출점에 있어 근본적인 해결방안 없이 사회적 문제가 될 때마다 미봉책으로 정책을 도입하고 있어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먼저 대규모점포 등 출점 시 골목상권과의 지속가능한 상생발전 방안 검토가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에서는 상권영향평가 등이 형식적 절차에 그치고 있다. 이미 토지 및 건축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개점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진출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규제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상권영향평가와 지역협력계획서 작성 및 제출도 도시계획단계의 건축심의 행정에서부터 시행 될 수 있도록 하거나 등록단계에서 좀 더 엄격한 상권영향평가가 시행되도록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의무휴업일 지정과 영업시간 제한을 업종 관계없이 대기업 자본이 들어가는 모든 대규모점포와 준대규모점포에 적용시켜야 한다. 중소기업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전국 100여개 복합쇼핑몰 대부분 도심 내 위치(71%)하며 그 중 절반가량(47%)이 대기업 유통3사가 운영, 복합쇼핑몰과 5㎞ 이상 떨어진 원거리 상권의 침체(빨대효과) 및 기존 소상공인이 퇴출되는 내몰림 현상 발생이 발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지역 상권에 끼치는 해악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복합쇼핑몰과 아울렛 등은 ‘매장임대업자’로 등록돼 있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또 노브랜드 가맹점 형태의 꼼수 출점을 막기 위해서는 사업조정 제도 개선을 통한 편법적인 가맹사업 출점을 규제해야 한다. 직영점의 경우 상생협력법에 따라 해당 지역의 중소기업자단체가 사업조정을 신청하면 지역 상인들과 상생협의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노브랜드 가맹점의 경우 점주가 해당 점포 개업에 드는 총비용의 51% 이상을 부담하면 사업조정 대상이 되지 않는 법령의 허점을 이용해, 2019년 4월부터 가맹점 형태의 노브랜드 매장을 전국 11곳에 출점 시켰다. 그 중 전북(전주2, 군산1)에서만 3곳이 출점했다. 노브랜드 가맹점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사업조정 절차를 무시하는 편법이 신세계 뿐 아니라 동종업계 유통대기업들의 마구잡이 출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 듯, 중소제조업체 몰락으로 까지 번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42개 되는 유통법안이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해를 넘기고 말았다.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국회를 바라보며 그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그래도 상인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미꾸라지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