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42
글 | 이주희 회원
교실 속 풍경에서 보기 드문 것 중 하나는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입니다. 까닭은 책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책보다 더 재미있는 일들이 교실에 많아서죠. 무엇보다 집에 가면 없는 친구들이 교실에는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교실에서 책 읽는 아이들을 찾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른의 잘못된 바람일 뿐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혼자만의 시간에 이루어지는 지극히 사적인 일입니다. 그래야만 가벼운 깃털 하나로도 책 속의 어느 시간이든 공간이든 날아갈 수 있으니까요. 아무 조건 없이 마음이 통하기만 하면 됩니다. 책 속의 글 사이사이로 거닐 수도 있습니다. 그 순간 누구나 열린 문 사이 마음대로 드나드는 바람이 됩니다. 책을 읽는 동안, 그 누구도 모르게 혼자에게만 일어나는 은밀한 일들이 있는 것입니다. 그건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개된 책읽기 말고 사적인 책읽기를 위해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습니다.
“샘이 가지고 있는 책이 좀 있는데, 혹시 샘이랑 함께 책 읽을 사람 있을까? 그냥 책만 읽는 거야. 관심 있는 사람은 오늘 수업 끝나고 잠깐 남아줘” 갑작스럽게 던진 말에도 9명의 아이들이 교실에 남았습니다. 책읽기에 동반되는 완독 확인과 독후활동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일단 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과 저는 1주일에 1권씩 읽고 싶은 책을 골라 4월부터 지금까지 읽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예상치도 못한 독서동아리가 별다른 활동도 없이 잘 굴러가는 걸 보고는 ‘고독한 독서가’라는 동아리 이름도 지어왔습니다. 아이들이 지은 이름 속에는 아이들에게 말하지 않았던 우리의 책읽기가 가진 소울이 있어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무엇보다 필요하거나 잠잠히 생각에 잠기는 순간들이 늘어간다면 그건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이때가 되면 읽든 읽지 않든 가방에 책 한 권은 넣고 다니고 싶어집니다. 이런 어른들을 위해 우리반 고독한 독서가들의 책 소개 글을 담아보았습니다.
최유정 글, 푸른책들
‘나는 진짜 나일까?’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건주와 진짜 우정과 가짜 우정 속에서 갈대처럼 흔들리는 시우, 그리고 담임선생님과 달리 폭력적인 건주를 좋은 마음으로 봐주고 이해해주는 상담선생님 등등 많은 인물이 나옵니다.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오직 건주의 감정이나 상황으로만 나오지 않고 시우의 감정과 상황도 나와서 더 흥미진진하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또 여러 인물이 느끼는 감정이 아주 자세히 나온 것 덕분에 내가 진짜 그 인물이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나는 진짜 틀려먹은 놈일까? 저 자식들이 저런 식으로 나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것도 내가 그런 놈이기 때문일까? 난, 진짜 그런 놈일까?’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당장 동네 놀이터로 달려가 넌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그런 생각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잘못하고 있다’, ‘뭔가 안되고 할 수 없다’ 느껴질 때 이 책을 읽어보세요. 자신이 못나 보일 때 이 책을 읽으면 ‘나는 잘 할 수 있을 거다’, ‘다 잘 될 거다’라는 마음이 들게 될 것입니다. (이은서)
김리리 글, 창비
친구 정만이가 학교로 데려온 떠돌이 개 달타냥을 민호는 데리고 가 집에서 키우게 됩니다. 그러다가 술에 취해 가정폭력을 밥 먹듯이 하는 민호의 아빠께 달타냥을 키우고 있다는 걸 들킵니다. 아빠는 반대하려 했지만 민호의 엄마가 며칠 전 달타냥이 좀도둑을 잡았다는 걸 이야기 하니 아빠는 달타냥을 묶고 냄새나지 않게 하라는 조건으로 허락을 해줍니다. 달타냥과 민호는 같이 다니게 되면서 많은 이야기가 생깁니다.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중 첫째는 슬픈 눈 민호와 떠돌이 개 달타냥의 시점으로 두 번씩 볼 수 있었다는 게 좋았고 결말이 슬프고 감동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김리리 작가님이 쓴 책이기 때문입니다. 김리리 작가님은 예전에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만복이네 떡집을 쓰셨던 작가님이셔서 그런지 더 인상 깊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저는 평소 책을 정말 안 읽는데 선생님께서 같이 책 읽을 사람은 모이라고 하시길래 '재밌는 책을 찾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참여한 동아리에서 생각보다 재밌는 책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 중 ‘나의 달타냥’이 가장 기억에 남는 책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더욱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저처럼 평소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쉽게 집중할 수 있어요. 꼭! 한 번 읽어보세요. (노윤서)
현덕 글, 창비
주인공 창수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삼촌과 숙모님과 살게 됩니다. 삼촌과 숙모님께서 힘들게 모으신 후원회비를 잃어버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창수는 삼촌과 숙모님께 미안한 마음에 잃어버렸다는 말을 못 하면서 학교에 가지 않게 됩니다. 공원에 간 창수는 그곳에서 친구 수만이를 만나게 됩니다. 수만이는 창수에게 소매치기 일을 소개하고 창수는 유혹에 이끌려 수만이가 지내는 곳에서 지내며 소매치기 일을 하게 됩니다. 창수는 소매치기로 죽거나 힘들어하는 사람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고 이곳을 탈출하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 계속 처하게 됩니다. 온갖 힘든 고난과 역경을 통해 탈출에는 성공하지만 집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창수는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만나 빛을 보게 됩니다.
저는 창수가 맞으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왜냐하면 책의 내용처럼 엄청 힘든 일이 있어도 다시 일어서보려는 창수의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힘겹고 어려운 시간을 겪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착한 빛을 따라 꿋꿋이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책 내용과 반대로 힘든 일이 생기면 포기가 빠른 분들이나 착한 노력을 많이 안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김수현)
방미진 글, 상상의 집
이 책은 학교폭력 중 사이버폭력에 관해서 쓴 책입니다. 등장인물은 ‘루킹’, ‘민서’ 그리고 민서의 친구들입니다. 어느 날 친하던 서연, 하늘 그리고 미래가 민서를 무시하기 시작하면서 민서는 반 친구들 모두에게 따돌림을 당하게 됩니다. 결국 민서는 루킹한테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참고로 루킹은 어떤 단톡방이든 들어가서 다른 사람의 약점을 퍼트리는 ‘악질해커‘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인물입니다. 루킹은 민서의 도움 요청을 수락하고 민서와 함께 13일 동안 누가 민서를 왜 따돌림 시켰는지 밝혀내게 되고 복수를 하려 했지만 결국에는 하지 않습니다. ‘악질 해커’ 루킹의 정체도 밝혀지는데요 루킹은 몸이 좋지 않아 반에서 왕따였고 그런 루킹은 자신을 무시한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죽음으로 복수를 합니다. 죽은 루킹의 영혼은 앱이 되어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들의 약점을 퍼뜨리며 복수를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민서의 일을 해결하며 사이버폭력이 사람의 마음을 죽게 한다는 것을 깨닫고 복수를 멈추게 됩니다.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사이버폭력의 위험성과 사이버폭력을 당한 사람들이 평생 그 기억을 잊지 못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13일의 단톡방’을 읽고 사이버폭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효선)
이현 글, 창비
이 책은 한 아기 사자가 엄마 사자와 떨어지고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가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혼자 배고픔과 외로움에 있을 때 수사자 두 마리를 만나는데 한 마리는 늙은 사자로 다리에 총알이 박혀 잘 못 움직였고, 또 한 마리는 어려 힘이 약했습니다. 이렇게 셋이서 함께 초원을 다니며 하이에나, 다른 사자무리 등 많은 동물을 만나며 서로 도와 초원의 멋진 왕으로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서 사자들이 너무 배가 고파 죽어갈 때 즈음 달려오는 먹이 소리에 힘을 내 사냥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는 그런 사자들이 대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기회는 다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고 살면 언젠가 보람이 있을 거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희망이 사라지고 포기하고 싶은 힘든 상황이 있으신가요? ‘푸른 사자 와니니’를 읽고 언젠가 있을 보람을 위해 다시 힘을 내보세요. (최경원)
고독한 독서가들이 추천하는 책들 속으로 지극히 사적인 시간에 훌쩍 다녀오시면 어떨까요? 이 가을, 누구나 고독한 독서가가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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