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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완주군 의회의 비겁한 의정비 인상 (회원통신 2019.02월)

  굳이 비겁하다는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표현을 쓰는 것에 마음이 쓰이는 분께는 먼저 사과를 드린다. 사실 지방자치의 발전과 정착을 위해서도, 지방의회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고 전업 정치인으로서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도 지방의원들의 의정비가 어느 정도 현실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타당한 문제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한편으로 지방의원들의 도덕성과 책임감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현실에서 의원들 스스로의 자성과 환골탈태의 노력이 과연 충분했는가에 대해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무지하고 상스러웠던 예천군의회의 사례는 오히려 논점을 벗어나는 일이어서 들먹일 필요도 없다. 그동안 유권자들은 의원요구 재량사업비의 철폐나 지방의원의 겸업·겸직 금지, 관급공사에 대한 지방의원 및 지방의원 관계자의 계약체결 제한, 이해충돌 회피 의무의 이행 등 각종 윤리 문제들을 지방의회 스스로가 해결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로 7급 공무원 월급이 이렇고, 부단체장 연봉이 저렇다며 불만스러운 기색만 늘어놓고 있는 의원들에게 어떤 주민이 ‘옳으신 말씀이십니다’하며 박수를 보낼 수 있을까 하는 말이다.


  완주군의회가 비겁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첫째, 주민들에게 당당히 요구하고 설득할 용기가 없었다는 점. 둘째, 주민들의 의정비 인상 반대 의견이 공식적으로 집계되고 발표되는 것을 막으려 한 점. 셋째, 요식행위에 불과한 절차를 밟아서 법률상 요건만 갖추면 된다고 생각한 점 등이다. 


  완주군 주민들은 완주군의회가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각계를 망라해서 다양하게 구성되어야 할 심의위원회가 편파적으로 구성되기를 바란 것이고,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봉쇄하기 위해서 여론조사를 피한 것이고, 그리고 법률상 요건만 갖추면 된다고 생각해서 주민 의견을 무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이켜 봤을 때 가장 사실에 가까운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완주군의회가 잘못 생각한 것이 있다. 일단 밀어붙여서 결정하고 나면 그걸로 끝이라고 여긴 것은 완전한 오판이다. 의정비 인상이 통과되고 나면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싸움의 시작이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가 준비하고 있는 ‘개정 조례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은 첫 단계일 뿐이다. 의정비 심의위구성의 편파성에서부터 잘못된 공청회 진행 등에 책임이 있는 행정(완주군)도 무사할 수가 없다. 주민감사청구에서부터 완주군수를 위시한 모든 책임자에 대한 고발까지 진행될 수 있다. 부당이득 환수소송도 가능하다. 의원들이 부당하게 더 받아가는 주민의 세금은 한 푼도 남김없이 도로 토해내야 한다. 이번 의정비 인상 과정에서 있었던 문제점들을 한 번 살펴보자.




  완주군의회의 회기가 이미 시작됐다. ‘의정비 지급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심사는 상임위 심사 기간의 가장 마지막 날로 정해졌다. 의정비 인상안을 통과시키기로 이미 결심한 모양새다. 본회의에 상정되기 바로 전날 심사해서 언론 등에 의해 조명되어 비판여론이 거세지기 전에 처리를 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완주 주민들에게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도 법적 요건만 갖추면 된다고 하는 나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 다른 지역에서도 우리 지역을 주시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시민의 단결된 목소리와 매서운 눈초리가 아니고서는 제대로 된 지방분권의 시대를 맞이할 수 없다.






글 | 박우성 (투명사회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