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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주시민과 시민사회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김영기대표)

 

  민선 8기가 들어섰다. 단체장 선거는 순창, 남원, 고창, 완주 등의 지역을 빼고는 싱겁게 진행되거나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도의원 선거는 지역구 의원 36명 중 22명이 무투표 당선되었다. 시의원 선거도 전주, 군산을 중심으로 수십 명이 무투표 당선되었다. 여전히 민주당 공천 경쟁이 치열하고 경쟁 정당이나 정치세력이 없는 전북의 정치 독점 구조의 맹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투표율은 민선을 통틀어 가장 낮은 축에 들었고 공약이나 정책은 실종되었다. 특히 늘 깜깜이로 치러진 교육감 선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호비방과 네거티브로 일관하며 고소·고발이 난무했다.

 

  이중선 전주시장 후보는 본인과 함께 활동한 선거 캠프 핵심 관계자가 포함된 선거 브로커와 관련한 양심선언을 하며 녹취록을 공개하여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으로 선거 브로커 2명이 구속되고 지역 일간 신문의 서울 주재 기자는 불구속 입건되었다. 녹취록은 서울 주재 기자가 지인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한 이야기로 후에 이중선 후보에 전달되고 지난 2월 말에 기자회견 형식으로 공개된 것이다.

 

  지금도 이와 관련한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이 사건은 민주당 권리당원 모집 및 경선과 관련하여 공공연한 비밀 아닌 비밀이 폭로되고 경찰 수사로 일부가 사실로 드러났다. 핸드폰 요금 청구 주소지 변경 신청의 전화 통화만으로 본인이 원하는 지역구를 지정하여 경선이나 여론 조사에 참여할 수 있어 이른바 유령 당원을 양산하는 맹점이 지적되어 왔는데 녹취에는 이와 관련한 내용도 나오고 있다. 선거운동 대가로 인사권을 요구한다든지 불법 선거의 다양한 내용이 이야기되고 있다. 민주당 권리당원 모집과 경선에 선거 브로커들의 불법 활동이 꾸준히 있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특히 브로커로 구속된 한 명은 당시 시의원의 동생으로 유력인사의 동문이었다. 또 한 명은 환경 단체의 대표로 더욱 큰 충격을 주었다. 녹취록의 공개는 녹취록에 등장하는 내용들의 진위 여부를 분명하게 하여야 할 책임을 수사당국에 과제로 주었다. 장수군수 선거에서는 불법과 금권 선거로 얼룩지며 1명이 구속되고 또 1명은 불행하게도 음독하는 일이 발생했다. 브로커 사건 폭로로 알려진 유령 당원을 통한 여론조사 조작 의혹은 전 방위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선거가 종료되고 이제 민선 8기가 시작되었다.

 

  민선 8기가 비록 과거보다도 훨씬 공고하게 민주당 독점 구조가 더욱 강화되었고 무투표 당선이 선을 넘었다고 평가되지만 그래도 희망이라는 것을 가져 본다. 낙후 전북에 대한 치료사를 자임하며 과거와는 다른 저돌적 행정을 구현하겠다고 모두 다 주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익산, 군산, 진안, 무주, 임실, 부안의 단체장이 연임되고 그 외는 단체장의 얼굴이 바뀌었다. 전북도와 전주시, 완주군을 비롯한 여러 곳의 수장이 교체되어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불통, 상식을 벗어난 독선 행정으로 불편함을 주었던 김승환 체제 12년이 끝나며 새로운 인물들의 각축전이 치열했던 교육감 선거는 전북대 총장 출신의 서거석 교육감이 당선되었다.

 

  “지역 경제 부흥과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 유치에 올인하겠다는 김관영 도지사, 자칭 예산 전문가와 행정 달인이라며 큰소리친 우범기 전주시장 등에 거는 기대가 컸다. 선거 시기에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 경선을 뚫고 변화를 갈망하는 도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공천을 받았다. 어차피 덜 준비되어 있을 것이 뻔하기에 공약이나 주장이 영 개운치 않아도 독점 정당 민주당과 도민의 선택을 받았기에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인수위 활동 과정을 보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김관영 지사는 인적 네트워크의 한계로 인해 특정 지역과 정당의 인사들을 중심으로 인수위를 구성하였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인수위를 마지못해 구성하는 것처럼 측근 중심으로 형식적인 인수위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감동이 없는 활동으로 너무 안일하지 않나?”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어쨌든 인수위는 인수위일 뿐이니까 취임 후의 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수 있다. 판단이나 평가를 함에 있어 경계해야 할 것은 조급함이다. 넉넉한 마음과 열린 자세로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상식을 크게 벗어나는 사건이 터졌다. 놀랄 일이 일어났다. 전주시장 우범기 시장이 당선자 신분인 지난 6, 상관 리조트에서 진행된 전주시의원 당선자 교육 워크숍에 참석하여 술에 취해 막말을 일삼고 난동에 가까운 욕설과 행패를 부린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 자리에 참석한 초선 중심의 시의원들과 워크숍을 준비한 의회 구성원, 여타의 참석자들 일부가 이유 없이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봉변을 당한 것이었고 당연하게도 지역 사회는 다음 날부터 곧바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라도 작동했는지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당시 상황에 대한 언론 보도도 축소되고 피해 당사자인 의회 의원들도 시장의 공개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선에 그친 채 우 시장의 공개 사과를 받으며 일단락되었다. 다만 우시장은 민주당 윤리 심판원에 제소되어 조사가 진행되었고 심판원의 징계 여부만 남게 되었다.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라면 징계를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여기에 더해 당시 사건의 구체적이고 분명한 실체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회자되는 이야기에 의하면 당시 상황은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훨씬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 시장의 임기 개시 전이라는 상황, 사태가 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주로 초선 중심이었던 피해자들, 제 식구 감싸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의혹은 분명하게 해명되지 않았다. 축소, 잠복된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민주당 중앙당 윤리 심판원의 조사에서는 신체 접촉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윤리 심판원의 이 사건에 대한 처결을 예의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의 우 시장의 태도이다. 자기 성찰과 뼈를 깎는 반성보다는 언론에 사건이 보도된 것에 대해 측근들을 질타하며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말문이 막힌다. 정무직 공무원은 임명된 이상 개인 충복이 아니라 엄연히 세금으로 운영되며 존중받아야 할 공무원이다. 재경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한들 지방 행정은 짧은 기간 광주 부시장을 지낸 것밖에 없어 일천하다. 지방 행정은 중앙 부처와는 엄연히 다르다. 겸손한 자세로 늘 탐구하고 공무원들과 소통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일종의 선민의식과 다 안다는 식의 오만함으로 단체장을 수행한다면 전주시민의 불행이다. 집행부의 의견을 민주적인 소통 과정으로 모아내고 의회와 활발한 대화를 진행하며 지역사회와 호흡해야 전주시정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 지금도 전북도와의 협력 구축을 강조하며 전북도의 조직개편만 바라보고 있어 전주시 조직 개편은 하세월로 행정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이제 전주시민과 시민사회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비록 코로나로 힘든 세월을 보내며 활동성이 축소되어 있지만 다시 힘을 모아 열정을 불태우고 전북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대안 있는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또 시민과의 소통을 통해 정치개혁과 행정 감시, 지방 자치 활성화에 대한 활동을 강화하고 수십 년 민주당 독점 구조와 일당 독재의 폐해를 극복하는 대안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 코로나로 더욱 힘겨워진 서민들의 생활 경제와 경제적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낙후 전북의 미래에 대해 걸러지는 것이 전혀 없이 막 질러대고 있는 여러 단체장과 의원의 활동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중층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하며 바른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더욱 힘 있게 나서야 한다. 더위가 물러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쯤 새롭게 각오를 다진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상근활동가들과 대표, 운영위원, 회원님들의 더욱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해 본다.

 

김영기 대표 | 부패방지시민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