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가 현재의 1·2 학생회관을 모두 철거하고 통합, 신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세종 열사의 유적을 어떻게 보존할지에 대한 계획이 확인되지 않고, 건물 철거에 따른 유적보존에 대해 지역 5.18 단체를 비롯한 지역사회와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전북대학교가 과연 이세종 열사의 유적을 보존할 생각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전북대학교 제1학생 회관은 이세종 열사가 사망한 장소이다. 전두환 군부가 전국으로 계엄을 확대한 상황에서 2군 사령부 소속 금마 소재 7공수여단 31대대 계엄군이 전북대에 투입되었다. 이때 제1학생 회관에는 전북대학교 학생 30여 명이 ‘전두환은 물러가라’ ‘계엄을 해제하라’라며 농성을 하고 있었다. 새벽 1시경 계엄군은 학생회관을 급습하였고 농성 중이던 학생 대부분이 검거되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농학과 2학년이었던 이세종은 계엄군의 무자비한 구타를 당헸고 싸늘한 시신으로 학생회관 1층 바닥에서 발견되었다.
이세종 열사는 광주의 희생자들보다 앞서 죽임을 당한 5.18 최초의 희생자이다. 그 죽음의 장소, 군부독재에 항거했던 장소가 바로 전북대학교 제1학생 회관이다. 전북대학교가 학생회관을 철거하고 신축하겠다고 하면서 이러한 역사적 가치에 대해 심도 있게 고려했는지 묻고 싶다. 학생회관이 오래되어 낡았고, 학생들의 복지와 동아리 활동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한다. 그러나 유적을 보존하기 위한 계획이 신축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전북도민과 전북대의 명예에 오명을 남기는 일이다.
이에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 첫째, 기록의 보존이다. 제1학생 회관의 전경과 1980년 5월 학생들이 농성을 벌였던 방송실, 이세종 열사가 계엄군에 쫓겨 달아났던 옥상과 마지막 주검이 발견되었던 1층 바닥까지 사진 채증을 해서 기록으로 보존해야 한다. 둘째, 건물의 일부, 최소한 동쪽 벽면만이라도 현재 상태를 보존하여 신축하는 방안이다. 오래된 건물 일부를 보존하면서 신축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기술적으로도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셋째, 전북대학교는 이러한 보존 문제와 관련하여 5.18 단체를 비롯한 지역사회와 협의하여 결정해야 한다. 지역의 역사는 전북대학교만의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와 함께해야 한다. 넷째, 신축할 건물에 이세종 열사를 기념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고 이세종 열사의 어머니가 전북대학교에 기증한 ‘죽음 당시 입고 있었던 옷’을 비롯한 유품과 각종 기록물을 조사하여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필자는 여러 해 전에 ‘장소는 기억을 담는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세종 열사의 유적보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적이 있다. 이세종열사가 산화한 1층 바닥 표지석이 편의점 데크에 가려져 그저 밟고 지나는 돌이 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해 전북대학교는 그곳에 안내 세움 간판을 세웠다.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세종 열사의 유적을 보존하는 일에 송하진지사와 김승수시장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전북 몫 찾기’는 지역의 역사를 제대로 보존하여 지역의 자존감을 살리는 일이다. 또한, 건축 인허가권이 있는 전주시는 지역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한 기준을 세워 건축 심의를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두 단체장 역시 이 일에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장소는 기억을 담는 그릇이다, 장소가 사라지면 기억도 사라질 것이다’
*. 이 글은 지난 6월3일, 전북도민일보에 기고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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